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티끄 (14)
40.
어느 경찰서의 모습.
전경들의 닭장차 몇 대가 경찰서 앞에 서 있고,
정문은 두 명의 전경이 지키고 있다.
근무복 입고 들어오고 나가는 경찰관들의 모습이 보인다.
아수라는 경찰서의 현관문을 연다.
2층으로 가는 계단이 정면에 있고,
그 양옆에 난 복도로 여러 과들의 사무실이 들어서있다.
아수라는 병준에게서 받은 쪽지를 꺼내 읽는다.
쪽지를 읽는 아수라의 얼굴에는,
작은 땀방울들이 맺혀있다.
왠지 피곤한 듯,
상태가 좋지 못하다.
계단에 오르기전 오른쪽 벽에 붙은 사무실 배치도를 확인하더니,
2층으로 올라간다.
41.
지하철 역 플랫폼의 의자에 병준이 앉아있다.
병준의 모습을 막 들어오는 지하철 열차가 가린다.
42.
경찰서 2층의 형사과 안이다.
사복입은 형사들이 바삐 움직이고 있다.
아수라는 사무실의 입구에서,
막 사무실을 나오는 형사 한 명을 잡고,
쪽지를 보여주며 형사반장의 위치를 묻는다.
형사는 손가락으로 사무실의 맨구석을 가리킨다.
형사반장이 책상에 두 다리를 올리고,
크게 뒤로 젖힌 소파에 푸욱 들어누워,
신문을 읽고 있다.
그의 신문으로 가린 시야에,
검은 정장의 아수라의 모습이 다가와 선다.
아수라의 인기척에,
반장은 신문을 덮고 다리를 내리며,
자리에 고쳐 앉는다.
"누구십니까?"
아수라는 대답없이,
그녀의 자켓 안주머니에서 명함 하나를 꺼내어 건넨다.
반장은 명함을 받아 확인한다.
[소망 사설정신병원 간호과장 장현진]
명함을 확인하는 반장을 내려다본 후,
아수라는 반장의 책상 한켠에 놓여있는 서류에 눈길을 준다.
그곳엔 병준의 사진과 지문이 찍혀있는 서류가,
다른 문서들과 함께 섞여있다.
병준의 사진 옆에는 빨간 펜으로,
[살인혐의 수배]란 글자가 써져있다.
아수라가 서류에 붙은 병준의 사진에 시선을 고정한 채,
반장에게 말한다.
"우리가 찾는 환자가 문제를 일으켰나 보군요."
반장은 아수라의 눈길을 따라 병준의 사진을 보더니,
당황해 하며 묻는다.
"이 녀석 아십니까?!"
아수라는 자켓 안에서 반으로 접힌 서류를 꺼내어 반장에게 건넨다.
반장이 서류를 펴보면,
병준의 사진이 붙어있는 환자카드의 복사물이다.
반장은 고개를 들어 아수라와 눈을 맞춘다.
아수라가 말한다.
"어디있는지 알고 있습니다.
도움이 필요한데요. . . ."
반장의 입가가 슬며시 쪼개진다.
". . . 잡아서 저희에게 다시 넘겨주시기만 하면 됩니다."
반장이 흥분한 모습으로 자리에서 황급히 일어선다.
서류정리하는 근처 책상의 부하형사들에게 소리친다.
"이봐, 김형사, 박형사!
변태살인자 고병준이 신고 들어왔으니까 빨리 출동준비해!!"
책상을 떠나는 반장에게 길을 내주는 아수라가,
갑자기 식은 땀을 한꺼번에 쏟아내며 몸을 휘청인다.
그녀가 보는 세상은 지금,
천천히 어지럽게 돌아가고 있다.
43.
지하철역의 폴랫폼에서,
병준은 의자에 앉아 여전히 아수라를 기다리고 있다.
플랫폼에 설치된 촌스런 빨간색 디지털 시계가,
09:50에서 09:51으로 넘어간다.
다시 시계의 빨간색 디지털 숫자가,
09:51에서 09:52으로 넘어가려는 순간,
지상의 지하철역 입구에서 지하의 플랫폼까지,
미친듯한 속도로 여기저기로 산만한 시선을 보내며,
아래로 향한 계단을 미끄러져 내려오듯 쏟아져 내리는,
미스티끄가 병준을 덮친다!!
44.
플랫폼에 설치된 촌스런 빨간색 디지털 시계가,
09:51에서 09:52으로 넘어간다.
병준은 플랫폼의 의자에 앉아,
역의 더러운 바닥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다.
열차의 도착을 알리는 신호음이 플랫폼에 울린다.
열차가 도착하고,
문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또 한 번 쏟아져내리는 사람들의 물결을 기대하며,
병준이 고개를 들어,
자신의 앞에 도착한 열차를 바라본다.
그러면,
병준의 앞에서 문을 열고 있는 열차안에는,
아무도 타고 있지 않다.
고개를 돌려 플랫폼 안을 확인한다.
아무도 없다.
지금 이곳 지하에 있는 것은,
병준 혼자뿐이다.
열차가 문을 닫고 다시 출발한다.
병준은 자리에서 급히 일어서 사라지는 열차와 함께 뛰어간다.
맨 뒷칸 조종석의 창문을 확인한다.
열차의 조종석도 비어있다.
그리고 병준의 등뒤에서,
뚜벅뚜벅,
하는 발자국 소리와,
또각또각,
하는 지팡이 소리가 들린다.
완전히 얼어버린 얼굴로,
병준이 자신의 뜻과는 다르게,
서서히 고개를 뒤로 젖히기 시작한다!
Mystiq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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