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티끄 (9)
26.
두 명의 경찰관들이 병준에게 질문한다.
"이름이 뭐예요?"
"고병준 . . . 입니다."
"집은?"
"없습니다 . . ."
"집이 없다니?
그럼 거리에서 자나?"
"아뇨 . . . 저기 맨션 관리 . . .
일자리에서 . . . 삽니다 . . ."
"가족은?"
"고압니다 . . ."
"허허~~~~.
이러면 어쩔 수 없이 청량리 병원 불러야 겠는데 . . . ?!"
"아저씨,
어디 갈 생각 말고 여기 조용히 앉아 있어요."
경찰관들은 이제 자리에 앉아 서류를 만들기 시작한다.
경찰관들 자리 뒤편 벽에 시계가 걸려있다.
새벽 12시 10분.
괴상한 노래를 부르던 여자는 다시 의자에 널부러져 있다.
병준이 찾아오기 전의 정적이 다시 파출소 안에 돌아온다.
열심히 무언가를 적는 경찰관들의 볼펜이 내는 '사각사각' 소리만 들린다.
이 정적을,
'톡톡'
하는 소리가 흔든다.
병준이 소리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파출소의 창문 너머로,
[천사]가 병준을 바라보고 있다.
입과 코에서 흥건하게 흘러내린 피가,
헝클어진 머리까지 범벅이 되어 있다.
다시,
'톡톡'
창문을 두드리는 천사의 손은,
태영의 목을 그어버렸던 그 칼을 들고 있다.
천사는 파출소 안을 둘러보더니,
칼든 손을 병준에게 흔들며 파출소의 뒷문쪽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천사의 발소리가 병준의 귀에 크게 들리는 것 같다!
다시 공포에 눌린 병준의 입이,
앞의 경찰관들에게 말한다.
아주 힘들게,
마음과 달리,
마치 속삭이듯이,
"아저씨 . . .
경찰관 아저씨 . . . !!"
두 경찰관은 병준의 목소리에 신경도 쓰지 않는다!
이들의 뒤로 보이는 파출소의 뒷문에서 천사의 발소리가 멈춘다!
크게 소리치고 싶은데,
다시 찾아온 공포에 질린 병준의 입에서 제대로 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파악'
하고 뒷문이 크게 젖혀진다!
'쾅'!!
하는 소리가 크게 들렸는데 . . . ?!
경찰관들은 아무 반응이 없다!?
피묻은 칼을 들고,
함박웃음을 지으며,
천사가 병준을 향해 한 걸음 다가온다!
그러다 멈칫!
바로 앞의 현관문을 바라보는 천사의 표정이 당황스럽다!
천사의 시선을 따라간 파출소의 현관문에는,
[아수라]가 천사를 노려보며 서있다!
이 둘의 시선이 마주치는 엇박자의 템포에,
천사가 들어온 뒷문의 문이
'쾅'!!
하고 닫힌다!
다시 뒷문을 바라보면 천사는 사라졌다?!
이제서야 . . . !
두 경찰관이 깜짝 놀라 뒷문쪽을 바라본다!
잠들어있던 중년여성도 화들짝 놀라 일어선다!
(7화에서 경찰관이 잠가놓았던)
현관문의 잠금장치가
'덜컥'!
하며 풀린다!
이제 파출소 안 사람들의 모든 시선이 꽂힌,
그 현관문을 열고,
검은색 정장 차림의 [아수라]가 파출소 안으로 들어온다.
놀란 눈의 경찰관들이 멍해진다.
아수라는 병준의 옆,
경찰관들의 앞으로 다가와,
말한다.
"죄송합니다.
제 동생이 실수를 했나보군요."
황당한 표정으로,
병준이 바로 옆의 아수라의 얼굴을 올려다 본다.
그 눈동자가 . . .
붉다!!
"한 번씩 상태가 심해지면 . . .
누나도 알아보지를 못해요."
더 멍해진 얼굴의 두 경찰관이,
모든 걸 이해했다는 듯이,
그저 고개를 연신 끄덕인다.
"아 . . . 네 . . . 그러시구나!!?"
아수라가 병준의 어깨를 잡아 끌어낸다.
살며시 잡은 듯한 손에서,
병준은 거부할 수 없는 힘을 느낀다.
병준을 현관쪽으로 데려가며,
아수라는 두 경찰관과 중년 여성에게 살짝 고개를 숙여준다.
"실례했습니다."
아수라와 병준이 파출소를 나간다.
파출소 안의 세 사람은,
모두 미동도 없이 현관문만 바라보며 서있다.
Mystiq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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