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티끄 (34)
89.
어두운 실험실 안에,
철제 침대 8개가 원을 만든다.
흰 까운을 입은 연구원들이,
복잡한 차트를 들고,
각 침대에 붙어있다.
노스가,
한 침대 위에 누워있다.
침대 위에 누은,
다른 7명과 함께,
살벌한 전선의 접점들이,
알몸의 곳곳에 붙어있다.
이들을,
[닥터]와 병준이 바라본다.
옆의 연구원이 보고한다.
"프로젝트 포와,
올 스탠바이."
스위치를 잡고,
닥터에게 묻는다.
"시작할까요?"
노스가 누운 채 목을 들어,
병준을 바라본다.
그 얼굴은,
즐겁게 웃고 있다.
"시작해."
닥터의 대답 뒤,
고압의 전류가 거칠게 전선을 타고 달리며,
비명을 지른다.
병준을 보며 웃는 노스의 얼굴이,
스파크를 튀기며 타들어간다.
다른 7명의 실험체들이,
몸속을 흐르는 전류들과 비명을 질러도,
노스는 굳건히,
타들어가는 웃음을 지킨다.
실험실 안이 고요해지면,
박동이 멈춘,
'삐---' 소리가,
정적을 채운다.
90.
어느 건물의 구석에서,
닥터가 흰 까운의 노스에게 말한다.
"그가 나에게 와서 간청하더군.
아리안을 다시 불러내 달라고 말이야."
닥터가,
어색한 미소를 날린다.
"나는 자네에게 조언을 구하고 싶네만 . . ."
"아리안을 . . .
정말 다시 불러내실 겁니까?"
"나도 죽은 자의 영원한 휴식을 방해하고 싶지 않지만 . . .
그가 그녀를 너무 그리워 하고 있어.
몹시도,
그녀를 사랑하는 모양이지?"
제법 긴 정적이 흐른 후,
돌처럼 굳은 얼굴로,
노스가 답한다.
"그녀를,
다시 부르십시오."
원하는 대답이 나왔는지,
닥터의 미소가 흡족하다.
"자네도 그렇게 생각한다면야 . . .
할 수 없군."
등 돌려 떠나는 닥터를,
노스가 멈춰세운다.
"닥터.
그리고 저도 자원하겠습니다.
[프로젝트 포와]에."
91.
달빛만 비추는 병준의 독방 안 침대 위에,
병준과 [백발의 남자]가 마주보고 앉았다.
병준이 묻는다.
"나도 당신들과 같은 [에러]인가?"
"아니,
너는 [프로그램]의 중요한 일부분이지.
기억해.
너는 미래다.
너는 모든 것의 원점이야.
우린 곧 다시 만나게 될 거야.
넌 그때까지 해답을 찾아야 해."
어두운 방 침대 위에는,
병준만 남아있다.
닥터의 고함소리가 들이닥친다.
"말해!"
소리나는 곳을 찾는다.
"너희는 그곳에서 무얼 보았지!"
닥터의 모습 대신,
마지막 섬광이 병준을 덮친다.
92.
닥터의 치료실이다.
침대에 누운 병준의 감은 눈꺼풀 뒤로,
눈동자가 미친 듯이 돌아간다.
주사기를 든 간호사가,
닥터에게 묻는다.
"약 더 넣을까요?"
"됐어.
오늘은 이만하지.
벌써 죽으면 안되니까."
93.
[미스티끄]가,
서울의 야경을 비추는,
한강의 물결 바로 위를,
아슬하게 빠르게 날아간다.
도시의 야경 위로 날아오르면,
저기 멀리에,
목적지인,
[소망사설정신병원]이 보인다.
Mystiq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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