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티끄 (17)
52.
정신병원의 독방의 모습이 보인다.
노란색 불빛에 빛나는 사면의 흰 벽들이,
이 세상의 것이 아닌 듯한 색감을 만들고 있다.
출입문에서 본 정면에는,
굵은 쇠창살이 달린,
감옥에서 보던 것 같은 창문이 있다.
왼편에는 아수라가 누워있던 것과 같아 보이는 침대가 놓여있고,
오른편에는 간단한 세면시설과 변기가 있다.
침대 위에 병준이 누워있다.
서서히 눈을 뜨고 일어나면,
익숙하지 않은 독방의 모습에 낯선 시선을 보낸다.
53.
아수라는 병실에 아직 누워있다.
멍한 눈으로 표정없이,
흰 청장을 응시한다.
그녀의 빨간 눈동자 속에서,
저 먼 옛날 우주에서 보았던,
무한히 펼쳐진 별들의 모습이 천천히 돌아간다.
아수라가 멍한 목소리로 누군가에게 말한다.
"노아 . . .
별들이 보여요.
조용히,
천천히,
별들이 빛나요 . . ."
침대에 누운 아수라의 옆에,
흰까운을 입은,
[닥터]의 모습이 보인다.
얼굴은 보이지 않은 채,
흰까운의 뒷모습만이 그를 소개한다.
닥터의 목소리는 감정이라고는 담겨있지 않은,
너무나 차갑고 냉정한,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은,
완벽함.
"[그녀]의 기억이지,
너의 것이 아니야.
너는 [그녀]를 닮은 [인형]일 뿐이야.
[특이점]의 기억을 되살리기 위한 [미끼] . . .
아무튼 미끼로서 이번 일은 잘 끝냈다.
덕분에 특이점을 손에 넣었어."
아수라는 무언가 할 말이 있는 듯,
다시 입을 열려하면,
닥터는 이내 끊어버린다.
"쉿!"
아수라의 턱을 매만진다.
"너는 인형이야.
인형은 생각할 필요가 없어.
주인이 시키는 대로만 하면 되는거야.
널 위해 우리가 모든 걸 결정해 주니까."
닥터의 손이 쓰다듬는 아수라의 얼굴은,
무언가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54.
은은한 노란색의 기괴한 색감 속에,
병준이 초조하게 이쪽저쪽으로 걷고 있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그리고 몇 번의 작은 원을 그리다,
점점 발걸음이 신경질을 부리다,
스스로 맥이 풀린 듯,
침대에 누워버린다.
초록색의 모포는 이리저리 구겨져 있다.
잠시 천장을 노려보다,
다시 일어나 쇠창살 달린 창문에 매달린다.
정신병원은 시내에서 별로 떨어진 곳은 아닌 듯,
저 멀리 서울의 야경이 보인다.
병원의 바로 밑의 거리에서는,
평범한 모습으로 자동차들이 달리고 사람들이 걷는다.
입술을 깨물며 바깥 세상을 바라보는 병준은,
현실과 괴리됨의 쇠창살에 얼굴을 맞대기 전,
그 뒤의 출입문이,
'덜컥' 거린다.
고개를 돌린 병준에게,
"이제는 괜찮아진 것 같군."
"여, 여기는 어디죠?
감옥?!"
문 뒤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웃는다.
"안심해도 돼.
당신은 이제 병원의 안전한 보호 아래있다."
병준의 괴리됨은,
이제 완전해진다.
"시 . . . 시스템?!!!"
55.
간호복을 입은 덩치 큰 사내의 뒤를 따라,
병준이 병원의 복도를 걷고 있다.
양옆으로 많은 문들이 있다.
복도도 사면이 하얗다.
병준의 옆으로,
차트와 서류를 든 의사와 간호원 들이 드문드문 나타나 바쁘게 사라진다.
병준은 멍하니 걷다,
짐들고 가는 여자 간호사와 부딪힌다.
"죄, 죄송합니다!!"
병준은 황급히 떨어진 물건을 주워주려 허리를 숙이는데,
그 [하얀 가루]다.
전의 봉지들과 다른 [정품]인 것처럼,
비닐봉지 위에는,
이니셜 [M]이 찍힌 라벨이 붙어있다.
봉지를 잡으러 내민 병준의 손을,
병준을 인도하던 거구의 간호원이,
난폭하게 붙잡으며 병준의 몸전체를 들어올린다.
갑작스런 완력에 놀란 병준의 얼굴을,
잔뜩 일그러진 간호원이 노려본다.
병준은 다시 간호원을 따라 어딘가로 걸어간다.
56.
코에 붕대를 감고,
한껏 불쾌해진 표정으로,
형사반장이 서류뭉치를 들고,
경찰서의 복도를 빠르게 걷고 있다.
반장의 옆을 지나가는 한 사복 경찰관이,
반장에게 소리친다.
"이야, 서반장!!
코는 괜찮아!!!"
앞만 보고 사라지는 반장을 향해,
사복 경찰관의 비웃음이 무심히 꽂힌다.
"하하하하하하하하!!!
저 친구 말이야!!
어떤 년한테 코가 깨졌데!!!
그것도 여기서 말이야!!
하하하하하하하하하!!!"
Mystiq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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