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션 (3)
진은 이제 단이 보여주었던 낡은 잡지의 스크랩을 집어들어 거기에 찍힌 바다의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
단이 몸을 뒤척이며 잠을 깬다.
진은 헤드폰을 벗는다.
"아 . . . 미안해, 시끄러워서 깬 거야?"
"몇 시간 남았어?"
"9시간쯤."
"아저씨는?"
"아직 . . ."
단은 진이 들고있는 자신의 스크랩을 눈치챈다.
"바다 이야기를 . . . 해줄래 . . ?"
잠시 심각해졌다가 '그래, 뭐 . . .'란 표정으로 미소를 띄며 바다 이야기를 들려주는 진.
"(스크랩의 바다 사진을 보이며) 바다는 이렇게 푸른 물이 끝도 없이 펼쳐져 있고, 끝도 없이 깊은 곳이래. 그리고 더 놀라운건 이 푸른 물들이 살아서 움직인다는 거야. 한번도 멈추지 않고 꿈틀꿈틀, 이걸 <파도>라고 한대 . . ."
"<파도> . . ?"
"응, 파도. 물이 이렇게, 이렇게 '쏴아아'하면서 밀려가는 거야."
"쏴아아~~ . . . ?"
"쏴아아 . . ."
잠시 마주보는 진과 단.
진은 그만 단의 속마음을 알아차린 듯 천천히 말을 잇는다.
"콜로니 THREE에서 돌아가셨어. 확장공사 도중에 가스관이 터져서, 생명선도 끊겨버린 채 밖으로 튕겨버렸던 거지 . . . 시체도 찾지 못했어 . . . 그러고 나서 한참 후에야 알게 됐어. 우리 아버지는 <바다>란 걸 본 적도 없다는 걸 . . ."
진은 다시 잠시 창 밖을 바라본다.
" . . . 나는 아버지처럼 살지 않을거야. 꼭 지구로 가는 이주권을 사서 <바다>를 볼거야... "
진과 단 사이에 잠시의 침묵.
위로하는 듯 단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겨우겨우 말한다.
"이제 한 건이야 . . . 한 건만 더하면 . . . 우리 셋 모두 . . . 지구로 . . . 가서 . . . 사는 . . ."
진이 고개를 돌려 바라보면 어느새 잠들어 있는 단.
진은 단의 담요를 덮어주고 다시 창밖의 우주로 고개를 돌린다.
6.
새로이 출항을 준비하는 돌핀호 내부의 활기찬 모습이 흐른다.
진과 단이 담요를 개고, 기계를 닦고 유리창도 닦고, 곧이어 음식과 산소팩들이 돌핀호로 내려온다.
돌핀호의 콕핏에서 단이 조작하는 돌핀호의 <로봇팔>이 화물을 잡고는 뒤의 창고로 가져가면, 창고쪽에서는 우주복 차림의 진이 돌핀호의 외부에 매달려 작업을 돕고 있다.
돌핀호 내부에서는 우주시대의 식사인 '음식팩(죽종류)'에 빨대를 꽂고 쭉쭉 빨며 단이 시스템 점검 중이다.
"연료 충전 좋고, 산소 충전 좋고, 예비물품 O.K., 당분간 먹을 밥도 O.K.!!"
때 마침 작업을 끝내고 헬멧 벗으며 단의 뒤로 다가오는 우주복 차림의 진에게 단이 아직 뜯지 않은 '음식팩'을 던지면, 진이 받아드는 '음식팩'에는 '바나나' 그림이 그려져있다.
바로 먹지 않고 음식팩을 자신의 바지 주머니로 찔러넣는 진.
"준비 다 끝났지?"
"준비 다~~ 끝났지! 한 사람만 빼면."
골 때리는 얼굴로 저 멀리의 SS호를 바라보는 진과 단.
"다 큰 아저씨가 정말 애도 아니고 . . ."
진이 창에서 등을 돌려 통신채널의 마이크를 잡고 SS호를 부르려는데, 단이 창밖의 광경에 놀라 진의 등을 다급하게 두드린다.
