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티끄 (24)
또 다른 섬광과 함께,
1,2차 세계대전의 흑백 기록영화가,
둘의 머리 속을 흐른다.
폭격기의 폭격으로,
폐허가 된 도시의 모습.
서로서로에게,
총을 겨누고 있는,
병사들의 모습.
유보트,
항공모함 엔터프라이즈,
제로센의 가미가제,
병사들에게 손 흔드는,
사람들의 모습.
남자의 목소리가 흐른다.
"처음 예정된 그랜드 크로스는,
1937년,
사라예보에서 시작되었다.
세계는,
시스템의 각본 아래,
서로에게 총구를 겨누었다.
새로운 시스템을 위한,
현실의 붕괴가,
시작되려 했어.
하지만,
첫 그랜드 크로스는,
전면 수정되었어."
병준이 외친다.
"왜!!"
또 다른 섬광과 함께,
히로시마 원폭투하의,
기록영화가 흐른다.
동근란 섬광 뒤에,
원폭의 거대한 버섯구름이 보인다.
"1948년,
그랜드 크로스의 대단원을 맺으려는,
시스템의 첫 번째 원폭이,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됐다.
그곳에서 뜻하지 않은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또 다른 원폭들이,
뉴욕, 파리, 런던, 모스크바에 떨어졌어야 했어.
하지만,
시스템도 알지 못한 사건이 벌어진 거야."
또 다른 섬광과 함께,
암흑이 펼쳐진다.
암흑 너머,
저 먼 곳에,
초록색으로 빛나는 점 하나가 보인다.
초록색의 점은,
일정한 주기로 그 크기가 달라지며,
짙게 빛나는 초록색 빛의 둥근 파장을 내보내고 있다.
마치 숨쉬듯 빛난다.
동그란 파장들이.
심장의 고동소리처럼.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폭의 폭발로,
히로시마 상공의 차원이,
3일 동안 뒤틀려 있었어.
그곳에서,
저 멀리 다른 차원의 우주로부터,
막 최종진화를 마친 [EAST-COW],
바로 [미스티끄]가 우리 차원으로 넘어온 거야.
시스템의 모든 계획이 수정되었고,
이제 끝에 다다르려던 첫 번째 그랜드 크로스는 중지됐지.
미스티끄는 그때부터,
시스템에게,
[BURST ERROR]라고 불리게 됐다.
공교롭게도.
너와 [그녀]가 [우주의 끝]을 본 날이었지.
미스티끄도,
너와 [그녀]가 본 그 비밀이 탐났던 거야."
"그 비밀이 뭐길래!
내가 갖고 있다는 비밀을 알면,
도대체 무얼 얻는 거야!!"
65.
마지막 섬광과 함께,
혼란스러운 정신병원 휴게실로 되돌아온다.
쇠창살의 문에서는,
환자들과 간호사들의 몸싸움이,
한층 더 격렬해져 있다.
간호사들도 몇 명이 더 달라붙어,
이제 막 문이 열리려는 찰나.
남자가 말한다.
"[PERFECT PROGRAM]은,
이 세상의 모든 실체를 파악한다는 걸 말해.
알겠나?
그 땐,
아무도 모르는 죽음 저 건너의 장벽도 넘어선,
절대권능을 획득하는 거야.
이 세상 모든 것은,
[퍼펙트 프로그램]을 가진 자의 손에 쥐어지는 거야.
미스티끄도,
시스템도,
앞으로 또 수 만의 시간 뒤에나 얻을 수 있는 비밀을,
지금 너는 가지고 있는 거야!!!"
문에서 벌어지던 힘겨루기가,
간호사들의 승리로 끝났다.
환자들은 모두 제각기 흩어지고,
간호사들은 거칠게 그들을 잡는다.
두 간호사가,
병준과 백발의 남자에게 달려들어,
병준과 남자를 떼어놓는다.
반항하는 남자를,
번쩍 안아들더니,
땅바닥으로 내동댕이치고는,
힘으로 깔아버린다.
또 한 명의 간호사가,
반항하는 병준을 잡고는,
휴게실을 나가려 한다.
간호사에게 제지당하는,
남자의 절박한 얼굴이,
외친다.
"넌 앞으로 긴 여행을 떠나게 될 거야!!
너는 미래다!!
너는 모든 것의 원점이야!!
그들이 다시 널 찾을 거야!!!"
간호사에게 억지로 끌려나가는 병준이,
쇠창살의 문을 잡고,
남자의 마지막 말을 듣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들이 누구예요!!!"
"순례자들!!!
저 먼 다른 별에서,
긴 여행을 해온 순례자들!!!!!"
"순례자!!!???"
간호사에게 끌려,
휴게실에서 나오는 병준의 눈에,
난장판이 된 휴게실의 모습이,
점점 멀어진다.
Mystiq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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