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티끄 (31)
82.
병준의 독방 문이 열리고,
간호사가 병준을 던져넣는다.
식은 땀을 흘리며,
병준이 거친 숨을 쉰다.
왼팔목이 걷혀있다.
즐비한 주사바늘 자국으로,
멍이 들어있다.
취침시간을 알리는 종소리가,
복도쪽에서 울려퍼진다.
독방의 불이 꺼진다.
힘들게 침대 위로 기어올라가,
벽을 보고 쓰러져 눕는다.
눈물을 닦는다.
왜 눈물이 나는지 알 수 없다는 표정으로,
눈물을 닦는다.
83.
어느 어두운 방안의 구석에,
잔뜩 움추려 든 모습으로,
아수라가 앉아있다.
어둠 속의 벽 어딘가를 노려본다.
84.
한밤 중의 독방에서,
병준이 겨우 잠들어 있다.
사방의 고요 속에,
[백발의 남자]가 나타나,
병준의 침대 위 머리맡에 앉는다.
벽의 쇠창살 너머 달빛이,
병준과 남자를 비춘다.
인기척을 느낀 병준이,
힘들게 몸을 일으킨다.
머리 위에 앉아있는 남자를 보고는,
놀라며 자세를 고쳐 앉는다.
독방의 문을 확인하면,
열린 흔적없이,
단단히 잠겨있다.
남자는 담담한 시선으로,
말한다.
"이곳에서 나가게 되면,
[FILE]을 찾아.
너와 그녀의 기록이 있을 거야."
"파일 . . . ?
어디서 찾으란 말이예요?"
백발의 남자는 대답없이,
바지 주머니 깊숙한 곳에서,
다 떨어져 가는 가죽밴드에,
이빨 빠진 유리 뒤로,
시침과 초침을 든,
아날로그 시계 하나를 꺼낸다.
남자는 시계를 바라보며,
지그시 웃는다.
"난 아직,
뒤틀리기 전의 세상과 연결되어 있지."
남자는 시계를 귀로 가져가 소리를 듣더니,
병준의 귀에다 시계를 댄다.
"어때?
이건 살아있다는 소리가 나지?"
병준의 귀에,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시계는 죽어있다.
남자가 시계를 병준에게 건넨다.
"이걸 가져.
앞으로 자네가 떠날 여행에서,
자네를 구해줄 거야.
너는 스스로 답을 찾아야 해."
남자는 병준의 손에 시계를 쥐어주고는,
병준의 손을 놓지 않는다.
병준의 눈동자 뒤를 꿰뚫어보며,
남자가 말한다.
"그대 마음의,
라르마카야를,
그대는 보게되리라.
그것을 보면,
그대는,
모든 것을 보게 되리라.
끝없는 통찰력과,
생과 사의 윤회와,
대자유의 경지를."
병준이 남자에게,
질문하려 하는데,
이제는 이른 햇빛이 내려앉은,
아침이다.
꿈이었나 . . .
란 표정이지만,
손에는,
남자가 준 '시계'가 들려있다.
매우 오래된 시계다.
시계를 뒷면으로 돌리면,
은색 스텐레스 표면에,
'제조일'이 찍혀있다.
[2013. 2. 2.]
이해할 수 없지만,
병준은 시계를 주머니 깊숙이,
찔러 넣는다.
Mystiq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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