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티끄 장편극장

미스티끄 (46)

131.

땅위에 떨어지는,

수 조의 빗방울의 충격음이,

지하 역사 안에서,

울린다.

역사의 구석 바닥 위에,

격하게 벗긴,

서로의 옷 위로,

병준과 아수라가,

누워있다.

병준이 먼저 눈을 뜬다.

아수라의 이마에 흘러내린,

머리칼을 쓸어올려,

그녀의 잠든 얼굴을,

바라본다.

그러다,

무언가 생각났는지,

아수라의 왼쪽팔을 들어,

팔목을 보면,

수많은 주사자국으로,

멍들어 있다.

섬뜩한 표정 뒤에서,

닥터의 냉정한 목소리가 울린다.

"너희는,

이제,

시스템에서,

완전히 추방됐다."

132.

정신병원,

아수라의 독방 안,

어둠 속에,

사우스이스트가 눈 뜬 채,

죽어있다.

환자들은,

각자의 방 안에,

목 매달려,

대롱거린다.

이 모든 시체들 위에,

석유가 뿌려져,

번들거린다.

하얀 문의 문턱 사이에,

고개가 돌아긴,

그 정신병자 사내의 시체 위로,

노스가,

휘발유를 뿌린다.

빈통을 바닥에 던져버리고,

병원의 현관 라운지로,

하얀문을 넘어간다.

133.

병원 직원들이,

매달린,

라운지의 중앙에,

닥터와 드루이드들이,

서있다.

노스웨스트가,

흰 까운을 입힌,

누군가의 시체를 가지고 와,

닥터의 발앞에 던진다.

닥터는 무릎을 구부려 앉아,

시체의 머리칼을 움켜잡고,

고개를 들어 올린다.

그건,

닥터의 얼굴이다.

죽어있는,

자신의 얼굴을 보며,

닥터가 미소를 짓고,

노스에게 말한다.

"이거,

급하게 만든 것 치곤,

잘 만들었는데?"

닥터는 자기 얼굴을,

바닥에 던지고,

크게 손뼉을 치며,

일어선다.

134.

짙은 어둠이,

정신병원에,

고요하다.

비가 그쳐,

병원 앞마당 곳곳,

물이 고였다.

병원을 바라보며,

닥터와 드루이드들이,

선다.

노스가,

병원 현관 문을 열고,

마지막으로 나온다.

유리 현관 너머,

병원의 라운지에서,

커다란 화염이 치솟는다.

노스는 닥터의 옆에서,

불타오르는 병원을,

바라본다.

벌겋게 빛나는,

안경 뒤,

파괴를 즐기는 눈으로,

닥터가 말한다.

"존재해서 안되는 건,

존재할 수 없지."

병원 안,

목매단 환자들과,

직원들과,

사우스이스트와,

정신병자 사내가,

맨살을 검게 터트리며,

타들어간다.

닥터가,

노스에게,

"안 그런가?

그런데,

존재해선 안되는 존재가,

아직 두 개나 남아있어."

노스가 답한다.

"사우스이스트가 죽었습니다 . . .

아수라는,

강합니다.

우리들 중,

누구보다도.

그 녀석은,

모든 걸 태우려는,

불과 같습니다."

노스를 바라보는,

닥터의 얼굴이,

재밌다며,

답한다.

"거기다,

우리 아닌,

다른 누군가가,

심어준 능력이지."

닥터는 고개를 들어,

붉은 잿가루가 날아오르는,

맑게 게인 밤하늘을 향해,

기지개를 펴,

이스트에게 묻는다.

"미카엘에게,

연락은 있나?"

드루이드 이스트는,

PCS를 들어,

신호음을 확인한다.

"대답이,

없습니다."

닥터는,

목을 돌린다.

"흠,

미카엘에겐,

잠시 휴가를 줘야 겠군.

어떤 때는,

말이지,

'맨 투 맨'이,

더 효과적일 때가 있지.

이런,

좁은 세상에선,

말이야."

135.

병준과 아수라가,

함께있는,

지하철역의 밖도,

비가 그쳤다.

역사로 내려가는,

지하도 입구 계단에,

한 남자가 쭈구려 앉아,

담배에,

불을 붙인다.

한모금,

깊숙히 빨고,

천천히 뱉어낸다.

너절한,

오렌지색 양복을 입은 남자,

[천사]라는,

사나이다.

능숙하게,

담배를 입에 물고,

자켓 안주머니에서,

매우 오래되어 구겨진,

흑백사진,

한 장을 꺼내든다.

외국의 어느 거리에서,

동료들과 찍은 사진.

고풍스런 유행의,

양복 위 코트,

중절모를 쓴,

12명의 남자들,

한 가운데에,

'천사'가,

서있다.

사진의 오른쪽 아래 귀통이에,

필름에 손으로 새겨넣은,

날자가 보인다.

[1918. 4.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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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stique

[뾰족이언니]

재미있게 읽고 다음 화로 넘어 갑니다. ^^*)/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