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티끄 (64)
156.
전등 하나 켜져 있지 않은,
고아원 내부는,
흔한 가구들 하나 없는,
텅빈 회색 공간이다.
반장은,
이리저리 둘러보며,
여자에게 말한다.
"겉은 매우 오래되어 보이는데,
안쪽은 너무 . . .
깨끗하군요?!"
"불필요한 가구들을 들여놓는건,
낭비고,
죄악입니다."
반장은,
어깨를 한 번 으쓱한다.
"이 고아원에,
언제부터 근무하셨습니까?
연세를 뵈니,
좀 오래되신 것 같은데요."
여자는,
경계하는 눈초리로,
짤막하니,
끊어서 대답한다.
"설립될 때부터 있었습니다."
"근무하시는,
다른 분들은 없습니까?"
"저 혼자예요.
그래,
무슨 일이시죠?"
"사람을 찾습니다."
"누구 말이죠?"
반장은,
안주머니에서,
아수라의 지금 모습의 몽타쥬를 꺼내,
여자에게 보여준다.
"혹시,
이렇게 생긴 여자,
모르십니까?"
여자의 눈빛이,
의심쩍은 듯,
놀란 듯,
내리깔린다.
사진을 들어,
잠시 바라보다,
고개를 조용히 젓는다.
"모르는 여잔데요."
"그래요?
그럼,
이 아이는 어때요?"
반장은 아수라의 몽타주를 받고,
대신 '김우정'의 사진을 꺼내 보여준다.
"이 여자애요,
혹시,
아는 여자애 아닙니까?"
여자와 반장 사이에,
침묵이 긴장한다.
천천히 입을 여는,
여자의 목소리가 단호하다.
"모르는 여자앱니다."
반장은,
자기도 모르게,
싱긋 웃어버린다.
"그래요?!
방금,
여기 설립되었을 때부터,
일했다고 안하셨어요?
기록으로는,
여기 살다가 죽었다고 되있던데요.
아닙니까?!"
여자의 표정이,
미묘하게 떨린다.
긴장인지,
분노인지,
미간이,
조금 찡그려진다.
"글쎄요.
어쨌든 저는 모르는 애군요."
"그래요?
그거 이상한데."
반장이 빈정댄다.
여자가,
싸늘한 말투로,
쏘아붙인다.
좀 전과 달리,
매우 빠르다.
"뭐가 이상하다는 겁니까? 묻는 말에 모른다고 대답을 했고, 그거면 제가 확실히 대답을 드린 거겠죠. 더 이상 뭘 더 말해야 되나요? 영장이라도 있으신가요? 막무가내로 시민에게 질문을 퍼부어도 되는게 경찰입니까?!!!"
살기를 느낀,
반장의 표정이 당황을 감추려,
고개를 푹 숙인다.
뜻밖의 공세에,
허를 찔렸다.
고개를 들면,
여자는,
눈을 무섭게 부릅뜨고 있다.
반장은,
기세를 꺾는다.
"예,
대답 잘 들었습니다.
모르신다는 말씀이죠."
이쯤에서,
물러나야겠다,
하며 등을 돌리려 했는데,
저 앞 어둠 속에 가린,
복도 너머가,
눈에 밟힌다.
반장은,
다시 너스레를 떤다.
"저기 죄송합니다만,
커피 한 잔만 얻어 마실 수 있을까요?
설마,
주방이 없는 건 아니겠죠?!"
여자는 대답대신,
반장을 노려본다.
"커피 한 잔만 마시고 돌아가겠습니다."
여자는,
경계의 끈을 놓지 않는다.
"주방이라면 당연히 있습니다.
주방은,
꼭 필요한 설비니까요."
자기도 모르게,
반장이 피식 웃는다.
"그럼 화장실도 있겠네요?!!"
여자의 얼굴이 다시 굳어진다.
반장은,
정색하며 웃음을 지운다.
"농담입니다.
커피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Mystiq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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