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티끄 (61)
151.
번화가 대로변에서,
어둠 속에 잔뜩 가지를 친,
한 뒷골목에,
병준과 아수라가 숨어있다.
이제 숨을 고른 병준인데,
아수라는 좁은 골목의 담벼락에,
힘없이 기대어,
아직도 숨을 헐떡인다.
바라보는 병준이,
걱정스럽다.
"괜찮아?
어디 아픈 거야?"
가쁜 호흡에도,
태연한 척,
아수라가,
힘들게 말한다.
"괜찮아."
자켓에서,
3.5인치 디스켓을 꺼내,
병준에게 건넨다.
"이거,
프린트하는 것도,
잊지마."
"알았어.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
병준은,
몇 걸음 걸어가다,
안스런 얼굴을,
다시 돌린다.
"혼자서,
괜찮겠어?"
아수라는,
어색하게 웃어보인다.
"괜찮아."
허둥대는 몸짓으로,
병준이,
뒤골목의 어둠에서,
아직도 밝은 햇살 속,
대로가로 나간다.
남겨진 아수라의 숨이,
점점 더 가빠진다.
식은 땀이 흐른다.
지금,
아수라 주변의 세상이,
흔들린다.
152.
좀전까지도 쨍하던,
햇살의 세기가 꺾이기 시작한다.
맥도날드 햄버거 봉지와,
프린트된 종이뭉치를 들고,
허둥대는 몸짓으로,
병준이 뒷골목으로 들어온다.
아수라가,
땅에 쓰러져 있다.
온 몸이 땀으로 뒤덮혀,
거친 숨소리마다,
땀방울이 날린다.
병준이 뛴다.
"괜찮아?
괜찮아?!!!"
병준은,
아수라 곁에,
햄버거 봉지와 A4 용지를 던져놓고,
급히 아수라의 상체를 일으켜,
감싸안는다.
아수라의 가쁜 숨소리가,
병준의 몸을 때린다.
"오늘 갑자기,
너무 무리해서 그런거야?"
아수라를 보는 병준이,
심각해진다.
"우리,
병원 가자."
아수라를 일으켜 세운다.
하지만 아수라는,
일어설 마음이 없다.
병준을 잡은 두 손에,
힘이 더 들어간다.
병준이 다시,
아수라 앞에 앉는다.
"병원에,
헉,
헉,
간다고,
헉,
헉,
고쳐지지,
헉,
않아 . . ."
"병원에 가야지!
여기서 어쩔거야!!"
고통스럽게,
아수라가 고개를 든다.
잡은 두 손을 바짝 당겨,
병준의 얼굴을,
바로 앞으로 당긴다.
"약,
병원에서,
주어온,
약.
사우스,
이스트가,
흘린,
약."
병준의 표정이,
두려워진다.
"약?"
"약을,
줘.
약이,
필요해 . . ."
병준이 갈등한다.
그리고 싸하게,
굳어버린다.
"그만둬."
아수라의 두 손을 뿌리치고,
일어선다.
"그만둬.
그 따위 약 따윈,
이게,
널 이렇게 만들 걸 알면서도,
왜 또 약을 찾아!!"
아수라의 고개가,
힘없이 떨어진다.
"약을 줘.
약이,
있어야 돼."
아수라의 어깨가,
조금 들썩인다.
내려다 보는 병준이,
울컥하지만,
분해서,
고함친다.
"일어나!
이 따위 약을 못이겨!!"
싸늘한 잠시의 정적 뒤,
병준이 계속한다.
좀 전의,
호통은 없다.
"왜 이렇게 되버린거야 . . .
이러면서,
어떻게 도망을 가.
이러면,
이러면,
영원히,
도망치지 못해."
고개를 숙인 아수라의 어깨가,
심하게 들썩인다.
"약을 줘 . . .
너무,
아파."
병준이,
격해진다.
주머니에서,
이니셜 'M'의,
하얀 가루 봉지를 꺼내,
고개 숙인 아수라의 눈 앞에,
들이민다.
"이 따위 약은,
없는 거야."
봉지를 든,
병준의 손이 떨린다.
봉지를 움켜 잡은 손가락들이,
온힘을 다해,
봉지의 비닐을 뚫고 들어간다.
병준도 고개를 숙인다.
"이 따위 약은,
널 괴롭히는,
이런 약 같은 거는 . . ."
병준이,
말을 끝내지 못한다.
손가락에 터진 비닐 봉지에서,
흰 가루들이 땅바닥으로 떨어져 내린다.
아수라의 두 손이,
약 봉지를 잡은,
병준의 손을 잡는다.
고개를 떨군 채,
얼굴을 숨긴 채,
아수라가 말한다.
"하지만,
하지만 . . .
이게,
현실인 걸.
난,
약없인,
살지 못해.
그들이,
그렇게,
만들었어 . . ."
정적.
고개 숙인 병준이,
코를 훌쩍인다.
땅바닥에 두 무릎을 꿇고,
흘러내린 하얀 가루를,
주워 모은다.
Mystiq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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