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티끄 (38)
111.
병준이 질주한다.
새로운 복도의 안은,
직선의 복도들과 달리,
미로와 같이 엉켜있다.
병준은 갈림길에서도,
주저하지 않는다.
목적지를 이미 알고 있다는 듯이.
멈추지 않고,
달려나간다.
112.
미스티끄가 앞으로 나아간다.
자신을 환영하는,
정신병자들의 외침소리와,
문 두들기는 소란을 즐겼는지,
속도가 뒤쳐졌다.
병준과 환자 사내가 마지막으로 함께 뛰었던,
기다란 복도다.
저 끝 하얀 문 앞에,
그 정신병자가 혼자 서있다.
미스티끄가,
그를 노려본다.
사내도,
이 이그러진 공간의 시선을 느꼈는지,
완전히 얼어붙은 고개를,
삐끄덕,
겨우 돌린다.
미스티끄와,
환자가 마주 본다.
1초도 되지 않아,
시공간을 무시한 움직임으로,
미스티끄는 사내를 덮쳐,
비명을 지르는 그 검은 목구멍의,
가장 깊숙한 곳까지 내려간다.
113.
병준이 어느 방문 앞에 멈추어 섰다.
주저함없이,
방문을 열어 젖힌다.
방안 저 구석에서,
한껏 몸을 웅크리고 있던,
아수라가,
바로 고개를 든다.
겁에 질린 두 눈이,
병준을 마주 본다.
아수라가 천천히 일어선다.
가드를 모두 걷어낸,
천연의 표정으로,
너무나 자연스레 병준을 향해 뛰어오는,
재회의 순간 사이에,
사우스이스트가 끼어든다.
병준의 품안에,
아수라 대신,
사우스이스트의 주먹이 날아온다.
신음을 낼 공기 하나도,
한 방에 폐에서 빠져나가,
병준은 방안 반대편의 벽으로 날아간다.
헤집힌 옷들 사이로,
맨살을 드러내며,
아수라는 안고 있던 곰인형을 침대로 던지고,
사우스이스트의 뒤를 잡으려 한다.
살기를 느끼고,
등 뒤로 돌린 사우스이스트의 살벌한 시선이,
아수라를 제압한다.
주인에게 감히 대들지 못하는,
꼬리내린 강아지를 확인하고,
사우스이스트는 다시 눈 앞의 병준을 들어,
방 밖 복도의 벽에,
머리부터 날려 꽂아버린다.
다시 공기를 품은 폐에서,
고통스런 신음이 시원하게 터진다.
사우스이스트가 자신의 두 손을 확인한다.
아수라를 제대로 만지려,
도르제를 벗어놓았다.
뒤로 고개를 돌리면,
방안 침대 위에서,
사우스이스트의 도르제 두 개가,
검은 비늘을 반짝인다.
그 도르제 두 개를,
아수라도 바라보고 있다.
두 손을 들면,
그녀의 도르제가,
살벌하게 빛난다.
갑자기 다급해진 사우스이스트가,
방안으로 몸을 날린다.
침대 위 도르제 두 개를 향한다.
아수라가 먼저 도르제 두 개를 잡는다.
뒤늦게 잡은 도르제 두 개를,
힘으로 낚아채려 하지만,
아수라가 끝까지 버틴다.
도르제 대신,
사우스이스트의 펀치가,
아수라를 후려친다.
병준보다 더 멀리 나가떨어진다.
두 손은,
사우스이스트의,
도르제 두 개를 놓지 않는다.
도르제의 주인이,
아수라의 머리통을,
발로 차 날릴 기세로,
뛰어온다!
막 거대한 오른발이 슛을 날리려 뒤로 빠진다.
병준이 온 몸을 날리며,
측면에서 거구의 허리를 덮친다.
중심이 무너진 사우스이스트가 바닥에 쓰러진다.
병준은 그 몸위에 바로 올라탄다.
거구의 목을 조른다.
입에서 침이 세어나온다.
필사적이다.
사우스이스트가 몸을 비튼다.
병준의 두 팔의 틈새 사이에,
거구의 두 팔이 무심하게 파고 든다.
멱살 잡은 두 손을 찢어 벌리고,
거대한 주먹이,
병준의 얼굴과 목젖에 박힌다.
휘청거리는 0.5초 사이에,
사우스이스트의 거체가,
벌떡 일어서며,
한 손으로 병준의 머리통을 잡아,
옆의 벽에 얼굴부터 때려박는다.
이마가 깨지며 피가 튄다!!
Mystiq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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