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티끄 (45)
130.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공허의,
'우주' 속,
자그마한,
별들의 불빛이,
하나,
둘,
나타난다.
이 무한의 공간에,
아리안을 품에 안은,
병준이 떠 있다.
피와 오물이 사라진,
새하얀 천이,
둘을 감싸고 있다.
병준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은,
아리안이 말한다.
"이상하죠?
별들이 보여요.
아마도,
당신이 보는,
별들인가 봐요."
대답에 귀를 기울이듯,
아리안이 고개를 들어,
병준을 바라본다.
그녀의 얼굴,
두 눈이 있던 자리는,
불로 지져져,
막혀있다.
아리안이 한 손을 뻗어,
병준의 얼굴을 만진다.
"당신 얼굴도 보여요.
정말,
이상하죠?
지금 내 눈앞에 있어요."
나머지 손도 함께,
병준의 얼굴을 감싼다.
"그렇게,
슬픈 표정하지 말아요."
아리안의 손가락이,
병준의 두 눈,
새는 곳을 막는다.
"우리,
꼭 다시 만나요.
어느 별에서,
누군가가 되어서."
여름의 녹음 속,
햇살들 사이로,
무성한 나무 잎사귀들이,
서로 몸을 부빈다.
"아주 평범한 두 명이 되어서 . . ."
푸른 초원의 잔디 위에,
다른 시간,
다른 공간의,
행복한 모습의,
병준과 아리안이,
누워있다.
"어느날 우연히 만나,
자연스레 가까워지고,
함께 평범한 생을,
살아요."
혼잡한 출근길,
지하철 역사 안.
양복 차림의 병준이,
서류봉지를 안고,
급히 어딘가로 가고 있다.
"우린,
묶여 있으니까,
언제든,
어디든,
서로를,
찾게 될 거에요."
바쁜 병준의 발걸음 옆으로,
평범한 옷차림의,
아수라가 스친다.
"우리가 잃은 것을 알기에 . . ."
병준이 멈추어 선다.
조금 더 멀어지다,
아수라도,
멈칫,
발걸음을,
멈춘다.
"하루하루를,
더 없이,
소중하게,
여길거에요."
북적이는 지하철 역사,
인파 속,
병준과 아수라가,
서로 마주한다.
병준이 물었다.
"저 너머에 닿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지?"
아수라가 말했다.
"당신은,
나에게,
답을,
주겠죠."
Mystiq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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