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사판) 마크로스 사가 I (3)
21.
글로발 함장이 [UNHCR] 일행에게 [SDF-1]의 브릿지 크루들을 소개한다.
리사와 클로디아를 제외하고 10명의 크루가 더 있다.
12명의 남녀비율은 6:6으로 같다.
[UNHCR]은 브릿지 내에 설치된 최신기술의 디스플레이들을 둘러보다 알파벳 사이에 섞여있는 [외계인의 문자]를 보고는 놀란다.
외계문자들은 '고스트 메모리'처럼 느린 주기로 나타났다 사라졌다를 반복하고 있다.
글로발 함장이 [UNHCR]에게 설명한다.
"이 우주선에 이미 설치되어 있던 오리지날 네트워크에 우리 지구의 기술로 만든 OS가 새로 설치되어 있습니다.
이 배의 네트워크 어딘가에 외계인의 데이터베이스가 아직도 남아있어서 인터페이스 부분에 미묘한 간섭현상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함선의 OS와는 논리적으로 분리되어 시스템 운용에는 전혀 문제가 없지만,
우리 기술진들이 네트워크를 온전히 지구망으로 덮어쓰기 위해 계속해서 마무리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디스플레이의 여기저기에서 슬며시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외계문자들을 바라보는 [UNHCR]의 표정이 두려움과 의문을 숨길 수 없다.
22.
글로발 함장이 브릿지 관람을 마친 [UNHCR]과 UN 관료들을 함교 엘리베이터로 안내하며 본격적인 [SDF-1] 투어를 시작하려 한다.
리사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함선의 내부를 향해 내려가는 [UNHCR] 일행과 함장에게 거수경례를 한 후 브릿지에 남아 함장의 빈 자리를 지킨다.
23.
함내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 안.
[UNHCR]은 글로발 함장에게 [SDF-1]과 마크로스 섬의 다운타운이 너무 가깝게 붙어있는 것이 아니냐며 우려를 표한다.
글로발 함장은, [SDF-1]이 지구대기권 밖으로 상승할 때 기존의 로켓 기술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고 안심시킨다.
[SDF-1]의 외계기술을 리버스 엔지니어링한 [그라비티 드라이브] (GD) 기술을 사용하여 마크로스 섬의 다운타운이나 주거구역에 어떠한 충격이나 영향도 주지 않고 이륙할 수 있다는 것.
함장의 설명을 들은 [UNHCR]이 흡족해 하며 말한다.
"그래야지.
전세계가 지켜보고 있는 이렇게 중요한 순간에 마크로스 난민들에게 불행한 사태가 조금이라도 일어나서는 안됩니다.
간신히 진정시킨 여론을 들쑤시는 최악의 PR 참사가 될테니까."
[UNHCR]에 이어 다른 UN 관료가 글로발 함장에게 질문한다.
"우주선이 마크로스 섬에서 [중력 조작] (GD) 기술로 떠오르면 굳이 위험하게 대기권을 이탈하지 않고 바로 상공에서 [폴드]하면 되는 것 아닌가요?"
함장이 답한다.
"이 우주선 처럼 거대한 물체를 실제로 [폴드]시키는 것이 처음입니다.
이 정도 크기의 함선이 [폴드]할 때 함께 '접히게 되는' 시공간의 반경이 얼마나 될 지 확신할 수가 없습니다.
[폴드] 반경 내에서 함께 '접히는' 모든 물질들이 이 배와 함께 강제적으로 시공간 워프를 하기 때문에 . . .
마크로스 섬의 상공에서 바로 [폴드]를 하다 반경이 예상보다 훨씬 더 클 경우에는 . . .
[SDF-1]과 함께 이 섬 전체가 우주공간으로 [폴드]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는 겁니다."
대답을 마친 글로발 함장의 표정은 심각한데, 이 답변을 들은 [UNHCR] 일행은 마크로스 섬이 우주로 통채로 옮겨진다는 것이 농담처럼 들린다는 듯 조금씩 키득댄다.
24.
로이는 도보로 이동하며 릭에게 UN군의 마크로스 기지 영내를 구경시켜준다.
릭의 수송대가 착륙한 활주로 근처에 방문객들을 위한 [UN 호텔]이 위치해 있다.
"나중에 저 호텔에 체크인 하면 돼."
로이가 이번에는 릭을 데리고 [마크로스 홀]로 이동한다.
UN군 병사들이 영내에서 휴식을 취할 때 모여서 식사도 하고 술도 마시는 여가 공간이다.
25.
글로발 함장이 [UNHCR] 일행과 함께 [SDF-1]의 광활한 거주구역을 둘러보고 있다.