"이봐 . . . 이봐 . . . 이봐! 으아!!"
SS호에서 또 발차기 한 번으로 돌핀호의 콕핏을 향해 엄청 빠르게(또는 급하게) 날아오는 우주복 입은 아저씨.
그만 돌핀호의 콕핏에 大자로 처박히고 만다.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 해치 열어 . . 해치 . . "
기겁을 한 단과 진은 해치로 허둥지둥 달려가 선내로 아저씨를 끄집어 들인다.
돌핀호에 들어온 아저씨에게 버럭 화를 내는 선장 진!
"위험하게 이게 무슨 짓이예요! 혹시나 밖으로 튕겼으면 미아되는거야! 죽고싶어요 지금!! 아직까지 술취한 거예요!!"
"술취한 거 아냐, 봐라."
진의 면전에 대놓고 하~~해버리면 진은 입냄새에 손을 저으며 한 걸음 물러서고, 세 명은 심상치 않은 분위기로 다시 이야기를 시작한다.
"저놈들이 이번에 왜 덤핑까지 하게 됐는지 알아냈어!"
"그건 다 들었잖아요, 새로운 물운석 4개가 . . ."
다급히 진의 말을 잘라버리는 아저씨.
"그게 아냐!! 더 엄청난 게 나타났어! 이걸 알아내려고 콜로니까지 다녀왔단 말이야!"
이제 3명의 분위기는 끝내주게 진지하다.
"무슨 일이예요."
"우선 들은 데로 이야기해주지. 아주 옛날에, '롯사'인가 '랏사'인가, 그래 맞아, '롯사'라고 하는 코쟁이 나라가 있었는데, 이민 초기에 엄청나게 거대한 물수송선을 제조했다고 한다. 그때에는 지금과 같은 물제조공법이 없었을 때라서 저기 지구의 <바닷물>을 통째로 떠왔대."
<바다>라는 소리에 눈이 초롱초롱 빛나는 진.
"그런데 이 물수송선이 어느날 사.라.져.버.린.거.야."
"왜?"
"이유는 아무도 몰라. 그게 벌써 몇 백 년 전 이야기라니까. 그런데 말이야 . . . 그게 저기 수성 괘도에 나타났다는 거야!!"
"나타났다구요? 수성에?!"
"그래, 갑자기! 그래서 지금 정부쪽에서도 완전히 난리가 났다는거야. 경찰서에 있는 내 친구에게 힘들게 캐낸 정보지."
"거기에 진짜 <바닷물>이 있다구요?"
"그래! 진짜 <바닷물>."
"얼마나?"
"얼마나 담겨있을 것 같애? 그 물수송선은 말이야 우주이민 역사상 가장 큰 우주선이었대."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는 진과 단.
진의 눈은 망연자실이다.
"맙소사 . . . 물운석 4개에도 물값이 이렇게 떨어지는데 . . 그런게 발견되면 이제 이 장사는 끝나는 거야."
이 때 고개를 콕핏의 창쪽으로 하고 있던 단이 화들짝 놀라며 들고있던 음식팩까지 떨어트려 버린다.
"재수 없으면 지금 끝날지도 몰라."
아저씨와 진이 단이 보는 창밖으로 고개를 돌리자 경찰우주선이 돌핀호의 바로 앞에 콕핏을 들이밀며 내부를 바라보고 있다.
"이런 우라질!!"
재빨리 조종석에 앉는 진.
진이 돌핀호를 재빨리 후진시키지만 이미 돌핀호의 뒤도 경찰우주선이 막아버렸고, 곧 2대의 경찰우주선이 아래, 위까지 막아버린다.
그리고는 위쪽 돌핀호의 해치쪽에 내려앉은 경찰우주선이 돌핀호와 도킹한다.
"망했다!!"하며 두 손 두 발 다 들어버린 돌핀호에 경찰측의 통신채널이 열린다.
