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티끄 (51)
142.
경찰서 형사과 안,
신원조회 컴퓨터 앞에,
형사반장과 박형사가 앉아있다.
박형사가,
열심히 키보드를 치고 있다.
신원정보 화면들이,
빠르게 넘어간다.
반장은 옆에서,
모니터를 무섭게 노려본다.
몇 번 더 키보드를 치고나서,
박형사가 피곤한 목소리로 말한다.
"반장님,
아무리 생각해도 무리에요.
서울시 내로 범위를 줄이고,
나이를 22살인 여자만 찾아도,
숫자가 장난이 아니에요.
이런 말씀 드리는 건 미안하지만요,
그만 포기하시는게 어때요?
고병준이랑,
그 여자애가,
정신병원에 있었다.
그런데 병원에 화재가 나서,
모두 타 죽었다.
이제는 더 이상 물어볼 사람도 없다.
그럼 끝이잖아요."
반장은,
여전히 모니터를 주시한다.
"아니,
뭔가 구린 냄새가 난단 말이야.
너무 깨끗하게 끝나버린 것도,
이상하지 않아?
게다가,
무슨 약인지 몰라도,
갑자기 기밀처리 됐어.
뭔가가 교묘하게,
아뭏든,
구려."
박형사가 키보드를 조금 더 탁탁, 거리다가,
두 손을 들어버린다.
"반장님.
이제 그만 포기하세요.
이게 그렇게 중요한 문젭니까?!
어떻게 해보려 해도,
끝난 거에요, 이건!!"
반장이,
박형사에게 눈길을 돌린다.
박형사가 애원한다.
"반장님 . . ."
반장은,
박형사를 잠시 바라본다.
"내가,
왜 이렇게 매달리냐면,
보통 때는 말이야,
수사할 때 대장은 나야.
그렇지?
그런데 말이야,
이번 경우는,
전혀 그런 느낌이 안들어.
어떤 녀석이,
나까지 가지고 노는 것 같아.
뭔진 모르지만."
박형사가 한숨쉰다.
"반장님.
이제 그만해요."
반장은 생각에 잠겨,
의자에 몸을 파묻는다.
미간을 찡그리며,
천천히 입을 연다.
"그래.
자네 말이 맞아.
이번 사건은 그럼 이걸로 . . ."
장형사가,
팩스 용지를 들고 뛰어온다.
"반장님!!"
반장과 박형사가,
여기 또 다른 형사에게,
고개를 돌린다.
장형사가,
급하게 반장에게,
용지를 건넨다.
"그,
이태영 살인사건,
고병준요!
죽은게 아니었어요.
오늘 12시 34분에,
신촌 나이스 현금지급기에서,
100만원 인출했어요!
죽은 고병준이요!!"
용지를 받아들고 읽는,
반장의 눈빛이,
다시 날카롭다.
얼굴에 생기가 돈다.
"빌어먹을!!"
옆 자리 박형사의 어깨를 툭치며,
쏘아붙인다.
"너,
오늘 쉬는 날이냐?"
박형사가 당황스럽다.
"네?!"
"그럼 반납해."
반장이 환하게 웃는다.
"내가 야근 수당 많이 붙여줄게!"
Mystiq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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