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티끄 (39)
깨진 이마에서,
핏덩이들이 한 번 더,
제대로 쿨럭이기도 전에,
사우스이스트의 손이,
우악스레 병준의 목을 움켜잡아,
공중에 들어올린다.
아수라는 이제 겨우 몸을 일으킨다.
입에서,
병준 것보다 더 새빨간,
피가 흘러내린다.
허공에 뜬 병준의 사지가,
죽기 전의 발버둥으로,
미친듯이 허우적거린다.
사우스이스트의 손아귀는,
더 세게 목을 조른다.
병준의 입에서,
투명한 침물이 벌컥 거리며,
핏물에 합류한다.
지겨워진 눈빛으로,
병준의 목을 꺾어버리려는,
사우스이스트의 등 뒤 방안에서,
아수라가 일어선다.
그녀의 빨간 두 동공이,
증오와 분노로,
피눈물을 흘린다.
몸의 양쪽으로 흘러내린 두 팔의 끝,
두 손을 감싼 검은색 도르제가,
서로에게 공명하며,
거대한 종소리의 베이스음을,
내려깐다.
도르제의 울음소리에,
사우스이스트는 흠칫 놀라며,
고개를 뒤로 젖혀 외친다.
"쓰레기!!!
감히 드루이드에게 도르제를 겨누는 거냐!!!"
사우스이스트의 윽박이,
아수라의 도르제를 폭발시킨다.
온 얼굴이 찌그러진,
분노로,
아수라가 포효한다!
"난 쓰레기가 아냐!!!"
도르제의 울음소리가,
고막을 터트린다!
도르제낀 아수라의 양 손이,
사우스이스트를 향한다!
손 주변의 시공간을 이그러트리며,
아수라의 두 손이,
사우스이스트의 머리를 잡는다.
저 멀리있는 두 손에,
진짜 머리를 잡힌 것처럼,
사우스이스트의 머리가,
우둑!
거리며 꺾인다!
공기를 세차게 가르는,
커다란 종의 공명 소리를 내며,
아수라가 두 손을,
몸 뒤로 젖힌다!
낚시줄에 걸린 고기가 튕기듯,
사우스이스트의 커다란 몸이,
뒤로 팍 튕긴다.
당황스런 얼굴로,
병준의 목을 잡은 손도,
놓아버린다.
절박한 표정으로,
아수라를 향해 몸을 젖힌다.
아수라의 두 손이,
다시 몸 앞으로 돌아와,
'무언가'를 쥐어짠다!
사우스이스트의 두 손이,
자신의 목을 향한다!
아수라의 두 손을 잡아떼고 싶지만,
그녀의 두 손은 저 앞에 있다!
아수라의 두 손 대신,
사우스이스트의 목 맨살에,
자신의 손가락이 박힌다!
더욱 이그러진,
'수라'의 얼굴로,
도르제 안,
아수라의 두 손이,
부들거린다!
사우스이스트의 두 눈이,
초점이 풀린다.
스스로 깊숙이 박아 넣은 목의 상처에서,
10줄기의 선혈과 함께,
켁켁 거리는 소리가 울려퍼진다.
아수라를 바라보는,
사우스이스트의 두 눈이,
울면서 애원한다.
대답 대신,
경멸하듯,
아수라는,
도르제낀 양 손을,
앞으로 크게 던져버린다.
사우스이스트의 거체가,
벽을 향해 날아가,
병준에게 한 구타의 복수처럼,
머리부터 박힌다.
그 큰 몸이,
아직 바닥에 쓰러져있는,
병준의 눈 앞에,
쿵 하고 떨어진다.
피범벅의 커다란 머리가,
90도로 꺾여있다.
병준이 아수라에게 고개를 돌린다.
공명의 비명을 서서히 그치는 두 도르제가,
아수라의 양 허벅지 옆으로,
풀썩,
떨어져내린다.
아직도 소름끼치는,
'수라'의 빨간 두 눈동자 위로,
풀어헤쳐진 긴 머리카락들이,
내려와 앉는다.
이 모습이 두려워,
내려깐 병준의 시선에,
죽은 사우스이스트의 안주머니에서 떨어져내린,
이니셜 M의 하얀가루 봉지가 잡힌다.
봉지를 집어든,
병준이 경악한다.
네 발로 기어,
사우스이스트의 시체 옆으로 가,
왼팔목의 옷을 젖혀 올린다.
무수한 주사자국으로,
멍들었다.
병준이 자신의 왼팔목을 확인하면,
똑같이 멍들어있다.
급히 정색하며 차가워진,
병준이 힘을 내 다시 일어선다.
병준과 아수라가 서로를 바라본다.
아귀의 얼굴을 거두고,
아수라의 두 눈이 여려진다?!
오른손을 내밀며,
병준이 말했다.
"아수라!
가자!"
서로를 바라보며 다가와,
병준과 아수라가,
손을 잡는다.
잡은 두 손으로,
함께 복도를 뛰어나간다.
병준이 왔던 길 방향으로,
조금 더 뛰어나가면,
둘이 다시 우뚝 멈춰선다.
저 앞 복도의 어둠 속에,
무언가 있다.
얼어붙은 표정으로,
아수라가 검은 슈츠의 품안에서,
PCS를 꺼내든다.
전원을 넣자마자,
요란한 알람음이 울린다.
복도의 바로 저 앞 어둠 속에서,
미스티끄가,
둘을 노려보고 있다.
Mystiq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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