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티끄 장편극장

윤 (11)

72.

열차의 조종석 안에서 '누군가'가 마이크를 잡고 방송 중이다.

"훌륭했어. 생각보다 다들 바보가 아니구나, 하하하~~~"

73.

'누군가'의 방송을 듣는 3명이 허탈감에 빠진다.

현재 시각 11시 28분.

"하하하 . . . 그래서 . . . 조금 마음이 바뀌었어. 강승도. 너에게 마지막으로 기회를 주고 싶어. 승도 너에게 물어볼 게 있어. 그러니 여기로 빨리 오는 게 좋아."

가장 먼저 흥분한 성환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다.

"야, 이 빌어먹을 꼬마야!! 너 지금 어디야!!"

"물어볼 게 있어 . . . ? 뭘 . . . ?!"

생각에 잠긴 승도의 머리 속에 그때의 기억이 다시 스친다.

"기억나나? 갸 이름이 기억나나? 갸 이름이 뭐였노?"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는 승도.

"어디야!! 지금 어디에 있니!!"

". . . 후후후, 맨 앞칸 조종석이야. 서둘러야 될 거야."

방송이 끝난다.

성환이 다급하다.

"맨 앞칸 조종석? 서둘러요!! 15분 밖에 남지 않았어!!"

3명이 서둘러 앞칸을 향해 달려간다.

앞장선 성환이 연결문을 열고 앞칸으로 들어서려는 찰나.

앞칸을 바라보는 3명의 표정이 야릇하게 굳어진다.

그곳에는 몸 전체에서 색깔이 빠진 듯 기괴한 회색톤의 사람들이 모두 같은 포즈로 의자에 앉아있다.

같은 템포, 같은 몸동작으로 막 앞칸의 '회색 인간'들이 3명을 향해 고개 돌리려는 순간.

"문 닫아!! 눈 마주치면 안돼!!"

여자아이의 비명소리에 놀란 성환이 화들짝 문을 닫고는 창에서 등을 돌린다.

등 돌린 채 연결문 앞에 선 3명의 표정이 편치 않다.

승도가 여자아이에게 묻는다.

"저 사람들 뭐야?!"

"저 꼬마가 . . . 또 장난을 친 거야."

성환도 묻는다.

"저 사람들이 뭐길래?"

"윤들. 너무나 오래 남겨져서 미쳐버린 윤들이야. 저 윤들과 조금이라도 눈이 마주친다면 그게 누구든 바로 자기 자신이라고 믿어버려."

"그러면?"

"아저씨가 죽을 때까지 떨어지지 않고 쫓아다닐 걸."

승도가 초조하다.

"어쩌지? 어떻게든 이 칸을 지나가야 해. 앞으로 14분 남았어."

잠시 망설이다 결심이 선 여자아이가 다시 뒤로 돌아 문을 열려한다.

"명심해요!! 절대 눈이 마주치면 안돼!! 그냥 천장만 보고 빨리 지나가는 거야!!"

74.

회색칸의 문이 열렸다.

회색인간들의 고개가 일제히 3명을 향해 돌아간다.

고개를 천장으로 치켜든 채 부자연스런 동작으로 3명이 통로를 지나간다.

회색인간들의 고개가 3명의 움직이는 방향을 따라 일제히 천천히 돌아가는 기괴한 장면.

3명의 눈을 수많은 회색인간들이 주시하고, 이들의 눈길과 마주치지 않으려는 극도의 긴장감.

여자아이가 앞장서고 있다.

"빨리!! 빨리!! 주춤거리지 마요!!"

어색한 걸음걸이로 재빨리 통로를 지나쳐 이제 약 2미터 쯤 남겨놓은 순간.

회색인간들 중 한 명의 뒷모습이 성환의 여자친구다.

멍한 얼굴로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돌려 그 여자를 바라보는 성환.

성환의 시점으로 여자의 얼굴을 확인하면,

그건 성환의 여자친구와 같은 머리의 가발과 옷을 입힌 마네킹이다.

아차 . . . 하고 고개를 돌리려는 순간 기괴한 신음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더니,

성환은 그만 앉아있는 회색인간들의 얼굴을 주욱 훑어버린다.

성환의 뜻밖의 행동에 놀라 고개를 돌려 버린 승도와 여자아이도 회색인간들과 시선이 마주쳐버린다.

잠시의 멍한 정적.

이내 사태를 알아차린 3명의 표정이 최고로 굳어버린다.

동시에 외친다.

"뛰어!!!!!!"

3명은 나머지 2미터를 냅다 뛰어달려 연결문을 열고는 다음 칸으로 도망친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회색인간들이 멍한 표정으로 있다 동시에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기괴한 신음소리를 내지르며 도망간 3명을 쫓아 가기 시작한다.

75.

성환 일행과 이들을 쫓는 회색인간들.

매칸마다 육중한 연결문을 여는데 시간이 걸리고 그때마다 뒤를 쫓는 회색인간들과 거리가 좁혀진다.

회색인간들은 50명 정도의 인원으로 마치 좀비같은 모습의 무거운 몸동작으로 기괴한 신음을 내지르며 3명을 쫓고 있다.

막차 안의 얼마 남지 않은 일반인들은 회색인간들과 성환일행의 모습을 보지 못한 채 아무일 없다는 듯 앉아 있다.

조종석 칸까지 이제 한 칸.

거리는 이미 좁혀져 성환 일행의 바로 뒤에서 손 내민 회색인간들이 막 성환 일행을 잡으려는 찰나.

마지막 연결문이 무언가에 걸려 잘 열리지 않는다.

여자아이가 겁에 질려 재촉한다.

"빨리!! 빨리!!"

