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티끄 (7)
몸을 떨며,
한발짝씩 힘들게 다가오는 병준에게 눈을 맞추며,
천사는 태영을 소파 앞의 탁자로 끌고가 눕힌다.
태영이 온 힘을 다해 두 다리를 오므리면,
천사는 칼날을 태영의 목에 좀 더 깊숙이 찔러넣는다.
붉은 피가 이제는 여러 줄기를 타고 내려온다.
직감적으로,
태영은 두 다리에 힘을 푼다.
주인이 포기한 하체가 다가오는 병준을 향해 자연스레 벌어진다.
천사가 태영의 목에서 칼날을 빼면,
병준이 천사와 태영의 바로 앞에 도착한다.
천사를 바라보는 병준의 눈빛이,
덜덜 떨고 있는 몸체와는 달리,
살벌하다.
그렇게 천사를 향해 입을 연다.
"당신 . . .
도대체 나한테 원하는 게 뭐야?!"
천사가 답한다.
"[미스티끄].
날 위해 . . .
. . . 미스티끄를 불러줘."
갑자기 눈부신 섬광이 병준의 시야를 집어 삼킨다.
22.
밝은 빛 속에서,
병준이 '누군가'를 안고 있다.
그 '누군가'의 얼굴을 보면,
꿈 속에서 보았던 붉은 눈동자의 그녀,
[아수라]가 병준을 바라본다.
아수라가 무언가 말하려 하자,
병준의 눈앞을 또 다른 섬광이 덮친다.
23.
병준의 눈앞에 눈물을 흘리며 괴로워하는 태영의 얼굴이 있다.
놀란 병준이 태영의 몸 위에서 내려와 땅바닥에 넘어진다.
주저앉은 채 뒤로 물러나는 병준에게,
천사의 낮은 목소리가 위협한다.
"이리와.
제대로 끝을 내야지."
병준이 고개를 좌우로 돌린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다시 왼쪽으로,
속도가 빨라진다.
"무슨 . . . 소리야 . . . !
안해 . . . ! . . . 난 못해 . . . !!"
천사는 말없이 손가락을 까닥거리며 병준을 부른다.
병준의 몸은 천사와 태영에게서 더 멀어진다.
손가락을 멈춘 천사의 목소리가 심각해진다.
"이러면 . . .
. . . [계약위반]인데 . . ."
미친듯이 고개를 흔들며,
방안의 끝까지 도착한 병준은,
벽을 뚫고 나가려는 듯 계속 뒷걸음치고 있다.
어쩔 수 없군 . . .
. . . 이란 표정으로,
천사는 식칼로 태영의 목을 깊숙이 스윽 그어버린다.
쏟아져 나오는 선혈에 병준이 비명을 지른다.
천사는 태영을 뒤로한 채,
피묻은 칼을 들고 천천히 병준에게 다가온다.
수술용 장갑을 낀 두 손을 들며 말한다.
"안됐군 . . .
네가 죽인게 되겠는데?
잘은 모르지만 . . .
요즘은 올챙이 한 마리 들어간 것도 다 알아낸다고 하더라구?!"
천사가 점점 더 다가온다.
"나와 다시 [계약]하지 않을래?
나를 위해 미스티끄를 불러주면,
너를 천국으로 보내줄게 . . ."
공포로 일그러진 병준의 눈에,
이제는 완전히 움직임을 멈춘 태영의 몸이 보인다.
"왜 어렵게 세상을 살아가는 거지?
죽으면 천국에 갈 수 있잖아.
너 스스로 죽어서 천국에 갈 수 없는 거라면 . . .
내가 대신 죽여줄게."
천사는 이제 병준의 바로 앞에 다가와 선다.
무섭게 담담한 표정으로,
천사의 가장 낮은 허스키톤이 마지막 인사를 건넨다.
"어때 멋지지 않아?
나는 너를 천국으로 이끄는 . . .
. . . 천사다!"
Mystiq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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