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티끄 (36)
101.
병준의 독방문이 열리고,
거구의 간호사는,
병준을 방안에 던져넣는다.
방안은,
쇠창살 사이로 달빛도 사라져,
완전히 새까맣다.
겨우 몸을 일으켜 세워서,
병준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
눈을 적응시킨다.
방안의 모습이,
서서히 나타난다.
커다란 무엇이,
독방의 천장에 매달려있다.
병준의 두 눈이,
좀 더 힘을 주면,
병준은 이제 힘겹게 일어나,
저 커다란 물체를 향해 다가간다.
쇠창살 너머 달님을 가린 구름이,
걷히기 시작한다.
병준이 조금 더 다가간다.
구름이 강풍을 맞아 재빨리 물러간다.
달빛이 창살을 뚫고,
방안을 환히 비춘다.
천장에 매달린 것은,
죽은 국회의원의 시체다.
빙글 한 바퀴를 돈,
썩어가는 국회의원의 얼굴이,
병준을 바라본다.
뿌리채 나온 혀에서,
구더기들이 떨어진다.
그 얼굴은,
전보다 더 파래보인다.
완전히 질려 버린 얼굴로,
뒤로 도망가고 싶지만,
병준의 두 발은,
움직이지 못한다.
덜덜덜 떨리는 이빨 사이로,
병준이 말한다.
"이 . . .
이건 . . .
환각이야 . . .
현실이 아니야 . . .
난 . . .
난 미치지 않았어 . . .
난 미치지 않았어 . . . !!"
움직이지 않는 발을 포기하고,
용기를 낸 손이 움직인다.
덜덜덜 떨리는 손으로,
시체의 얼굴을 만지려 하는데,
축 늘어진 고개를,
갑자기 치켜올린다!!
차갑게 식은 시체가,
머리만 되살아난 듯,
이리저리 고개를 휘젓는데,
두 눈은 미친듯이 병준의 얼굴을 째려보며,
돌리지 못하게 압박한다!!
목 안에 가득 구더기가 낀 목소리로,
병준의 코 바로 앞에서 냄새를 내뿜으며,
시체가 말했다.
"그 곳의 벽은,
당신 마음의 벽보다 차가워."
이제야 열린 목구멍에서,
병준의 비명 소리가 터져나온다!
땅바닥에 그대로 주저 앉는다.
아직도 힘 풀린 두 다리 대신,
두 팔을 힘겹게 뒤로 뒤로 뻗으며,
굳은 몸이 뒤로 뒤로 후퇴한다.
출입문에 등이 닿으면,
두 손으로 손잡이를 부여잡고,
어떻게든 두 다리에 힘을 넣으며,
일어서 문을 쳐대며,
계속 비명을 지른다!!
"난 미치지 않았어!!!
난 미치지 않았어!!!"
병원의 여기저기서,
PCS의 호출소리가,
요란하게 울린다!!
102.
병원의 어느 방,
어둠 속에서,
노스가,
PCS를 꺼내 손에 든다.
"미스티끄!!!!"
103.
병원 현관의 접수처에,
여자 간호원이 앉아있다.
접수대 한켠에 놓인,
브라운관 TV 화면이 지직거리며,
요란하게 흔들린다.
머리 위의 형광등도 깜빡이더니,
불이 모두 나가버린다.
브라운관의 지직 소리 대신,
저 머리 위 더 높은 곳,
병원의 상공 위에서,
거대한 베이스음의 '우우웅!!' 소리가,
간호원의 몸 전체를 짓이긴다!
저 하늘 위 무언가에서 세어나오는,
기괴한 초록 형광색의 빛줄기들이,
한 번에 모두 켜진 듯 병원 전체를 밝히더니,
마치 각기 살아움직이는 크라켄의 촉수처럼,
병원의 창문을 넘어들어와,
빛이 사라진 내부를 후벼판다!!!
104.
병준을 떠나보낸 치료실에서,
닥터가 자신의 PCS를 꺼내든다.
상공에서 쏟아지는,
초록색 빛줄기들이,
방안을 낼름거리며,
닥터의 흰까운을 핥아댄다!!
닥터는 전혀 놀람없는 담담한 기색으로,
천장 너머 병원 상공의 '무언가'에게 말한다.
"[순례자]들이 나셨나?"
Mystiq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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