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티끄 (27)
72.
독방안에,
병준이 초조하게 서있다.
방문이 열리고,
병준을 식당으로 인도했던,
거구의 간호사가 들어와,
병준을 끌고,
다시 방을 나선다.
73.
간호사가 병준을 데리고,
병원의 복도를 걷고 있다.
기다란 복도의 끝에서 커브를 틀면,
우측의 벽에,
식당의 입구와 같은,
쇠창살문이 달려있다.
문을 지나려는데,
쇠창살 너머로,
두 명의 드루이드와 함께 걸어가는,
아수라의 모습이 보인다.
흥분한 병준이,
쇠창살에 거칠게 매달린다.
"야! 너!"
아수라와 드루이드들은,
병준에게 눈길 하나 주지 않고,
병준을 지나간다.
병준의 외침소리가,
원망스럽다.
"난 널 믿었어!
난 널 믿었단 말이야!!"
간호사는 병준의 팔을 꺾으며,
억지로 끌고 간다.
이제 아수라와 드루이드들의 등이 보이면,
아수라가 살짝 고개를 뒤로 돌려,
병준을 바라본다.
그녀의 오른뺨은 부풀어 올라,
얼굴에는 흘러내린 핏자국이 선명하다.
병준의 표정이,
아련해진다.
"난 널 믿었어 . . ."
74.
닥터의 치료실이다.
사면이 또 하얗다.
간단한 구조의 철제 침대 하나와,
의자 하나가,
닥터가 앉아 있는 책상 앞에,
놓여져 있다.
문이 열리고,
간호사가 병준을,
닥터 앞의 의자에 앉힌다.
병준은 처음 보는 흰 까운입은 남자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본다.
코안경 너머로 치켜올린 눈으로,
병준을 바라보는 닥터의 얼굴이 그저 차갑다.
"드디어 만났군요 . . .
고병준씨.
정말 힘들었습니다."
닥터를 향한 병준의 눈초리가,
급히 경계를 구축한다.
"당신이 [닥터]로군 . . . !!"
닥터는 슬며시 웃어준다.
"난 사실 그런 사무적인 호칭은 싫어합니다.
나도 내 이름이 있으니까요.
하지만 뭐 . . .
내 직함이 그러니,
그렇게 불리는 거겠죠."
병준은 말없이,
닥터를 노려본다.
"믿기 어려운 일이 일어나면,
어느 것이 현실일까 . . .
그것이 궁금하다는 얼굴이군요 . . ."
심각한 표정으로,
병준이 힘들게 물어본다.
"당신은 . . .
'신(神)'인가?"
닥터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웃어버린다.
"하하 . . .
아니,
나는 방관자일 뿐이지.
내가 신이라면,
자네도 신이였겠군.
언제나처럼,
난 당신을 도우려는 것일 뿐이야."
"뭘 도와준다는 거지?"
"당신의 기억을 되살리는 거야.
당신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병준의 눈썹이,
꿈틀한다.
"무슨 문제?"
"자 . . .
우리 현실을 직시합니다.
당신은,
'미쳤어'.
알겠어요?
당신이 보아온 것들은,
모두 환상일 뿐이야."
"환상 . . . ?!"
"당신은,
9살때부터 이 병원에 있었어.
심각한 정신착란 때문에.
더해서,
몇몇 편집증까지도.
어린 나이 때부터 말이야.
기억나지 않나?"
"웃기지마 . . .
난 이런 병원,
본 적도 없어.
난 고병준이야!
일자리도 있는,
평범한 사람이야!"
닥터는 말없이,
책상 위에 놓여있는 환자카드를,
병준에게 넘긴다.
카드를 읽는 병준의 눈이,
커진다.
빨리도 질린 표정으로,
카드를 구겨버린다.
땅박에 던져버리고,
닥터에게 도전하듯,
일어서서 내려본다.
"이건 내가 아냐!!"
"그게 진짜 당신이야.
당신은 지금,
환상에 빠져있어.
당신이 여태껏,
평범한 삶을 살아온,
평범한 고아인 것처럼 말이야.
물론,
7개월 전,
이 병원에서 도망친 이후의 생활은,
어느 정도 사실이라고 하겠지."
닥터도 자리에서 일어나,
노려보는 눈을,
병준에게 돌려준다.
"자 말해봐.
여자는 왜 죽였지?
이번엔,
또 무엇 때문에?
무엇 때문에 사람을 죽이고 싶던가, 응?"
"내가 죽인게 아냐!
남자가 . . . !!"
닥터가 병준의 말을,
재빨리 끊어버린다.
"[천사]라고 불리는 남자였겠지?"
병준이,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한다.
닥터는 다른 종이 한 장을 집어들고,
읽는다.
"베이지색 양복을 입었을 거야.
나를 천국으로 데려가 준다고 했어요.
여자를 죽이지 않으면,
나를 죽인다고 했어요.
그러더니 그 사람이 죽였어요."
Mystiq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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