미스티끄 (6)
‘틱’ 하는 소리가 들리면,
소파 옆의 스탠드에 불이 켜진다.
두려움에 먹힌 병준의 얼굴이,
천천히 남자와 태영 쪽을 향한다.
주름 많은 너절한 양복을 입은 사내는,
면도도 제대로 하지 않은 덤덤한 표정이다.
그의 품안에 억지로 안겨있는 태영의 입은 재갈에 물려,
묶인 양손은 위로 올려 남자의 오른손에 잡혀있고,
남자의 왼손은 퍼런 날의 칼을 잡고 태영의 목을 겨눈다.
병준은 이런 태영의 모습을 제대로 쳐다보지 못한다.
덤덤한 표정으로 질려버렸다는 듯이,
남자가 입을 연다.
“정말 바보같은 녀석이군.”
애써 대답하는 병준의 목소리는 이미 떨고 있다.
“다 . . . 당신은 뭐야?”
남자는 더욱 느긋한 자세로 병준과 시선을 맞춘다.
“이름을 묻는 건가?
흠 . . .
그런 건 중요한 게 아니야.
뭐 . . .
꼭 뭐라 날 부르고 싶다면 . . .”
남자는 갑자기 미소를 지으며 즐거워진다.
“[천사]라고 불러줘.”
병준은 어이없다는 눈으로 남자,
아니, [천사]를 바라본다.
그러다 공포에 질려있는 태영의 눈과 마주친다.
그런 병준의 시선을 알아채며,
천사는 얼굴을 한번에 일그러뜨리는 웃음을 입가에 겨우 참는다.
천사는 칼든 손으로 태영의 가슴을 한 번 쓸어올리고는,
태영의 흰 목덜미에 입을 맞춘다.
싱긋 웃는 남자의 얼굴 옆에,
공포에 질려 재갈문 입에서 침을 흘리는 태영의 얼굴이 닿는다.
천사라는 남자가 다시 입을 연다.
“널 위해 준비한 선물이야.”
병준은 다시 한 번 더 용기를 낸다.
“태, 태영씨를 놔줘!!”
대답 대신 천사는,
소파 옆에서 병준이 태영에게 선물한 케익상자를 집어든다.
“이것 봐, 이것 보라구.
니가 준 선물이잖아.
뜯지도 않았어.
아직도 모르겠냐?
니가 아무리 잘해줘봐야 아무 것도 아닌 거야.”
천사는 병준의 발밑으로 상자를 무심히 던져버린다.
발밑에 나뒹군 상자를 바라보는 병준의 얼굴이,
미묘하게 일그러지기 시작한다.
태영의 두려운 눈빛은,
이제 남자와 병준 사이에서 혼란스럽다.
이제는 애정이 듬뿍 당긴 표정으로,
천사가 병준에게 속삭인다.
“자 . . . 이렇게 하자.
이 여자는 내가 너에게 주는 선물이야.
난 이 여자를 죽이려고 해.
날 막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내 눈앞에서 이 여자를 억지로 가지는 거야.
어때 . . .?
이러면 죄책감 같은 거 없잖아?”
남자를 노려보는 병준의 시선이 매서워진다.
천사라는 남자도 웃음을 지우고 성난 표정을 드러낸다.
“내가 농담하는 것 같애?!”
태영의 목을 겨누고 있는 칼날이,
1미리 정도 살을 파고든다.
한줄기 피가 목에서 흘러내린다.
재갈 물린 태영의 입이 울음을 터뜨린다.
일그러진 얼굴로,
병준이 남자와 태영을 향해 조금씩 걸어온다.
천사는 다시 미소짓는다.
“그래 . . . 그거야 . . . 자, 어서 . . .!”
Mystiq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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