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티끄 장편극장

오션 (20)

62.

6인이 차례차례 사다리를 타고 내려와 아래층을 바라보면, 모두의 눈은 더욱 휘둥그레지며 놀라버린다.

6인이 바라보고 있는 풀실의 아래층, 그것은 마치 깊은 바닷속을 연상케 하는 거대한 비커 모양의 투명한 12개 풀의 집합.

그 12개 심연의 장엄함이 풀실의 윗층과는 또 다른 신비감으로 6인을 압도한다.

포니테일이 놀라움의 정적을 깬다.

"찾았어 . . . <오션 프로젝트>의 연구실이야!!!"

포니테일이 먼저 발견하고 다가가는 곳은 중앙통제실에서 처음 보았던 홀로그램 영상 속 과학자들이 서로를 소개하는 동영상에 배경으로 나왔던 조작부스 쪽이다.

가까이 다가가자 홀로그램 메모리 영상에서는 볼 수 없었던 8개의 길쭉한 캡슐이 놓여져 있다.

캡슐의 유리문은 검은색 코팅으로 안을 볼 수 없다.

항해사가 조심스럽게 첫 번째 캡슐의 버튼을 누르자, 검은색 코팅의 유리문이 '쉭-'하며 한 번에 열린다.

캡슐의 안에 있는 것은 메모리 영상에서 소개되었던 7인의 과학자들 중 한 명이다.

조심스런 손길로 목에 손가락을 대고 맥박을 확인한 항해사가 다른 이들을 향해 고개를 젖는다.

"죽었어."

과학자의 시신은 특별한 기술로 보관이 되어온 듯 전혀 부패하거나 변형되지 않은 홀로그램 메모리 속의 모습 그대로다.

다른 캡슐의 유리문도 차례차례 열면, 메모리 영상에 나왔던 6인의 남자과학자들의 시신이 드러나고,

7번째 캡슐에서는 아나의 시신이 나온다.

8번째 캡슐에 서있던 진이 느린 템포로 마지막 캡슐의 유리문을 연다.

그곳에 . . .

. . . 메이의 시신은 없다!!

63.

중앙통제실의 작은 방 안에서는 리더가 괴로운 듯 고개를 돌리고 방문의 밑으로 손을 뻗으면 좀 전에 리더가 끼워놓았던 문틈의 플라스틱 카드다.

리더가 문틈의 플라스틱 카드를 위쪽으로 힘있게 스윽- 긁어올리면 방문의 잠금장치가 풀리며 문이 열린다.

무서운 표정으로 작은 방에서 나오는 리더.

리더의 시선이 중앙통제실 바닥에 남겨진 두 정의 경기관총과 <PX-5>폭탄이 담긴 케이스로 향한다.

경기관총을 향해 성큼성큼 나아가 두 정을 집어들어 자신의 어깨에 건다.

폭탄 케이스를 들어 책상 위에 올리는 리더.

케이스를 열면 마지막으로 남은 두 개의 <PX-5>폭탄과 <원격점화장치>가 들어있다.

이를 바라보는 리더의 싸늘한 눈빛.

갑자기 리더의 등 뒤에서 사람들의 기괴한 절규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면, 등 뒤로 두렵게 고개를 돌리는 리더.

기괴한 절규소리가 더욱 크게 울리며 리더는 중앙통제실 안 수 많은 디스플레이 중 하나에서 <무언가>가 보이는 듯 떨리는 발걸음으로 천천히 디스플레이를 향해 다가온다.

그 예전 <알렉산더> 승객들의 절규소리가 더 크게 흐른다.

"지구다!! 지구에 돌아왔다!!"

절규소리가 절정에 이르면,

오션호 지구대기권 진입까지 남은 시간은 이제 <1시간 39분>!!

64.

풀실의 아래층에서는 6인이 풀실 아래층의 이곳저곳을 계속 살펴보는 중이다.

포니테일은 조작부스의 전원을 찾으려고 이리저리 살피는 중.

