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티끄 (66)
159.
서울 근교의 어느 녹지에,
빨간 지붕의 고아원이 보인다.
한적함 속에,
평화로이 서있다.
아이들이,
고아원 앞 놀이터에서 놀고 있다.
아수라의 회상 속에 나왔던,
바로 '그' 고아원이다.
노란색 개인 택시 한 대가,
고아원 앞에 선다.
아수라와 병준이,
택시에서 내린다.
아수라는,
떨리는 표정으로,
고아원을 바라본다.
생각나지 않는 추억을 떠올리듯,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에게도,
시선을 보낸다.
기사에게 요금을 지불하고,
병준이 아수라의 옆에 선다.
"여기 맞아?"
"이곳이 맞아.
여기서 자랐어.
10살 때 까지."
병준과 아수라는,
고아원의 현관으로 다가가,
문을 열고 들어간다.
160.
널직한 원장 사무실 안에,
회색의 수녀복 입은,
30살 중반으로 보이는,
안경 낀 수녀가,
자신의 책상에 자리를 잡았다.
그 앞에,
병준과 아수라가 의자에 앉아있다.
수녀는,
책상 위에 놓여있는,
두꺼운 서류들을 뒤적이며,
무언가를 열심히 찾는다.
아수라는,
그 모습을,
두렵고 애타게 바라본다.
서류 확인이 끝난 듯,
마지막 서류를 덮으며,
원장은 아수라에게,
미안한 표정으로 말한다.
"죄송합니다.
말씀하시는,
'김우정'이라는 이름은 없는데요."
아수라가 크게 실망하며,
간절히 말한다.
"그럴 리 없어요.
78년부터,
10살때까지,
여기 있었어요."
수녀는 서류 몇 장을 다시 뒤적이지만,
어쩔 수 없다.
"정말 죄송합니다.
당시 기록이 남아있지가 않아요."
아수라가 얼굴을 숙인다.
병준이 안스런 얼굴로,
수녀에게 묻는다.
"저기,
당시 근무하시던 분들께,
여쭤볼 순 없을까요?"
원장수녀가 조용히 말한다.
"전에 근무하시던 분들 중,
아직 살아계시는 분들은 없습니다."
병준과 아수라가,
섬뜩하다.
"지난 2, 3년 내로,
모두 돌아가시거나,
사고를 당하셨어요.
저희들도 정말 슬픈 일입니다.
모두,
집없는 아이들을 위해서,
한 평생을 살아오신 분들인데,
하느님께서,
그 분들을 너무 아끼셔서,
빨리 곁에 두고 싶으셨나봐요."
침묵이 흐른다.
아수라가,
포기한 표정으로,
힘들게 말한다.
"저,
잠시만이라도,
고아원 좀,
둘러보고 갈 수 있을까요?"
Mystiq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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