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티끄 (21)
62.
몹시도 화난 얼굴로,
형사반장은 정신병원의 약도를 들고,
경찰서 주차장의 자기 차로 다가온다.
불안한 몸동작으로,
열쇠를 자동차 도어에 꽂지만,
잘 열리지 않는다.
반장은 난폭하게,
발로 차문을 여러 번 차버리며,
짜증이 폭발한다.
몇 번 더,
열리지 않으려 삐걱대는 문과 씨름한 뒤에야,
문이 열린다.
차에 탄 반장은,
약도를 한 번 더 확인하고,
급히 악셀을 밟는다.
"썅년 . . .
내 눈 앞에 보이면 죽여버릴거야!!"
63.
정신병원의 환자휴게실에서,
두 손으로 머리를 움켜잡은 채,
괴로운 표정의 병준이,
고개를 숙이고 있다.
그의 옆에,
백발의 남자와 두 환자가 앉아있다.
남자가 말한다.
"자,
차근차근,
하나씩 물어봐.
우린 무엇이든 알고 있어."
고개를 숙인채,
병준이 입을 연다.
"시스템."
"시스템?
시스템 얘기는 드루이드들이 했을 텐데."
남자 옆의 환자가,
드루이드들의 말투를 흉내낸다.
"당신은 이제 시스템의 안전한 보호 아래 있다."
남자와 환자 둘이 또 한바탕 웃음보가 터진다.
"우하하하하하하하하!"
병준의 히스테리가,
이들의 웃음을 가라앉힌다.
"시스템!!
시스템이 뭐야!!"
남자와 두 환자는 다시 진지해진다.
남자가 답한다.
"시스템은,
이 세계의 막후야.
전세계의 정치, 경제 등 세상을 조종하고 있는,
숨겨진 세계의 실체지.
9명의 '원로'들이 운영하고 있어.
믿을 수 있겠어?
사람들이 모르는 거대한 [시스템]이,
아무도 모르게 이 세상을 움직이고 있는 거야.
사람들이 말하는,
'신'일지도 모르지.
시스템의 목표는,
[프로그램]의 완성이야."
"프로그램?"
"하나의 수식,
또는 여러 개의 수식으로 표현되는,
말 그대로 이 세상을 운영하는 [프로그램]이지.
세계는 하나의 거대한 프로그램이야.
과학자들이 수식으로,
블랙홀을 표현하는 것과 비슷한거야.
이 프로그램의 체계를 파악하려는,
거대한 프로젝트가 태초부터 진행되어 왔어.
인간의 유전자 배열의 파악에서부터,
이 우주 전체의 실체파악까지,
우리가 아는 과학의 수준이란,
지금까지 시스템이 완성한 프로그램의,
100분의 1 수준도 안돼."
"태초부터?!
그럼 시스템의 사람들은 죽지도 않는단 말이야?"
"우리 모두가 영원히 죽지않아.
차이는,
지금 전의 자신을 기억하느냐 못하느냐일 뿐이지."
"당신들은 기억해?"
"우리?
잊어야 하는 걸 기억하고 있으니까,
우리가 여기로 추방된거야!"
옆의 다른 환자가 맞장구친다.
"우리는 [ERROR]들이니까!"
남자가 다시.
"가장 유명한 에러가 누군지 아나?"
병준은 남자의 눈만 보며,
대답하지 못한다.
"케네디야!
JFK!!
케네디는 우리와는 달리 영향력있는 에러였지.
그는 시스템의 조종을 벗어나,
독자의 판단을 내리려 했어.
그래서 제거된 거야!
시스템에 위배되는 에러는 모두 시스템에 제거되는 거야!"
남자 옆의 환자 둘도,
심각한 표정으로 추임새를 넣는다.
"우리는 추방됐지.
저 미친 세상에서."
다시 남자다.
"세상이 언제부터 미치기 시작했는지 알아?
주위를 둘러봐!
저기 저 가짜 숫자들을 봐!
저 가짜가 진짜인 양 행세하는 미친 세상을 보라구!
디지털 시계, 디지털 컨버터!!"
남자의 시선이,
어지럽게,
휴게실 안에 있는 모든 디지털 숫자들을 훑는다.
TV 화면 채널의 디지털 숫자.
비디오 플레이어의 디지털 숫자.
오디오 플레이어의 디지털 숫자.
벽걸이 시계의 디지털 숫자.
Mystiq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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