찾았다!! 하고 막 스위치를 올리려 하는데 조작부스의 전원이 자동으로 들어오고!!

포니테일의 바로 눈 앞에 오션호 과학자의 VM이 팍!!하고 나타나면, 놀라서 뒷걸음친다.

다른 일행들도 풀실 아래층의 여기저기에 나타나는 과학자들의 VM에 놀라 모두 아래층의 중간부분으로 자연스레 모인다.

지금 재생되고 있는 VM은 바로 일행들이 중앙통제실에서 처음 보았던 <2247년 2월 2일>의 기록.

아나가 카메라를 들고 풀실 아래층에서 여러 계기를 조작 중인 6명의 남자과학자들을 차례차례 잡아나간다.

6명을 다 찍을 때 쯤 타르코프스키 박사가 아나에게서 카메라를 넘겨받고는 아나에게 카메라를 들이밀면 아나는 쑥스러워하고, 다음으로 아나 옆의 요람 안에 있는 아이에게 카메라를 들이민다.

아나가 아이를 요람에서 꺼내어 안으면 그것은 3살때쯤 메이의 모습!!

65.

방금 막 통제실을 나와 복도를 걸어가는 리더.

그의 어깨에는 경기관총 2정이 걸려 있다.

성큼성큼 걸어가는 리더의 등 뒤로 처음 듣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리며 점점 멀어져간다.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큰 혼란 속의 다급한 목소리들.

"아이들까지 발작을 시작했습니다!!"

"B구역을 폐쇄해!!"

"사람들이 못 빠져나가게 해!!"

걸어가는 리더의 두 눈 앞에는 예전의 기억이 혼란스럽게 펼쳐지고 있다.

<알렉산더>의 복도에 여러 사람들이 모여있고, 우주선의 선원들이 그들을 몸으로 막고 있다.

그러다 어린 꼬마의 발이 사람들 속에서 튀어나와 선원들을 지나 재빨리 달려나가면 이를 만류하는 선원의 다급한 외침.

"꼬마야!! 가면 안돼!!"

울 것 같은 얼굴로 달려나가는 꼬마는 어린 리더다!!

오션호의 통제실 복도를 걸어가는 리더.

<PX5>의 폭탄가방을 꽉 쥐어잡고 있는 리더의 오른손에는 디스플레이의 유리 파편이 곳곳에 박혀 붉은 피가 흥건히 흘러내리고 있다.

리더가 떠난 통제실 안에는,

20개의 디스플레이들이 모두 깨져있고, 박살난 디스플레이에 박혀있는 유리들에서는 리더의 붉은 피가 두껍게 맺혀있다.

통제실의 바닥에는 단이 집어던졌던 <그림책>이 펼쳐져 있고, <아름다운 지구>의 페이지에 찍힌 지구의 사진 위에도 리더의 피가 고여있다.

66.

풀실의 아래층에서는 <2247년 2월 2일>의 VM이 끝나고 계속해서 오션호 승무원들의 다른 VM기록들이 이어지고 있다.

그들이 오션호 안에서 보냈던 15년 간의 기록이 6인의 눈앞에 펼쳐진다.

열심히 연구를 계속하는 연구원들 사이를, 이제 막 아장아장 걷기 시작한 메이가 주위를 거닐면 그런 메이와 어머니 아나를 바라보는 6인의 과학자들의 얼굴에서는 미소가 끊이지 않는다.

7인의 과학자가 점점 늙어감에 따라 메이는 어느새 소녀가 되어있고, 이제는 천진한 미소와 재밌는 이야기로 과학자들을 즐겁게 해준다.

그런 메이를 바라보는 아나의 애정어린 시선.

이미 끝나버린 500년 전 오션호 승무원들의 행복했던 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가면, 이 모습들을 지켜보며 슬픈 감정에 휩쌓이는 3인조와 정부요원들.

VM이 사리지며 잠시의 정적.

행복한 기억이 끝나고 새로운 VM이 플레이되면 이번에는 6인의 남자과학자들이 미친 듯이 절규하고 있다.

