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티끄 (59)
149.
같은 시각,
어느 경찰서의 형사과 사무실.
형사반장과 박형사가,
컴퓨터 앞에 앉아있다.
함께 밤을 세운 듯,
책상 위 재떨이에는,
담배꽁초가 쌓여 넘친다.
커피를 담았던 종이컵들도,
탑을 쌓았다.
모니터에서는,
여성들의 신원명세가 넘어간다.
박형사가 무거운 눈꺼풀로,
힘들게 화면을 넘긴다.
크게 하품을 하며,
박형사는 키보드에서 손을 떼고,
의자에 몸을 묻는다.
반장의 눈동자는,
아직도 또렷이 빛나며,
묻는다.
"졸려?"
"솔직히 말씀드려서요,
네!
무지 졸립니다!"
반장은 다시 모니터를 바라보며 고민한다.
"음 . . ."
박형사는,
반장의,
'종아, 이제 그만하자!',
란 말을 기다리지만,
"또 커피 뽑아줄게."
살려달라는 표정으로,
박형사는 고개를 뒤로 젖힌다.
"아아아아아!!!"
반장이 자리에서 일어나,
사무실 밖 복도로 나가,
커피자판기 앞에 선다.
돈 넣을 필요없이,
누르기만 하면 되는,
직원용 자판기다.
먼저 커피 한 컵을 받고,
두 번째 컵을 기다린다.
컵을 채우는,
프림과 설탕 가득한,
커피의 물줄기를 바라보다,
반장이 손가락을 크게 튕기며,
들뜬다.
급히 컵 두 잔을 들고,
박형사에게 돌아온다.
"이봐, 박형사,
방금 생각났는데,
고병준이 고아잖아?
근데,
그 여자애는,
고병준하고 연관된 애지?"
박형사가,
귀를 기울인다.
"조사범위를,
고아로 줄여봐.
그리고 말이야,
저기 고병준이,
생년월일이?"
잠시 생각하다,
박형사가 대답한다.
"저기,
그러니까,
75년생이었죠?"
"좋아, 좋아,
서울시내 고아원 출신 여자애들 중에,
75년생으로 잡아봐.
저기,
우선은 고병준이랑,
고아원 동기들부터 뽑아봐."
"이거 너무,
갑자기 단순하게 가는 거 아네요?"
"함 믿어봐봐.
너도,
편해서 좋잖아!!"
박형사가 키보드를 두드려,
필요조건들을 입력한다.
검색한 인물들이 올라온다.
박형사는 이름들을 훑으며,
화면들을 넘기는데,
반장이 제지한다.
"안돼, 안돼!
사진을 봐야 해.
이름은,
가명일 가능성이,
100프로야.
얼굴을 보자!"
모니터에 뜨는 여자들의 얼굴.
20명 정도에서 끝이 난다.
"흠,
동창은 아닌가 보지?"
"다음은요?"
"뻔하잖아!
서울시내 고아원 출신,
75년생 여자로,
몽땅 다!!"
박형사가,
새 조건을 입력한다.
인물들이 올라온다.
반장은,
모니터에 시선을 고정하고,
새 담배에 불을 붙인다.
Mystiq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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