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티끄 (41)
116.
바닥에 엎드려,
고개 들어 미스티끄를 마주한,
병준과 아수라의 주위에서,
깨진 유리조각들이,
이상하게 반짝인다.
PCS의 경고음이 계속 요란하다.
아수라는,
잔뜩 굳은 몸을,
겨우 움직여,
미스티끄 쪽으로 떨어진 PCS를,
재빨리 낚아채고는,
복도쪽의 실험실 벽으로,
바짝 붙어앉는다.
병준도 그 옆에 붙어,
아수라의 어깨를 잡는다.
아수라는 PCS의 알람을,
꺼버린다.
병준이,
몸을 붙인 벽의 왼편 끝부분,
실험실의 출입문을 확인한다.
조심스레,
아수라의 어깨를 감싸,
일으켜 세운다.
미스티끄 쪽을 주시하며,
아수라는 제대로 움직이지 못한다.
병준이 아수라의 귀에 소근댄다.
"하나, 둘, 셋,
하면 뛰는 거야!"
미스티끄로 향한,
아수라의 얼굴이,
대답이 없다.
천천히 병준이,
숫자를 센다.
"하나,
둘,
셋!"
아수라를 잡아끌고,
왼쪽의 문으로 달려가,
문을 열어젖힌다.
아수라의 어색한 몸동작이,
다시 정신을 차려간다.
어둠이 덮은 복도를,
병준과 아수라가,
뛰어나간다!
117.
둘이 떠난 실험실의 검은색 속에,
미스티끄가 남아있다.
아수라와 병준이 도망가는 걸 보고도,
뒤쫓지 않는다.
조곤거리는 기이한 속삭임 소리가,
줄어든다.
미스티끄는,
사라져버렸다.
118.
노스의 방이다.
방의 창문으로 세어드는,
초록색빛이,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한다.
노스가,
들고있던 PCS를,
자켓의 안주머니에,
다시 집어넣는데,
무언가를 느꼈는지,
얼굴이 구겨진다.
"아수라 . . . !"
일그러진 얼굴로,
노스가 방문을 열고 나가,
무겁고 큰 걸음으로,
성큼성큼 복도로,
걸어 나간다!
119.
병준과 아수라가,
정신병자 사내가 서있던,
'하얀문' 쪽을 향해,
복도를 뛴다.
기다란 복도는,
미스티끄를 환영하며,
비명과 문을 두들긴,
환자들의 독방 구역이다.
뛰쳐나가는,
병준과 아수라의 모습 뒤로,
스쳐가는,
독방들의 문은,
모두 열려있다.
그 문들 너머로,
정신병자들의,
목 맨 시체들이,
방 마다 하나씩,
대롱거린다!
120.
병준과 아수라가,
하얀 문에 도착한다!
문에 막 다다르기 전,
무언가의 충격으로,
병준이 먼저,
자리에 선다.
하얀문이 조금 열려있다.
열린 문의 바닥 문틈에,
그 정신병자의 목이 끼어,
비틀려있다.
죽은 살덩이 바로 옆으로 다가와,
이 모습을 내려보는,
아수라의 표정은,
반응이 없다.
시체의 손은,
스스로 하얀문의 손잡이를,
꼭 부둥켜 잡고,
굳어있다.
스스로 이렇게 죽은 거야 ?!!
를 뒤로 하고,
문을 열면,
정신병원의 접수처가 있는,
출입구 라운지다.
121.
음침한 형광색 복도를,
노스가 걸어나간다.
노스의 진로에 맞추어,
양 옆의 문들이 열리면,
나머지 드루이드들이,
차례차례 나와,
노스의 뒤를 따른다.
사우스이스트가 없어진,
7인의 드루이드들이다.
122.
하얀문을 넘어,
라운지에 들어오는,
병준의 두 눈이,
더욱 커진다.
이 병원에서 모습을 보였던,
모든 간호사, 간호원, 의사들이,
라운지의 천장에 목이 매어,
20구의 시체들이,
대롱거린다.
터지는 구역질을,
간신히 틀어막고,
병준이 시체들의 사이를,
주춤거리며 지나간다.
병준의 방향을 향해,
시체들이 빙그르르,
모두 방향을 트는 것 같다.
라운지의 중간쯤 오면,
하얀문 너머 복도쪽에서,
노스의 고함소리가,
터져나온다.
"아수라!!"
Mystiq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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