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티끄 (52)
143.
사람들 붐비는 거리,
병준과 아수라가,
급히 걸어간다.
병준이 묻는다.
"그래서,
그 [프로그램]이라는 게,
인터넷에 있다는 거야?"
"인터넷 자체가,
[프로그램]이야.
원래 [프로그램]은,
미국 정보기관과,
군 관련 네트워크에 저장됐어.
CIA, FBI, NSA, NASA, MI,
딥워터, 페이퍼클립,
말하자면 수도 없어."
앞쪽 거리에서,
큰 축제가 벌어지는지,
경찰과 진행요원들이,
차량진입을 막고 있다.
여기저기서,
도로위에 세워진,
가무대들을 점검한다.
아수라가 계속한다.
"그러던게,
네트워크망이 발달하니까,
특정장소에서,
엄격한 보안으로는,
더 이상 지킬 수 없게 되었어.
숨기면 숨길수록,
사람들은 더 알고 싶어하니까.
심각한 해킹 사건들 뒤에,
[시스템]은,
[프로그램] 보관방법을 완전히 바꾸어버렸어."
병준과 아수라가,
신호등 신호를 기다리려,
멈추어 선다.
둘의 뒤편 골목에서,
베이지색 주름진 양복의 '천사'가,
담배를 입에 물고 나타난다.
여유만만한 표정으로,
병준과 아수라를 바라본다.
아수라가 계속한다.
"[시스템]이 나서서,
지구상의 네트워크 구축을,
가속화 시켰어.
한정된 메모리로는,
더 이상 진화되는 [프로그램]을,
수용할 수 없다는 용량상 문제도 있었어.
그래서 어떻게 됐는지 알아?"
신호가 바뀌고,
둘이 걸어나간다.
그 뒤를,
'천사'가 따라붙는다.
"[프로그램]은,
이 세상 전체로 퍼져버렸어.
지구상 전체 컴퓨터 메모리로 분산되서는,
기막힌 방법으로 모습을 감춰버린 거야.
지금도 [프로그램]은 계속 진화하면서,
모든 네트워크의 메모리를,
야금야금,
집어삼키고 있어."
병준이 얼굴을 찡그린다.
"내가 이해하기엔,
어려운 걸."
"문을 굳게 닫고 있을 때는,
침입 대상은 뚜렷했지.
하지만,
문을 열고난 뒤에는,
또 다른 문들이 바다처럼 쌓여버려서,
여기저기 뿌려진 [프로그램]의 존재를,
스스로 잊어버리게 된거야.
마치,
자기 집 옆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는,
너네 맨션 사람들처럼.
자기 사이트 옆에,
바로 [프로그램]이 숨겨져 있는데도,
절대 알 수가 없지."
"근데 왜 하필 또 미국이야?
[시스템]도 강대국을 선호하는 거야?"
"당연한 소리.
힘있는 나라여야,
함께 거래를 할 수 있으니까."
"무슨 거래?"
"함께하는 연극이지.
[시스템]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반에 대한 계획을 세우지.
그럼,
세상의 허수아비 정부들은,
[시스템]의 결정을 추진할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
매끄러운 각본을 짜고,
멋진 연극을 펼치는 거야."
"그런 . . . !
사람들을 속여서,
얻는게 뭐야?"
"얻는 거?
많지,
아주.
권력을 유지할,
힘을 얻고,
수단을 공급받지."
"힘? 수단?!"
"하이테크놀로지,
IC칩,
야간투시기,
컴퓨터,
광섬유,
레이저,
이것들이 뭐라고 생각해?
세상을 움직이는 힘이야.
그리고,
꼭 미국만 밀어주는 건 아니야.
일본, 독일, 러시아,
[시스템]은,
세계를 하나로 만들려 하지만,
힘센 사자 한 마리만 키우지 않기 위해서,
영리하게 강대국들이 서로 견제하는 것도,
잊지 않고 있어."
병준과 아수라가 목적지에 도착한다.
"여기야?
컴퓨터랑,
모뎀 있는 곳이?"
병준은 아직도 머리가 어지럽다.
"응,
내가 알기론."
병준과 아수라가 선 건물의 2층에 자리잡은 목적지는,
'인터넷 카페'다.
Mystiq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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