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티끄 (20)
61.
식사를 마친 환자들이,
덩치 큰 남자 간호사 3명의 인도 아래,
환자 휴게실로 들어오고 있다.
휴게실은,
50명 정도가 넉넉히 들어갈 만큼,
커다란 회색의 공간이다.
카펫이 깔려있고,
흔들의자도 있고,
곳곳에 소파들도 놓여져 있다.
TV와 비디오, 오디오 등의 가전기구도 보인다.
신문과 잡지들이 꽂혀있는 책꽂이도 여럿 있다.
한쪽의 벽에는 커다란 디지털 시계가,
또 한쪽의 벽에는,
생뚱맞게 보이는,
불교풍의 큰 족자가 걸려있다.
쇠창살로 된 문이 열리고,
환자들이 들어온다.
제각각의 특이한,
'미친' 행동들을 하는 환자들이,
익숙한 걸음으로 각자의 자리를 찾아가서,
그들만의 '미친' 행동들을 이어간다.
병준은 '백발의 남자'의 옆에서,
환자들을 두렵게 바라보며,
엉거주춤 서있다.
간호사들은 환자들의 모습을 흐뭇하게 훑어보고는,
휴게실의 문을 잠그고 나간다.
문 근처에 서있던 한 환자가,
간호사들의 뒷모습을 주시하고 있다.
간호사들의 모습이 시야에서 사라지면,
지극히 평범한 표정으로 돌아와,
다른 환자들에게 외친다.
"야! 갔어! 갔어!!"
휴게실 안의 '미친' 웅성거림이 단번에 그친다.
모든 환자들이,
지극히 정상적인 모습으로 돌아온다.
입을 헤, 벌리고,
괴상한 폼으로 의자에 앉아있던 환자도,
생색을 내며 편안한 자세로 의자에 고쳐 앉는다.
이들 환자들의 모습이,
여기저기 쏟아지는 그들의 말들과 함께,
병준에게 쏟아진다.
"아 이짓도 한두번이지."
"미친 척 하는 것도 쉽지 않아."
"야, 거기 신문 좀 줘봐."
너무나 정상적인 그들의 모습이,
오히려 더 비정상적인 광경을 만들어 낸다.
병준의 옆에 선,
백발의 남자가 병준을 바라보며 말한다.
"왜?
흔히 봤던 미친 사람들 모습이랑 틀려서 신기한가?
사실 TV에서 보는 미친놈들이,
더 리얼한 것 같애."
남자는 옆을 지나가는 환자의 어깨를 치며 외친다.
"야! 미친놈 흉내 함 내봐!"
환자는 온몸을 꼬고,
두 손을 바르르 떨면서 괴상한 짓거리들을 잠시 펼치다,
재미없다는 듯 다시 가던 길을 간다.
남자는 크게 웃는다.
"하하하하하하하하!!!"
남자는 계속 웃어댄다.
눈물까지 날 정도가 되자,
겨우 웃음을 참는다.
다시 심각해지려 노력하며,
휴게실에 있는 모든 환자들에게,
큰소리로 외친다.
"이봐!
이 친구가 우리에게 왔어!
[미스티끄]가 여기 있어!!"
당황한 병준이,
자신도 모르게 큰소리친다.
"난 [미스티끄]가 아니야!!"
TV 앞에 붙어 연속극을 보던 다른 환자가,
짜증나는 얼굴로 백발의 남자에게 외친다.
"닥쳐!
이 미친 새끼야!!"
백발의 남자는 장난스런 웃음을,
얼굴에서 지우지 않는다.
남자의 외침을 듣고 놀란 또 다른 두 명의 환자가,
병준과 남자를 향해 다가온다.
두 환자는,
반가운 얼굴로 병준을 맞는다.
"자네군!!
결국 여기로 왔어!!"
"우~~~~하!!
세상의 종말이다!!"
"하나가 된다!! 하나가 된다!!"
병준은 더욱 초조해진다.
"그만해! 집어치워!
난 미스티끄가 아니야!"
병준의 마지막 외침에,
두 환자가 깜짝 놀라 조용해진다.
놀란 두 환자에게,
백발의 남자가 친절히 설명해준다.
"이봐 친구들.
이 친구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어.
우리가 잘 가르쳐 줘야 한다구."
병준의 패닉은 히스테리에 이른다.
"당신들 . . .
도대체 뭐야?!"
백발의 남자가 답한다.
"우리?
우리들은 [현자]들이지.
하하 . . .
[현자]하고 같은 말이 뭔지 아나?"
남자의 잠깐의 뜸들이기조차,
병준의 신경을 건들인다.
아랑곳하지 않고,
백발의 남자 옆의 환자가 끼어든다.
"[ERROR]야, [ERROR]!!!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남자와 두 환자가 웃음을 터트린다.
서로를 손가릭질 하며 웃는다.
너무 웃어서 숨도 쉬기 힘들다.
또 다른 환자가 겨우 말을 잇는다.
"ERROR!!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백발의 남자는 겨우 먼저 웃음을 멈추고,
다른 두 환자를 진정시키며,
얼빠진 병준을 근처 소파에 앉히며 말한다.
"너무 이상하게 생각하지마.
우리도 너처럼 이곳으로 온 사람들이야."
병준이 더듬거리며 묻는다.
"검은 옷 입은 남자들?"
남자의 대답이 이어진다.
"그들은 [드루이드]들이야.
걸어다니는 시체들이지."
"시스템?"
남자는 대답대신,
모든 걸 아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아수라?"
"그건 또 하나의 너의 모습이지."
"당신들은 왜 여기에?"
"우리?
우린 남들이 모르는 진실을 알고 있으니까.
우린 우리가 전 생애의 어느 때에,
어느 곳에서,
무엇이라 불렸는지 알고 있으니까.
그래서 이곳으로 쫓겨난,
[추방자]들이다!!"
Mystiq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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