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티끄 (67)
161.
병준과 아수라가,
고아원 안,
나무 복도를 걷고 있다.
발걸음에 맞춰,
복도의 낡은 나무들이 삐걱댄다.
아수라가 말한다.
"여기서 기억은,
좋은 기억들 뿐이야.
모두 잘해주셨어."
아수라는 복도를 걸으며,
여기저기 구석구석,
애정어린 시선을 보낸다.
낡은 나무 신발장.
오래된 화분들.
병준이,
미안하다는 말투로 말한다.
"저,
네 말이 틀렸다는 게 아니라,
다른 곳일 수도,
있지 않을까?"
"여기 맞아.
분명히 여기야."
병준과 아수라가,
복도 끝,
어느 방 문앞에 선다.
아수라의 회상에서,
아수라가 잠자던 방이다.
문을 열고,
방안으로 들어온다.
아수라가 있던 때와는 다르게,
침대나 가구들은 모두 치워져,
놀이방으로 바뀌었다.
널직한 공간에,
유아용 미끄럼틀이나 놀이기구들이,
여기저기 어지럽다.
그러다,
방 한 구석,
'무언가'를 발견하고,
다가간다.
병준은,
제자리를 지키며 아수라를 바라본다.
'무언가'에 다가가,
그 앞에 서,
내려다 보면,
아수라의 회상 속에서,
남자 곰인형 '패티'와 함께 있다 헤어진,
여자 곰인형 '베티'다.
여기저기 터지고,
때 묻은 모습으로,
땅바닥에 앉아있다.
아수라는,
'베티' 앞에,
천천히 무릎을 꿇는다.
떨리는 손길로 들어올려,
품안에 안는다.
병준이 아수라에게 다가온다.
평소와 달리,
등돌린 아수라의 어깨는,
너무나 작아보인다.
아수라가,
'베티'를 안은 채,
병준에게 돌아선다.
"베티야.
내 친구,
베티가,
여기 있어."
예전,
어린 아수라의 방 안에서,
그렇게 둘이,
서로를 바라본다.
방 안 큰 창가에 열린 창문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아이보리색 커튼을 하늘하게 날리고,
커튼을 더 밀어내듯,
황금색 햇빛이 방안으로 쏟아진다.
창 밖의 놀이터에서는,
아이들이 즐겁게 놀며,
소리친다.
아수라가 말한다.
"내 이름은,
김우정이야.
이 별에서,
새로 생긴,
내 이름이야."
병준이,
그녀를 부른다.
"우정아."
Mystiq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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