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티끄 (42)
하얀문 너머 복도에서,
드루이드들의 구두 소리가,
커진다!
병준은,
아수라의 손을 잡고,
병원의 현관을 향해 뛴다.
하얀문에서,
노스와 드루이드들이 나온다.
병준과 아수라가,
현관문을 열고,
병원 바깥의 세상을 향해,
뛰어나간다.
가장 빠른 걸음으로,
노스가 현관문에 도착한다.
문 열고 밖으로 나가면,
저 멀리서,
병준과 아수라의 뒷모습이,
멀어져 간다.
노스가 절규한다.
"아수라!!!"
더욱 저 멀리에서,
아수라가 갑자기 멈춰서,
노스에게 고개를 돌린다.
아수라를 바라보는,
노스의 두 눈이,
애원한다?!
그 눈을 바라보는,
아수라의 두 눈이,
흔들린다?!
아수라를 앞서다,
다시 뒤로 돌아온,
병준의 손이,
아수라의 손을 잡는다.
노스를 바라보는,
아수라의 시선이,
냉정해진다.
고개를 돌린 아수라가,
병준의 손을 잡고,
다시 뛰어나간다.
우뚝 선 노스의 뒤로,
6인의 드루이드들이 선다.
노스의 얼굴이,
분노한다.
그 뒤에서,
울음소리가 들린다.
'백발의 남자'가,
[이스트카우]별에서,
지구로 환생했다는,
안경을 낀 환자다.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노스에게 다가와,
그 팔에 매달리며,
울먹인다.
"왜?
왜 난 데려가지 않지?
왜 항상 나만 남겨두는 거야?
나도 하나가 되고 싶어!
왜 항상 나만 남겨두는 거야!!!"
잠자코 듣고 있던 노스가,
몸을 휙 돌리며,
정신병자의 안면에,
펀치를 날린다.
환자의 안경알이 부서져,
얼굴에 박힌다.
피범벅이 된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며,
비명을 지른다.
노스는 한 번 더,
또 한 번 더,
펀치를 날린다.
붉은 피가 사방을 덮으면,
환자가 땅바닥에 널부러진다.
그 위로,
굵은 빗줄기가,
하나 둘 씩,
떨어진다.
123.
굵은 빗줄기가,
어느 더러운 뒷골목을 적신다.
포장 안 된 흙바닥에,
이미 물이 고여,
전신주의 파란 조명을,
반사한다.
병준과 아수라가,
뛰어와,
파란 조명 속에 선다.
병준은 가쁜 숨을 몰아쉬고,
아수라는 아무렇지도 않게,
서있다.
허리를 숙이고,
숨을 가다듬는,
병준을 지나,
무심히,
아수라가 떠나간다.
흐트러진 옷들 사이로,
들어난 맨살에서,
김이 서린다.
떠나가는 그녀에게,
병준이 묻는다.
"어디로 가는 거야?"
멈추지 않고,
아수라가 말한다.
"돌아가.
당신은 아직,
돌아갈 수 있는 세계가 남아있어.
나와 함께 가면,
당신도 빠져나올 수 없어."
몇 천 개의 빗방울이,
'두두' 거리고,
병준이 말한다.
"아냐.
나도 너와 같아.
나도 돌아갈 수 없어.
현실과 환상,
둘 중에,
어느 것이 진실인지,
알 수 없어.
하지만,
이젠,
어느쪽 세계로도,
돌아갈 수 없어."
아수라는 멈추지 않는다.
"그리고 . . .
널 혼자둘 수 없어.
널 혼자두지 않을 거야."
아수라가 멈춘다.
어깨가 떨리더니,
격하게 병준을 향해,
뒤돌아 선다.
"난 대체 뭐지!
난 대체 뭐냔 말야!
왜 당신이지?
이런 감정도,
모두 심어진 거야?
나는 '그 여자' 기억 속에 사는,
인형인거야?
도대체 뭐가 '현실'이지?!"
굵은 빗줄기가,
둘의 머리 위로 쏟아진다.
빗소리가 더 거세진다.
124.
아리안이 물었다.
"우리,
어디선가 만나지 않았나요?"
Mystiq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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