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티끄 (26)
69.
병준이 초조하게,
독방에 앉아있다.
벽면의 창으로 다가가,
쇠창살을 잡고,
바깥세상을 바라본다.
저 밑으로,
막 병원의 정문을 나와,
자신의 차로 걸어가는,
반장의 모습이 보인다.
병준은 쇠창살을 두드리며,
큰 소리로 반장에게 도움을 청한다.
"이봐요!!!
이봐!!!
여기 좀 봐요!!!!!"
70.
차를 향해 걸어오는,
반장의 등 뒤,
병원 건물의 저 윗 층의 어느 창문에서,
반장을 향해 소리치는,
병준의 모습이 보인다.
입만 벙긋거릴 뿐,
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는다.
반장은 얼빠진 얼굴로,
자기 차의 문을 연다.
반장이 차 안으로 사라지면,
병준의 독방의 불빛이,
기괴하게 빛난다.
71.
병원의 원장실에,
불이 모두 꺼져있다.
닥터가 앉아있는 책상 위 스탠드 불빛만이,
방안을 어슴푸레 비춘다.
책상 뒤로,
6명의 드루이드들이,
어둠 속에 숨어있다.
닥터의 바로 옆에는,
[노스]가 서있다.
원장실의 문이 열리고,
[사우스]가 아수라를 데려온다.
사우스는 아수라를 닥터의 앞에 세우고,
자신은 원장실의 문을 막아 선다.
아수라가 어둠에서,
스탠드의 불빛 속으로 들어온다.
그 표정이 두렵다.
닥터는,
표정없는 눈빛으로,
아수라의 두 눈을,
노려본다.
"나에게 숨기는 게 있구나.
응?
그렇지?"
겁에 질린 아수라의 눈과,
닥터의 눈이 섞인다.
"너에게 실망했어.
내가 널 이렇게 가르쳤니?
내가 모를 거라고 생각한 거야?"
아수라의 눈빛이,
점점 더 흔들린다.
닥터가 계속한다.
"[미카엘]은,
네가 착한 인형인지 나쁜 인형인지,
항상 보고있어.
넌,
무엇도 숨길 수 없다고 했잖니 . . ."
아수라의 붉은 눈동자가,
곧 울 것 같다.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겨우 말한다.
"노아 . . .
난 내가 누군지 알고 싶어요 . . .
정말 . . .
정말 알고 싶어요."
닥터는 짧게,
아수라의 말을 자른다.
"네가 착한 인형이 되도록 교훈을 줘야겠구나."
닥터가 노스에게 고개짓한다.
노스는 조용하고 무거운 동작으로,
아수라의 앞에 선다.
약간 망설이는가 싶었지만,
무서운 속도로,
순식간에,
아수라의 오른뺨을 갈겨버린다.
노스의 덩치와 같은 거한에게나 날려야할,
무자비한 타격이다.
큰 소리와 함께,
아수라는 원장실의 벽까지 날아가,
충격으로 쓰러진다.
아수라가 고개를 든다.
새빨개진 오른뺨에,
입과 코에서 피가 흘러 내린다.
닥터는 자리에 계속 앉아,
아수라를 내려다 본다.
"나쁜 인형은 어떻게 되지?"
아수라의 빨간 눈이 무언가,
참고있다.
"[미카엘]로 돌아가고 싶어?"
빨간 두 눈 속에,
어느 과거가 스친다.
커다란 수술용 램프의 환한 빛이,
어린 아수라의 눈 앞에 있다.
빛은 하얗게 너무나 눈부시다.
아수라의 눈동자는,
아직 검은색이다.
수술대에 단단히 묶여 있다.
'그들'이 아수라의 양 눈을 크게 벌려,
금속물체로 고정시킨다.
하얀색 빛 속에서,
'그들'의 모습이 어렴풋이 보인다.
사람 모양의 '그들'은,
흰자위 없이 전체가 새까만 커다란 눈과,
콧구멍만 있는 커다란 머리를,
조심스래 움직인다.
그들 중 한 명의 커다란 얼굴이,
어린 아수라의 시야에,
가득찬다.
반짝반짝 빛나는,
길고 날카로운 매스를,
들어올린다.
반짝이는 매스는,
조금의 주저함도 없이,
아수라의 눈동자앞으로 다가와,
멈추지 않고 눈동자를 찌르고,
자그만 동공을,
위에서 아래로 그어버린다.
어린 아수라의 눈 앞에서,
새하얀 빛이,
새빨갏게 변한다.
가녀린 아수라의 비명소리가,
그녀를 다시 현실로 돌린다.
닥터와 드루이드들이,
땅바닥에 쓰러진 아수라를,
경멸하고 있다.
조금은 측은한 눈빛이,
노스에게 보인다.
닥터가 말한다.
"꿈같은 건 꾸지마.
네가 할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으니까."
Mystiq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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