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티끄 장편극장

오션 (17)

49.

중앙통제실에서는 포니테일이 장비요원과 대화 중이다.

그 옆에는 진도 있다.

"탐색선하고 연락이 된 거야?"

"아니 . . . 대신에 A.N.N.A.란 통제컴퓨터가 왜 고장이 나버렸는지 알아냈어."

장비요원 키보드를 조작하며.

"오션호 통제컴퓨터의 주기억장치 용량은 15,689 페타바이트야. 그 중의 40%는 오션호 통제를 위한 필수제어명령들과 A.N.N.A.의 논리회로들이 차지하고, 나머지 60%가 <오션 프로젝트> 연구용으로 할당되어 있지. 그런데 이걸 봐."

장비요원이 조작을 끝내고 엔터키를 탁!! 치면, <메인 디스플레이>에 뜨는 것은 오션호의 주기억장치의 메모리 블럭의 도표다.

그 중의 95%를 푸른색의 블럭들이 차지하고 있고, 나머지 5%에 붉은색의 블럭이 남아있다.

그리고 그 경계 부분에 어지럽게 뒤섞여있는 푸른색과 붉은색 블럭.

포니테일의 목소리가 당황스럽다.

"뭐야 이게 . . .!!"

"저 푸른색 블럭이 모두 어디에 쓰였는지 알아? . . . <오션 프로젝트>야."

진이 끼어든다.

"그것 때문에 통제에 필요한 필수제어명령까지 지워버렸단 말이야?!!"

장비요원의 무미건조한 대답.

"그래. 그래서 지금 통제컴퓨터가 맛이 가버린거지. <오션 프로젝트>의 메모리가 컴퓨터의 메모리와 섞여버렸어. 그리고 그게 아마 . . ."

무언가 짐작이 가는 포니테일.

"<아나 박사>의 기억이겠군."

장비요원이 이어서.

"그리고 . . . 이걸 좀 봐. <오션 프로젝트>의 마지막 파일이 저장된 날자야."

장비요원 또 엔터키를 탁!! 치면 <메인 디스플레이>에 뜨는 마지막 저장 날자는 <2788년 6월 22일 11:25:06>.

포니테일의 놀란 입이 살짝 벌어진다.

"이럴 수가 . . . 이건 오션호에서 함선신호가 날라온 날이잖아."

"그리고 그 신호내용이 뭔지 알아냈어."

장비요원 다시 엔터키를 탁!! 하면 뜨는 메세지의 내용은 바로

[Save Me].

진의 눈이 멍해지며.

"나를 구해주세요 . . . ?!! . . ."

진 잠시 생각한 뒤.

"<그 아이>다 . . . <그 아이>야!!"

장비요원과 포니테일이 말없이 황당해 하면 계속해서 진.

"이 메세지를 보낸 건 <그 여자아이>야!!"

진과 함께 있었던 포니테일도 뒤늦게 기억을 되살려 내며 아아~~~!!!!!

자연스레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마음이 통하는 진과 포니테일!!

중앙통제실의 작은 방의 구석에서는 리더가 괴로운 표정으로 귀를 막고있다.

리더의 귀에는 낯선 이들의 소근거리는 목소리들이 이상한 울림으로 들리고 있다.

"8시간 뒤면 지구에 도착합니다."

"사람들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하지."

"사람들이 받을 쇼크를 막지는 못해요."

리더는 비틀거리며 일어나 작은 방의 출입구에 달린 창으로 다가가 들키지 않게 살며시 창밖을 바라본다.

지금 리더의 눈 앞에는 낯선 이들이 오션호의 중앙통제실에 서 있다.

리더의 시선은 아직 그들의 무릎까지만 머문다.

이어지는 낯선 목소리들.

"쇼크환자가 생기면 즉시 격리할 준비를 하시오."

"아이들을 가장 먼저 보호해야 합니다."

