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티끄 (68)
162.
서울 어느 한적한 거리,
길가에 자동차를 세워두고,
반장이 공중전화를 걸고 있다.
몇 번의 신호음 뒤,
경찰서 형사과 사무실 안,
박형사가 전화를 받는다.
"여보세요."
"이봐, 나야!"
"아, 반장님.
고아원은 잘 다녀 오셨어요?"
"뭔진 모르겠지만,
기분이 아주 나빴어."
"왜,
오늘 컨디션이 안 좋으세요?"
반장이 버럭,
흥분한다.
"뭔 소린지 못 알아듣냐?
우리 지금,
뭔가에 깊숙히 들어온거야.
뭔지는 아직 모르지만,
엄청 큰 사건에 깊숙히 들어온거라고!"
박형사가,
진지해진다.
"어떤 사건 말씀이세요?
고병준요?
아니면 김우정요?"
"고병준,
김우정,
정신병원,
고아원,
살인사건,
화재,
모두 연관이 있어."
"물증이라도 잡으신 거예요?"
"느낌이야."
박형사는,
맥빠진다.
"아 . . .
느낌 말이죠."
"야!
이거 장난아냐!
진짜 구린 거라고,
알아들어!"
박형사가,
목소리를 가다듬는다.
"절대,
장난이 아니란 건,
확실히 알겠습니다.
그럼,
이젠 뭘 해야 하나요?"
"재단.
정신병원과,
고아원 설립한 재단을 조사해."
"어느 정도로요?"
"최대한 깊게.
그리고,
이건 공식수사가 아냐.
이번 사건 담당은,
너하고,
나뿐인거야."
전화기를 든,
두 명의 표정이,
한껏 굳는다.
어색하게 침묵하다,
박형사가 말한다.
"전 솔직히 말입니다,
아직까지 모르겠습니다.
이게,
이렇게 매달려야 되는,
중요한 사건인가요?"
반장은,
'무언의 압박'으로 대답하고,
말을 잇는다.
"책임은,
모두 내가 진다.
키워드는,
'고병준'과,
'김우정'.
뭔지 알겠지?
'고아'다.
언제쯤 알 수 있나?"
"아주 깊숙히는 내일 아침이나 되야 할 거고,
대략적인 건,
3, 4시간 뒤 쯤이면 될 거예요."
"그렇지, 그렇지,
그럼 수고!
참,
나 핸드폰 안 가져 왔으니까,
연락은 삐삐로 해."
"지금 서로 안 돌아 오세요?"
"아,
나 중요한 일이 또 생겨서."
"탐문입니까?"
공중전화 박스 안에서,
반장이 담배에 불을 붙인다.
"아냐.
밥 먹고 가려고.
배 고프다, 야.
그럼 수고!"
반장은 전화기를 놓고,
담배를 몇 모금 더 빤 다음,
꽁초를 밟아 버리고,
고물 자동차로 돌아간다.
Mystiq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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