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티끄 (11)
28.
8명의 검은색 드루이드들과 아수라, 그리고 병준이,
서울 어느 번화가의 거리를 바삐 걸어간다.
새벽녘까지 영업 중인 술집들에는,
술에 취한 남녀들이 서로 엉겨붙고,
주정꾼들은 거리 곳곳에 누워있다.
여기저기서 싸움의 소란도 이어진다.
앞서는 드루이드들과,
뒤의 아수라에게 포위된,
병준의 발걸음이 계속 강요되고,
용기를 낸 병준이,
검은색 거한들에게 질문한다.
"당신들 . . .
뭐하는 사람들이야?
뭐가 [특이점]이라는 거야?
도대체 . . .
[미스티끄]가 뭐야!!?"
병준과 가장 가까운,
[드루이드 사우스-웨스트]가 답한다.
"당신은 이제 [시스템]의 안전한 보호 아래 있다.
걱정하지 마라."
"[시스템]?!
[시스템]이 뭐야?!!"
즉답을 망설이는 사우스-웨스트에게,
노스가 고개를 까딱이면,
사우스-웨스트가 답한다.
"[시스템]은 지구를 관리하는 숨겨진 실체다.
너희가 알고 있는 나라라는 것들,
정부라는 것들,
모두 [시스템]의 말단부다."
어이없어 짐짓 발길을 멈추려는 병준의 등을,
아수라가 차갑게 밀쳐내면,
사우스-웨스트의 대답이 이어진다.
"[시스템]은 인류의 시작 전부터 이 별에 존재했다.
[시스템]은 이 별의 정치, 경제, 사회,
모든 분야를 관리한다."
[드루이드 이스트]가 이어서 답한다.
"[시스템]은 지구 이전 [화성 시대] 때부터 존속해 왔고,
그 기원은 아무도 모른다.
[시스템]은 오랜 세월,
[프로그램] 완성을 위한 [데이터]를 수집해 왔다."
[드루이드 사우스]가 이어서 답한다.
"[시스템]은 궁극의 [프로그램]을 만들며,
어리석은 인류의 존속과 발전을 위해 모든 일을 처리하고 있다.
당신들의 모든 신화는 바로 [시스템]에 대한 찬송이고,
[시스템]은 당신들이 말하는 [신]이다.
이 세상 모든 것을 주관하는."
병준의 얼굴은 더욱 어이없다!
"그럼 . . .
도대체 [미스티끄]란 건 뭐야?!!"
드루이드들이 모두,
갑자기 우뚝 멈춰선다.
노스가 병준에게 고개를 돌리며 답한다.
"[에러].
[프로그램] 완성을 위해 제거되어야 할 [에러]."
병준이 차갑게 쏜다.
"당신들 미쳤어."
노스가 대꾸한다.
"아니, 이건 현실이다."
병준과 노스가 서로를 노려본다.
이스트가,
노스에게 보고한다.
"[미스티끄] 재출현,
동북 방향 입니다."
계속 병준을 노려보는 노스가,
처음으로 표정을 드러낸다.
그것은,
비웃음.
"직접 보아야만 믿는다는 건가?"
29.
텅텅 빈 6차선의 고가도로를,
새빨간색의 스포츠카가 달려나간다.
우렁찬 엔진음과,
차내에서 울리는 유행가 소리가,
요란하다!
차 안에는 오렌지색 염색과 비싼 정장으로 치장한 남자와,
짧은 치마의 젊은 여자가 타고 있다.
둘 다 취했다.
남자는 조수석에 탄 여자의 다리를 만진다.
30.
이 맹렬한 스포츠카의 속도를,
뒤에서 따라붙는 '무언가'가 잡으며,
자동차를 덮친다!!
31.
악셀을 밟는 남자의 얼굴이,
멍해진다.
멍청한 웃음이 얼굴 전체를 채운다!
스포츠카가 좌우로 비틀거린다.
여자가 놀란다!
"야, 너!
정신차려!!"
악셀을 더욱 밟으며,
초점없는 눈동자의 남자가,
여자를 바라보며 말한다.
"우리 같이 천국으로 가자."
즐겁게 웃으며,
남자가 핸들을 왼쪽으로 꺾는다!
빨간색 차는 고가도로의 왼편 가드레일을 뚫으며,
허공으로 날아오른다!
조수석 여자 앞의 사물함이 덜컥 열리며,
비닐 봉지에 든 흰색 가루와 주사기가 튀어 나온다!
자동차가 낙하한다.
지면과 부딪히며,
폭발한다!
32.
자동차의 화염을 뚫고,
'무언가'는 다시 검은 하늘을 향해 날아간다!
33.
불붙은 자동차의 모습을,
노스와 아수라, 병준이 보고 있다.
다른 드루이드들은 PCS를 들고,
자동차의 잔해로 다가가며 무언가 조사를 시작한다.
PCS 화면에서는 제각각의 막대 그래프들이,
요동치며 움직인다.
병준에게 노스가 말한다.
"이제 알겠나?
이것이 [버스트 에러]다.
돌발 에러,
[미스티끄]."
노스를 노려보는 병준의 두 눈에,
이제 두려움은 보이지 않는다.
그런 그가 입을 연다.
"당신은 지금,
이 사람들의 죽음이 [에러]라고 하는 거야?"
노스를 노려보며,
병준이 다시 입을 연다.
"이제 알겠어.
모든 것은 [시스템]에 의해 정해져 있고,
그 [프로그램]인지 뭔지에 따라서,
세상이 돌아간다는 얘기.
사람 하나하나가,
언제 태어나고 죽는지도 모두,
그 [프로그램]인가에 정해져 있다는 거지.
여기 이 사람들이 [미스티끄]를 만나서,
예정에 없이 죽게 되었는데,
이게 [에러]라는 거지.
내 멘션에서 죽은 국회의원도,
[미스티끄]를 만나서 [에러]가 된거군."
해답을 찾은 기쁨의 웃음이,
불쾌감으로 바뀌며,
병준이 쏘아붙인다!
"그럼 태영씨는 태어날 때부터 그 [천사]라는 변태에게 죽도록 [프로그램] 되어 있었다는 거야?!!
웃기지마!!!
이건 이 사람들이 부주의해서 죽은 거야!!!
국회의원도 스스로 목숨을 끊은 거야!!!
죽는 것도 자신의 의지가 아니란 말이야!!!!!"
병준의 절규에도,
노스는 담담하다.
화난 병준의 시선이,
노스의 등 뒤 사고 현장으로 초점을 옮기면,
땅바닥에는,
비닐봉지에서 터져나온,
[하얀색 가루]가 흩뿌려져 있다!
Mystiq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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