"집단 패닉만은 반드시 막아야 해."

또 다른 낯선 이 두 명이 중앙통제실에 뛰어 들어온다.

"큰 일 났습니다. 첫 번째 쇼크환자가 발생했습니다!!"

리더가 흠칫 놀라며 서서히 시선을 낯선 이들의 무릎 위로 올리면, 리더가 생각하는 낯선 이들은 지금 중앙통제실 안에 모여있는 포니테일과 장비요원과 진, 그리고 방금 막 통제실에 들어온 항해사와 아저씨다.

"없어. 다른 건 다 있는데 신경안정제든 뭐든 필요한 약품들만 없어. 여기선 어떻게 고쳐볼 방도가 없어."

말을 마친 항해사가 포니테일과 진의 들뜬 얼굴을 보고 놀란다.

"무슨 일이야?"

포니테일은 방금 항해사의 말에 무언가 생각난 듯하다.

"신경안정제만 없다 . . . ?! 신경안정제 . . . !!"

포니테일은 통제실 중앙의 <메모리 재생기>로 뛰어가서 판넬을 열어 연도를 확인한다.

"신경안정제들만 다 써버렸다는 건 . . . 이 우주선의 사람들도 <알렉산더>와 같은 일을 겪었다는 거예요."

소형 판넬의 메모리들을 주욱 처음으로 돌리면 첫번째 메모리의 연도는 <2247년 2월 2일>.

포니테일의 설명이 이어진다.

"우리가 처음봤던 메모리예요. <오션 프로젝트>가 시작된지 2개월 째."

항해사를 향해.

"<그날>이 몇 년도죠?"

항해사는 <그날>이 뭔지 어리둥절해 하다 곧 어두운 표정으로.

"2254년."

포니테일이 메모리의 연도를 주욱 빨리 돌리면 메모리는 <2262년 9월 11일>에서 끝난다.

포니테일의 눈이 순간 멍해진다.

"2262년 . . . !! 오션호의 과학자들은 . . . <그날>뒤에도 . . . <그곳>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8년 간을 더 살았던 거야 . . .!!"

이 때, 모여있는 사람들의 뒤에서 단의 무겁고 나즈막한 목소리가 들린다.

"<그날>이 어떤 날이야 . . . <그곳>은 어디지?"

5인이 놀라 소리나는 곳을 바라보면, 통제실의 입구의 어둠 속에 단이 서있다.

무릎까지만 빛에 드러난 채 나머지는 어둠에 묻힌 단의 실루엣.

그의 목소리가 이상하게 떨리고 있다.

진을 향해 단.

"지금 인구수가 얼만지 말해줄래."

황당한 듯 진.

"2, 20억쯤 . . .?"

이어지는 단의 대답.

"500년 전에는 . . . 지구에만 200억이 넘는 사람들이 살았어. 상상이 되니?"

단의 말에 정부요원 3인의 표정이 굳어진다.

"놀랍지? 나도 방금에야 알았어."

단의 목소리가 조금 더 떨리기 시작한다.

"<그날>이 뭐지? <그곳>이 뭐지? 우릴 언제까지 속일거야?"

계속되는 단의 말에 진이 당황한다.

"지금 무슨 소리니!!"

"저 사람들에게 물어봐."

단의 말에 진이 포니테일을 바라보면, 그녀는 굳게 입을 다문 채 난처한 표정이다.

단의 목소리가 이제는 울먹인다.

"내가 대신 가르쳐 줄까?

<그날>은 지구가 멸망한 날이지.

<그곳>은 지구지. 그지?"

단의 말을 듣는 아저씨의 가슴은 덜컥 내려앉는다.

"우린 이제 바다에 갈 수 없어."

단이 어둠 속에서 한 걸음 나서 빛으로 나오면, 단의 얼굴은 눈물과 콧물로 범벅이 되어있다.

진과 아저씨를 바라보며.