회색인간들이 밀물처럼 밀려와 이제는 잡히려는 순간, 가까스로 문 열고 다음 칸으로 넘어간 다음 재빨리 연결문을 닫는다.

회색인간들은 닫힌 연결문에 그대로 달려와 부딪히며 마치 반죽덩어리처럼 연결문의 반대편에 착 붙어버린다.

연결문이 회색인간들의 힘에 열리려 한다.

3명 모두 연결문에 매달려 문이 열리지 않게 핸들을 부여잡는다.

한창 열고 열리지 않으려 씨름하는 중에 이제는 연결문의 창문이 회색인간들의 압력에 못 이겨 금가면서 깨지려 한다.

승도가 힘들다.

"크으 . . . 더 이상 . . . 안돼 . . ."

여자아이는 울기 직전으로 성환을 찾는다.

"아저씨 . . .!! 아저씨!!"

3명의 힘이 회색인간들에 부쳐 서서히 연결문이 열리기 시작한다.

성환이 방법을 찾아낸 듯 승도에게 외친다.

"아저씨!! 사인펜 어딨어요!! 사인펜!!"

"크으 . . . 여기 . . . 안주머니에 . . ."

"잠깐만 둘이서 견뎌봐요."

성환은 재빠른 동작으로 승도의 안주머니에서 사인펜을 꺼내 뚜껑을 열고 연결문으로 다가가 무언가를 그린다.

그건 3명이 처음 갇혔던 열차칸의 연결문에 그려져 있던 '뫼비우스의 띠' 그림이다.

"크으 . . . 더 이상은 . . . 안돼 . . ."

승도와 여자아이가 더 이상 견딜 수 없다!

그만 두 명은 손을 놓아버리고 동시에 성환이 그림 그리기를 마친다.

문이 벌컥 열리며 쏟아질 회색인간들을 상상하며 비명을 지르는 승도와 여자아이.

하지만 연결문을 넘어 쏟아지는 회색인간들이 차례로 사라져 가다 일순간에 모두 사라져 버린다.

신기한 표정으로 웃어버리는 승도와 여자아이.

"어떻게 된 거지? 자네 뭘 어떻게 한 거야!!"

성환이 시익 웃는다.

"까까머리 꼬마한테 한 수 배웠죠."

76.

다시 정신 차린 3명.

승도가 먼저 조종석을 향해 달려나가고 여자아이가 승도의 바로 뒤를 따른다.

성환은 방금의 사건으로 너무 지쳤는지 그 자리에 계속 주저 앉아 고개를 설레설레 젖고 있다.

승도가 조종석 문앞에 도착해 문을 열려하지만 열리지 않는다.

조종석 문앞에는 빨간색 사인펜으로 '누군가'가 적은 다음의 문제가 적혀 있다.

[문을 열려면 다음의 문제를 푸시오.

단, 한번에 풀어야 함.

( )( )( )( )]

황당한 승도.

"뭐야 이게!! 뭘 적으라는 거야!!"

시계를 확인하는 여자아이.

현재시각 11시 35분.

"아저씨, 10분 밖에 안 남았어요!!"

아이의 외침에 성환도 자리에서 일어나 뛰는 듯 걷는 듯 승도와 아이를 향해 다가온다.

그때, '누군가'가 열차벽에 그려놓은 [6mm 테입 그림]을 발견하는 여자아이.

성환이 막 [테입 그림]이 그려진 벽까지 다가오려 한다.

여자아이의 표정이 한없이 굳어지며.

"아저씨 . . . 지금 테입가지고 있어?"

뜻밖의 질문에 멍해지는 성환이 자신의 주머니에 손을 넣어 테입을 만지려 한다.

성환이 벽에 그려진 [테입 그림]의 바로 옆에 서려한다.

여자아이가 소리친다.

"아저씨!! 오지마!!"

성환을 저지하려 달려가는 여자아이와 성환이 막 만나려는 순간,

성환과 [테입 그림]이 일직선 상에 놓이고,

[테입 그림]에서 초록색 불빛이 뿜어져 나오며 성환과 여자아이를 감싸다 이내 두 명이 사라져 버린다.

이 모습에 기겁을 한 승도가 도박이라도 하듯 4개의 괄호에 4개의 숫자를 냅다 적어넣는다.

[(1)(2)(2)(4)]

'철컥'하는 소리가 조종석 문에서 들린다.

급히 조종석의 핸들을 돌리자 문이 열린다.

77.

승도가 조종석 안으로 들어오지만 조종사는 승도를 보지 못한다.

'누군가'는 없다.

당황한 승도가 다시 이리저리 둘러보다 벽의 빨간색 낙서를 발견한다.

<만화 캐릭터>와 말풍선.

[내 이름이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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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stique

[일준]

돌아오셨군요!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다시 정주행 달려볼까요?? 추천 추천!

[ji******..]

감사합니다앗!! ^0^

[마담존타]

우와 쫄깃해요. 다음 화가 너무 궁금하네요. ^^

[ji******..]

아앗!! 월롱스의 정원 1부 완결을 축하드려요옷!! ^0^

[ve******]

잘보고갑니다!!

[ji******..]

감사합니다앗!! ^0^

[보리파파]

잘 읽고 갑니다. 전 바빠서 바로 다음 편으로~~ ㅊㅊ꾹!!

[ji******..]

아쿠, 늦게나마 저도 남겨주신 댓글들을 따라갑니다앗~~!! ^0^

[뾰족이언니]

(문)(열)(어)(줘) "흐흐흐흫" 재미있어요. 이름은 뭘까..다음편으로 갑니다. ㅊ.ㅊ)> 꾸욱.

[ji******..]

따라갑니다앗~~~! ^0^

[수연..]

휘릭 가요 !!

[ji******..]

가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