소녀 메이가 무서워서 울고 있고 아나는 그런 메이의 귀를 막으며 안아주면,

절규하는 6인의 남자과학자들을 바라보는 아나의 눈이 비장하다.

포니테일이 나직이 말한다.

"2254년 2월 19일. 지구가 멸망한 날이야."

VM을 바라보는 일행들의 얼굴이 더욱 굳어진다.

시간이 흐른 듯 맥없이 바닥에 쓰러져가는 과학자들.

그런 그들을 정성껏 간호하는 아나.

그런 그녀가 다른 과학자들을 부여잡으며

'힘내야 해!! 우린 살아남아야 해!!'

라며 외치는 듯.

하지만 과학자들은 하나 둘씩 죽어간다.

VM이 사라지고 또 잠시의 정적 뒤에 새로운 VM이 플레이되면, 죽어버린 과학자들의 시체를 힘겹게 끌면서 아나가 나타나고, 그녀의 뒤에는 이제 소녀티를 벗고 어린 아가씨의 모습을 한 메이가 시체드는 것을 돕고 있다.

아나가 캡슐에 눕히는 과학자의 시체의 VM이 지금의 시체가 누워있는 모습과 똑같이 겹쳐진다.

두 번째, 세 번째, 그리고 여섯 번째 시체.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나가 업고 오는 것은 메이의 시체다.

캡슐 안에는 진짜 메이의 시체는 없이, 메이의 시체의 VM이 눕혀진다.

아나는 털썩 바닥에 주저 앉아버린다.

67.

풀을 향한 복도.

리더가 땅바닥에 던져버리는 <PX-5>폭탄 케이스는 이제 비어있다.

다시 풀을 향한 복도를 걸아가는 리더.

<알렉산더> 내 복도를 뛰어가는 어린 리더의 모습이 겹친다.

좌우로 고개를 돌리는 어린 리더의 주변 모습이 흐른다.

창문에 머리를 박다 머리가 깨져 죽은 사람들.

피가 흐르는 손목의 칼자국.

이리저리 널부러져 있는 쇼크환자들의 모습.

이 모든 회상들을 박살내려는 듯 리더가 경기관총 한 정을 한 손으로 장전하고는 바로 방아쇠를 당길 태세로 총을 잡아든다.

68.

영상이 정지된 것 처럼 조금의 미동도 없이 주저앉아 있는 아나의 VM.

그런 아나가 측은한 듯 포니테일이 그녀의 어깨를 잡아주려 손을 가져가지만, 포니테일의 손은 아나의 어깨를 그냥 통과해 버릴 뿐이다.

포니테일이 조용히 입을 연다.

"아나는 . . . 모두가 죽어버린 뒤에도 . . . 혼자서 이 우주선을 지키며 8년을 버텼어 . . ."

아나를 바라보는 포니테일의 눈망울이 촉촉해지며.

"당신은 . . . 어떻게 그 세월을 홀로 견뎠던 거지?"

포니테일의 뒤편에서 전원이 들어온 부스의 컴퓨터를 조작하던 장비요원이 또 다른 엔터키를 탁! 하고 쳐내는 소리가 들린다.

긴장감 넘치는 잠시의 정적 뒤 장비요원이 모두를 향해 고개를 돌리며 말한다.

"<오션 프로젝트>가 . . . 완성됐어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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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stique

[리드완]

잘읽었어요~ 선작 누르고 가요 ^ ^

[ji******..]

너무 감사드립니다. *^^*

[삼대칠십]

한 화 한 화 끊는게 기가 맥히시네요. 판타지를 좋아하는 편이라 재밌게 읽었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글 부탁드려요~

[ji******..]

아쿠, 너무 너무 감사드려요~~! *^^*

[뾰족이언니]

완성되어 있는 다음화를 보러 가겠어요. ㅊ.ㅊ)> 꾸욱.

[ji******..]

따라갑니다앗~~!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