"우린 이제 돌아갈 곳이 없어."

눈치 빠른 항해사가 단을 향해 나아가며.

"이것봐, 뭘 봤는지 모르지만 . . ."

항해사를 향해 <그림책>을 발밑으로 던지는 단.

펼쳐진 페이지의 내용은 단이 보고 있던 <우리가 사는 지구>다.

"우린 지금 지구에 와있어.

우리가 . . . 그렇게 가고싶던 지구에 와있어."

다리의 힘이 풀린 듯 털썩 주저앉는 단.

"저 별은 수성이 아냐."

단은 아이처럼 울음을 터뜨린다.

"저 별은 지구야."

정부요원 3인의 굳은 표정을 살핀 진이 서서히 충격에 휩쌓인다.

진은 단을 향해 다가가 같이 무릎을 꿇고 주저앉으며.

"너, 너 지금 헛소리하는 거지 . . . 너 지금 장난치는 거면 때려 줄 거다 . . . 너 지금 . . ."

단이 절규한다.

"우린 이제 바다에 갈 수 없어!!!"

난감한 정부요원 3인의 더욱 굳어지는 표정들.

이어지는 단의 절규.

"우린 . . . 이제 . . . 무얼 위해 살아야 해?

아저씨 . . . 우리 . . . 우리 통나무집은 . . . !!"

얼이 빠진 듯한 진의 얼굴.

그리고 단의 절규에 괴로운 듯 두 눈을 질끈감는 포니테일.

땅위에 펼쳐진 <그림책>의 페이지 속 <푸른별 지구>의 모습과 함께 단의 목맨 울음소리의 잔상이 메아리친다.

50.

검은 우주 속 <죽음의 별 지구>가 고요히 도는 가운데, 포니테일의 목소리가 흐른다.

"500년 전의 지구는 인류가 가장 영화로운 시기였대.

먹을 것이 넘쳐나고, 더 이상 아픈 사람들도 없어졌고, 그래서 지구의 땅이 모자라자 사람들은 우주이민을 시작했어.

하지만 이건 모두 잘 사는 나라의 이야기였지.

그들의 반대편 나라 사람들은 여전히 헐벗고 굶주리고 괴로운 삶을 살았대."

얼굴 여기저기에 파리가 붙은 채 음식찌꺼기를 먹고 있는 난민들.

구덩이로 쏟아지는 굶어죽은 아이들의 시체.

죽은 아이를 안고 절규하는 어머니.

"그렇게 쌓여가던 불만은, 어떤 피부색깔, 어떤 종교, 어떤 나라의 편인가에 따라서 철저하게 구분지어졌고,

그래서 그들 사이의 대립은 인류가 가장 영화로운 시기에 가장 심각하게 불거져 나왔던 거래.

그렇게 . . . 이름있는 지역과 이름없는 지역, 두 세계의 국민들이 서로 끊임없이 피를 흘리던 어느날,

이름있는 세계에서 가장 큰 나라의 수도에, 가장 가난한 나라의 국민들이 날려보낸 핵폭탄 한 발이 떨어졌어."

<푸른 별 지구>에 거대한 핵폭발이 일어나더니,

곧이어 12번의 핵폭발이 연쇄적으로 지구를 덮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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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stique

[일준]

이번 화는 왠지 모르게 먼 미래에 정말 이런 일이 있을 것만 같아요...
요새 시국이 시국인지라... 잘 보고 있습니다!

[ji******..]

이런 세상이 안 되길 바라면서,

계속 봐주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 ^0^

[뾰족이언니]

지금도 지구는 위험해 질 거라는 예고를 계속 하고 있죠. 공감이 되는 화 였습니다.
ㅊ.ㅊ)> 꾸욱.

[ji******..]

따라갑니다앗~~! ^0^

[럭키포춘]

지구가 그냥 날아간 거구나. 으우.

[ji******..]

따라갑니다앗~~!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