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티끄 (62)
153.
지하철 역사 안 화장실.
아수라가 세면대에서,
세수를 한다.
도르제는 벗어서,
자켓안에 넣었다.
젖은 얼굴로,
거울 안 자신을,
바라본다.
붉은 눈동자가,
그녀를 노려본다.
전과 같은,
굳고 강인한 눈매다.
그 모습이,
맘에 들지 않는다.
세면대의 물을,
신경질적으로 쳐서,
유리에 뿌려버린다.
거울 속의 얼굴이,
이지러진다.
154.
화장실 앞에서,
병준이 기다린다.
아수라가 나오며,
옷에 손을 닦는다.
병준이 안스런 표정으로 묻는다.
"이제 괜찮아?"
대답없이,
빠른 걸음으로 걸어가며,
아수라가 퉁명스레 묻는다.
"파일 인쇄한 종이?"
병준은 멋쩍은 표정으로,
프린트한 A4 용지들을,
아수라에게 건넨다.
제법 두꺼운 뭉치는,
각 페이지 마다,
깨알같은 크기의,
기괴한 문자가 가득 차있다.
아수라는 말없이,
집중해 문자들을 읽어간다.
조금 걸어가는 앞에,
원형의 역사안 벤치가 있다.
다가가 앉으며,
아수라가 묻는다.
"너도,
생일이 75년 5월 19일이니?"
"어떻게 알아?"
"맨션 관리실에서,
같이 일하는,
아저씨 이름이 배성환."
병준이 깜짝 놀란다.
"너와 나에 대한 내용이,
모두 기록되어 있어."
"모두?!"
"모두."
"너와 내 미래도?"
아수라가 마지막 페이지를 들춰본다.
"오늘이 몇 일이지?"
병준이,
손목의 전자시계를 확인한다.
"10월 10일."
"오늘까지 기록되어 있어.
정확히,
10월 10일까지."
아수라가 마지막 페이지의 내용을 읽는다.
"인터넷 까페에서,
시스템의 [프로그램]에 불법침입,
자신들의 [엑소더스 파일]을 탈취한다.
아수라는 약기운이 떨어져,
아파한다."
아수라의 시선이,
다시 병준에게 향한다.
"놀랍지?
너와 나에 대한 모든 기록이야."
병준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다.
"우리들의,
전생도 기록되어 있어?"
"전생은 없어.
너와 내가,
지구에 돌아온 날부터야.
75년 5월 19일이 시작.
자, 어떻게 할까.
네 궁금증부터 풀까?"
병준의 얼굴이 굳어진다.
두려운 목소리로,
말한다.
"난,
내가 어태껏 어떻게 살아왔는지,
모두 알고 있어.
내가 알고싶은 건 한가지 뿐이야.
내가 아는 내가,
진짜야?"
아수라는 눈을 내리깔아,
종이를 뒤적이며,
약간 망설인다.
그러다,
무언가 결심한 듯,
답한다.
"넌,
고병준 맞아.
혼자서 고생하며 살아온 고아야.
그것도 아주 정직하게 살아온.
넌,
사람 죽인 적 없어."
병준이 안심한다.
차분한 표정으로,
아수라를 바라보며 말한다.
"이젠,
네 차례야."
병준의 기록 다음으로,
페이지를 넘기며,
담담한 목소리가,
내용을 요약해 알려준다.
"내 이름은,
김우정이었어.
부모님도 있었어.
아버지는,
평범한 회사원,
어머니는,
평범한 가정주부.
평범한 집의 외동딸.
4살 때,
부모님의 결혼기념일 저녁,
사고가 났어.
버스가 굴렀어.
부모님은 죽고,
나만 살아남았어."
아수라가,
멈춘다.
잠시의 정적 뒤,
기록을 이어간다.
"사고가 난 뒤,
고아원으로 갔어.
양친 집안쪽에서,
날 원하지 않았어.
뭔가,
사정이 있었겠지.
그 뒤,
내가 들어간 고아원은 . . ."
아수라가 말을 멈춘다.
눈에 힘을 주며,
기록들을 앞뒤로 뒤진다.
이번 페이지도 아닌 듯,
다음 페이지를 넘긴다.
아수라의 얼굴이,
찡그려진다.
".
.
.
소 . . . 망?
소망 사설고아원?!"
아수라의 얼굴이 겁에 질린다.
병준에게 고개를 돌리며,
말한다.
"여긴,
절대 아냐.
기억이 나.
여긴,
무서운 곳이야!!"
Mystiq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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