"경찰이다. 너희는 완전히 포위됐다."
해치가 열리면 5명 정도의 경찰들이 우루루 몰려들어와 3인조를 총으로 겨누고, 마지막으로 갈색 양복을 입고 선글라스를 쓴 우두머리인 듯 한 간부가 내려온다.
완전히 쫄아버린 3인조는 반사적으로 양 손을 든다.
"쏘지 마세요! 항복! 항복!"
3인조의 앞으로 다가오는 간부.
"당신들을 다음의 항목으로 체포한다. 우주이민법 1347조, 허가받지 않은 불법 우주선 소지 및 운항, 1476조, 불법 장물거래, 1692조, 정부소유 관리의 물운석 불법채취, 1842조, 허가된 항로 이탈. 이의있나?"
뻔뻔하게 오리발 내미는 아저씨.
"이거 무슨 소리십니까? 이 우주선은 어제 노동나갔다가 우연히 주워서 지금 신고하려는 참이구요, 물운석 불법채취는 정말 첨 들어보는 소립니다~~!"
무서운 얼굴의 간부가 마치 총을 꺼내 아저씨의 이마에 갖다대는 줄 알고, 아저씨 '히익~'하며 뒤로 움찔하면, 대신 아저씨의 눈 앞에 펼치는 것은 거진 8페이지에 이르는 돌핀호의 불법채취경력이다.
"당신들 3명은 52회에 걸쳐 정부의 물 1200겔런을 불법채취해서 팔아 총 2700만 크레딧의 부당이득을 착복했다."
더 이상 할 말 없는 아저씨, 더욱 뻔뻔해지며.
"헤헤~~ 우리가 1등 아닌가유?"
"그게 문제야."
라며 등 돌리는 간부의 바짓가랑이라도 잡아보려 3인조가
"저기요, 이것 좀 보세요~~"
라며 매달리려 하지만 총 든 우주경찰들의 위협에 찍소리도 못하고 가만 있으면, 이어지는 간부의 냉랭한 목소리.
"호송해."
경찰의 조종을 받는 돌핀호와 4척의 경찰선이 함께 방향을 틀어 '콜로니 ONE'을 뒤로한 채 출발한다.
7.
목성의 반대편까지 호송당하는 돌핀호.
무거운 분위기로 호송되는 와중에 갑자기
"정지!!"
라고 간부가 외치면 통신채널에서는
"콜로니 ONE의 레이다망에서 벗어났습니다. All Clear."
란 대답.
돌연 간부가 선글라스를 벗으며 3인조를 향해 미소를 짓는다.
선장 진이 대표로 묻는다.
"우린 이제 어떻게 되는 겁니까?"
"여태까지 부당획득한 크레딧 전면 몰수, 화성탄광에서 20년 노동형에 이 우주선은 강제압류."
계속해서 항의하는 아저씨.
"아니 왜 우리는 잡아가고 SS호는 안 잡아가는 겁니까? 이건 불공평하잖아요!!"
"이유는 잘 알텐대."
아저씨의 '뭔 소리야?'라는 얼굴에 대답하는 간부.
"자기 입으로 말했듯이, 당신들이 넘버1이니까."
이제 인생 다 포기했다는 듯 아저씨가 노골적으로 장난스럽게 던지는 질문.
"그럼 기왕 넘버1인데 좀 봐주면 안되나요?"
에 간부는
"그럽시다!!"
라며 황당한 답변을 낸다.
진이 침착하게 사태를 파악하려 한다.
"그러니까 우리가 넘버 1이라서 잡은거라구요?"
고개 끄덕이는 간부.
"그리고 . . . 우리가 넘버 1이라서 봐줄 수 있다구요?"
역시 고개 끄덕이는 간부.
"우리 일에 협력해 준다면 . . . 지금 이 상황을 체포가 아니라 <스카우트>라고 해 줄 수도 있지. 할텐가?"
간부의 얼굴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따라서 묘하게 미소짓는 진.
Mystiq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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