이 공간은 함선을 수리하면서 새로 만든 것이 아니라 이 외계 우주선에 이미 설치되어있던 공간이다.
때문에 이 우주선은 외계인들의 항성간 이민선이나 대규모 수송선이었다고 짐작된다.
무엇보다도, 거주공간의 거대한 규모와 이를 채우고 있는 동선이나 시설의 위치 등을 보았을 때, 이곳을 사용했던 외계인들은 신체 사이즈가 인간보다 5, 6배는 더 큰 '거인'들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 거주구역의 존재 덕분에 [SDF-1]은 화성에 도착하면 별도의 레노베이션 없이 곧바로 새로운 [UN 화성기지]로 영구히 쓰일 예정이다.
이를 위해 수년 간 소비가 가능한 대량의 음식과 물자들이 함내 적재를 이미 마친 상태다.
[UNHCR]이 설명을 모두 듣더니 감탄하며 말한다.
"이건 마치 . . . 노아의 방주 같은 거군요!
아니 . . . 우주를 여행하는 도시인 건가?!"
글로발 함장이 이끄는 투어 그룹은 이제 [SDF-1]의 [무장 파트]로 이동한다.
함장이 [SDF-1]의 함내 [자체생산공장]의 소개를 시작한다.
26.
마크로스 홀 안이다.
로이는 릭에게 약속했던 '한 번도 먹어본 적 없는 최고의 중국요리'를 이미 배달주문해 놓았다.
홀 안에 설치된 대형 TV에서는 마크로스 섬의 유일한 TV 채널인 [MBS] (마크로스 브로드캐스팅 시스템)의 방송이 나오고 있다.
때마침 TV에서는 현재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전지구인 대상 오디션 프로그램인 [어스 팩터]의 광고가 흘러나오고 있다.
광고에서 소개하고 있는 것은, 마크로스 섬의 난민 대표로 어스 팩터의 본선에 진출하게 된 [린 민메이] (오리지날판 : 민메이) 라는 여성이다.
그녀가 [마크로스 위클리 페스티발]에서 펼쳐온 발랄한 춤과 노래 공연들의 스케치가 흐른다.
그녀의 공연을 보는 관중들이 모두 흥분해 있다.
특히 UN 군인들의 반응이 가장 뜨겁다.
이 장면들을 활기찬 나레이션이 함께한다.
"린 민메이!
마크로스 섬에서 가장 유명한 아이돌을 소개합니다!"
공연 스케치에 이어 민메이의 일상생활 모습이 또 다른 스케치로 등장한다.
민메이는 마크로스 섬에서 가장 유명한 중국 레스토랑인 [냥냥]에서 서버로 일 하고 있고, 필요하면 직접 바이크를 몰고 배달도 하고있다.
"거기다 생활력과 독립심도 아주 강한 당찬 여성입니다!"
이 마지막 나레이션의 소개문구에 딱 맞추어,
마크로스 홀의 문이 활짝 열리면,
TV 화면에서 방금 나온 듯,
바로 그 린 민메이가 철가방을 든 채 두 발로 우뚝 서서,
큰 소리로 외친다!
"로이! 배달 왔어요! 로이!!"
청바지와 티셔츠 하나만 걸쳤을 뿐인데도, 그녀는 아름답다.
로이가 릭과 함께 앉아있는 테이블에서 손을 번쩍 들면,
민메이가 테이블로 철가방을 들고와 주문한 음식을 능숙하고 신속하게 세팅해 준다.
릭은 홀을 떠나는 민메이에게 눈을 뗄 수가 없다.
릭의 눈길이 민메이의 모습을 쫓아 창밖을 보면,
그녀의 바이크 뒷자리에는 6살 정도로 보이는 [마야]라는 이름의 마크로스 섬 원주민 여자아이가 타고 있다.
민메이는 오토바이에서 내린 마야의 손을 잡고는 마무리 수리가 한창인 [SDF-1] 쪽으로 함께 걸어간다.
극비구역인 [SDF-1] 주변에 쳐진 출입통제용 바리케이드 문에서 커다란 덩치에 터질 것 같은 근육으로 온몸이 단단한 원주민 남성이 나와 마야를 두 손으로 안아 올린다.
마야의 아빠인 [마론]이다.
아빠의 품에 안긴 마야는 아빠의 목을 더욱 바싹 끌어안으며 어리광 부리고, 그 옆에 선 민메이가 마야를 토닥거린다.
지금 릭의 눈에는 너무나 행복한 한 가족의 모습이다.
이런 릭에게 로이가 말한다.
"크크, 미리 경고를 해줘야 겠구만.
절대 저 아가씨한테 빠지지 마라.
She will break your heart."
Mystiq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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