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티끄 (2)
6.
병준이 일하고 있는 원룸 맨션의 관리실이다.
근무교대시간.
병준과 다른 관리인 아저씨가 보인다.
아저씨는 병준의 뒤에서 근무복 잠바를 벗어 옷걸이에 걸고는 사제 잠바로 갈아입고 있다.
옷 갈아입던 아저씨가 책상 한켠에 놓여 있는 케잌상자에 시선을 보내며 묻는다.
"병준아 . . . 그거 뭐냐?"
"아 . . . 이거요 . . ."
"너 또 그 아가씨 선물 산거냐?"
"저기 오늘이 생일이잖아요 . . ."
아저씨는 어이없다는 듯 병준의 머리를 한 대 쳐버린다.
"이 녀석아 . . . 언제 정신차릴래?
이런 쓸데없는 데 쓰지 말고 빨리 돈 모을 생각이나 해!"
아저씨는 나갈 준비를 한다.
"또 그 꿈을 꿨어요."
"뭐 또 여자애가 째려보고 있는 꿈?"
"잠자기가 무서워요."
"눈만 뜨면 자는 놈이 무슨 소리야.
행여나 자지말고 근무 똑바로 서, 응!"
7.
관리복 입고 모자도 제대로 쓴 병준이 관리일지의 빈 칸에 낙서를 하고 있다.
꿈에서 보았던 아수라의 특이한 복장의 스케치.
서툰 그림체.
그러다 관리실을 지나가는 사람의 그림자가 스친다.
급히 고개를 든 병준이 어느 여자의 뒷모습을 확인하고는 관리실의 문을 열고 나간다.
손에는 케잌상자가 들려있다.
맨션 현관까지 쫓아간 병준이 여자를 불러 세운다.
"저기, 저, 태영씨!"
'아, 또 저 녀석이야!' 하는 태영의 짜증난 표정 뒤로 병준이 달려온다.
태영은 병준이 관리인으로 있는 맨션에 살고 있다.
병준을 향해 몸을 돌린 태영의 표정은 반갑다는 듯이 웃고 있다.
"어머, 안녕하세요.
무슨 일이세요?"
"아 . . . 저기 . . . 오늘 생일이시잖아요."
병준이 어색하게 케잌상자를 태영에게 내민다.
태영은 멋적은 듯이 상자를 성의없게 잡는다.
하지만 표정만은 그렇지 않다.
"고마우셔라 . . . 잘 먹을게요."
병준에게 등을 돌린채 떠나는 태영의 얼굴이 다시 짜증나는 표정으로 돌아와 있다.
멀어지는 태영의 뒤로 병준이 바보같은 웃음을 지으며 어색하게 서있다.
그리고 한 남자가 맨션의 저 건너편 골목에서 이런 둘을 바라본다.
싸구려 선글라스를 낀 주름많은 너절한 베이지색 양복의 남자다.
담배에 불을 붙인다.
한 모금 빤 다음 한심하다는 얼굴로 연기를 내뱉는다.
8.
태영의 집안 현관에 신발들이 어지럽게 널려있다.
태영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온다.
신발을 마저 벗은 태영은 병준이 준 케잌을 무심하게 신발들 위로 던져버린다.
막 닫히는 문틈 사이로 저 뒤에서 통로를 걸어오는 베이지색 양복남이 보인다.
선글라스 낀 무표정한 얼굴이 태영의 집쪽을 바라보고 있다.
9.
여섯 집 정도가 현관을 마주본 채 일렬로 늘어서있는 좁은 맨션의 통로다.
베이지색 양복의 남자가 헝클어진 머리를 쓸어올리며 태영의 집 문앞에와 선다.
태영의 방 호수를 확인하는 듯 째려보고는,
다시 발길을 옮겨 태영의 바로 옆집 문앞에 선다.
주머니에서 조심스럽게 수술용 투명장갑을 꺼내어 조심스레 또 두 손에 낀다.
주머니에서 만능칼처럼 보이는 도구를 꺼내더니 자신의 앞에 있는 문을 바로 따버린다.
남자가 조용히 문을 닫고 집안으로 들어오면,
천장에 매달린 로프에 목을 매고 죽어있는,
머리가 벗겨진 50대 후반의 [국회의원]의 시체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10.
비오는 한밤중의 맨션 관리실에서,
비옷을 입고 있는 병준이 초조하게 관리실 안의 벽시계를 쳐다보고 있다.
[저녁 11시 10분]
병준이 초조하게 볼펜을 쳐대는 근무일지 위에는 [근무교대시간 저녁 11시]가 적혀있다.
관리실 책상 위의 작은 브라운관 TV에서는 저녁 뉴스방송의 헤드라인이 흐른다.
[정치자금 스캔들 정찬기 국회의원 실종 16일째]
Mystiq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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