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티끄 (25)
66.
반장의 차가,
정신병원에 도착한다.
주차장에 차가 서면,
문이 열리고,
반장이 나온다.
반장의 앞에,
기괴한 불빛을 내뿜고 있는,
회색의 건물이 보인다.
67.
병원 안 독방의 문이 열리고,
간호사에게 잡힌,
병준이 들어온다.
간호사는 병준을,
독방 안으로 거칠게 던져넣고는,
곧 문을 잠근다.
전자자물쇠의,
삑삑,
소리가 들린다.
기괴한 색감의 흰색 방 안에,
병준은 다시 홀로다.
68.
정신병원 1층 홀의 접수 데스크에,
여자 간호원 한 명이 앉아,
서류를 정리하고 있다.
코에 붕대를 감은 반장이,
간호원에게 성큼성큼 다가간다.
간호원이 고개를 들어,
그를 맞는다.
"무슨 일이신가요?"
반장은 경찰 신분증을 꺼내 보여주고는,
불쾌하고 퉁명스레 말한다.
"원장 불러봐요."
"원장님은 지금 바쁘신데요."
반장이 언성을 높인다.
"중요한 일이니까,
빨리 불러봐요!!"
반장의 등 너머로,
흰 까운을 입은,
[닥터]의 모습이 보인다.
아직 닥터의 얼굴은 보여주지 않는다.
닥터의 목소리는,
차분히 가라앉아,
표정이 없다.
"제가 원장입니다만,
무슨 일이십니까?"
반장이 뒤로 돌아,
닥터를 향한다.
반장은 닥터에게,
경찰신분증을 다시 꺼내 보여준다.
"수사에 협조 좀 해주셔야 겠습니다."
안주머니에서,
아수라의 몽타쥬를 꺼내,
닥터에게 보인다.
"이 여자 아십니까?"
닥터는,
대답하기를 주저하나,
내색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약간의 초조함이 느껴진다.
"아는 얼굴 같군요.
그런데 무슨 일이신지?"
반장은,
안주머니에서,
아수라가 그에게 건냈던,
명함을 들어보인다.
짧게 명함에 눈길을 주고는,
한마디 한마디에,
힘을 실어 읽는다.
"소망 사설정신병원.
간호과장 장현진.
이 여자가,
장현진 맞습니까?"
닥터는,
다음의 말 한마디에,
좀 더 신중을 기울인다.
"실례지만,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다른 곳도 아니라,
경찰서에서 말이야,
경찰관을 폭행하고,
보고자료를 빼내려고 했단 말입니다,
이 여자가!!"
잠시의 정적 뒤,
닥터가 신중하게,
다음 말을 잇는다.
"그 여자가,
경관님 코를,
그렇게 만든 건가요?"
닥터의 말에,
반장의 얼굴이 화끈 달아오른다.
목소리가 당황스럽다.
"이 코랑은 상관없어요!
내가 아니라,
부하 형사를 폭행했단 말이야!!"
또 잠시의 정적 뒤,
처음으로,
닥터가 얼굴을 드러낸다.
무미건조한 표정으로,
동그란 코안경을 쓴,
날카로운 인상의,
40대 후반인 듯한 사내다.
모든 걸 다 알겠다는,
편안한 표정으로 돌아와있다.
간호원에게 고개를 돌려,
부드럽게 말한다.
"김 간호원,
장현진씨 좀 불러봐요."
"네, 원장님."
간호원은,
대답을 마치고는,
접수처 뒤의 문으로 들어간다.
"우선은 죄송하게 됐습니다."
닥터의 말이 끝나자,
간호원이 '장현진씨'를 데려온다.
간호원과 장현진에게 돌린 반장의 시선이 놀란다.
아수라가 아니다.
50대 중반의 후덕한 몸매의,
다른 장현진이,
그의 눈 앞에 서있다.
반장의 놀란 얼굴이,
바로 닥터를 향한다.
"말씀하신 문제의 여자는,
저희가 데리고 있는 환잡니다.
고병준하고 같이 도망갔죠."
반장은 당황한 얼굴로,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다,
닥터를 향해,
화난 얼굴을 드러낸다.
"당신들 말이야!
일처리를 어떻게 하는 거야!
미친 연놈들 책임지고 있으면,
제대로 관리를 해야할 것 아냐!!
응!!
아무 죄없는 젊은 아가씨가 죽고 말이야!!
지금은 별 말없이,
넘어가는 줄 아는 모양인데!!"
반장의 심사가 뒤틀린다.
닥터를 노려본다.
"고병준이랑,
그 미친 년 불러와요."
간호원이,
흥분한 반장의 옆에 붙어,
끌어내려 한다.
"어허!
이거 놔!
이거 공무집행방해야!
고병준이랑,
그 썅년 불러오라니까!!"
닥터는,
반장의 모습을,
웃음을 머금고 보고 있다.
조용히 반장에게 다가가,
다정하지 않은 사무적인 팔짱을 끼고는,
접수처 옆의 방으로,
반장을 인도한다.
반장에게 건네는,
은밀한 대사가,
조용히 들린다.
"그러고 보니,
골치아픈 고병준일 다시 잡아주신 일에,
감사의 인사를 못 드렸습니다."
반장은 말없이,
'무슨 말이야?'하는 표정으로,
닥터가 이끄는 방으로 들어간다.
문이 조용히 닫힌다.
간호원과,
진짜 장현진이라는 간호과장은,
잠시 닫힌 문에 시선을 보내더니,
아무것도 아니란 표정으로,
그들의 자리로 돌아간다.
무언가 일어나고 있는 닫힌 문.
건너에서 손잡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며,
닥터와 반장이,
다시 모습을 드러낸다.
닥터와 반장,
둘 다 즐겁게 웃고 있다.
닥터의 너무나 자연스러운 웃음과 달리,
반장의 웃음은,
무언가가 비어있다.
닥터는 반장을 병원의 정문으로 배웅한다.
"나중에 다시 정식으로 감사인사를 드리겠습니다."
반장은 만면에 빈 웃음을 지으며,
녹음된 음성처럼,
말한다.
"아아~~~~~
별 말씀을~~~~~
당연한 일을 한건데~~~~~
말이죠!
하하하하하.
나중에 연락주시면,
제가 찾아뵙도록 하죠~~~~!!"
병원을 나가는 반장에게,
손 흔드는 닥터의 웃는 얼굴이,
반장이 병원 문을 나서자마자,
싸늘하게 식어버린다.
무언가에,
굉장히 화난 듯 하다.
Mystiq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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