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티끄 (4)
13.
다음 날의 아침.
병준의 맨션 통로에서,
청소부 아주머니가 청소 중이다.
빗자루로 국회의원집의 문앞을 쓸고 있다.
이상한 냄새를 맡았는지 궁금한 모습으로 현관을 바라본다.
조심스런 몸짓으로 현관의 손잡이를 잡는다.
손잡이를 돌리자 문이 열린다.
대낮의 햇살 속에 목매단 국회의원의 썩어가는 시체가 보인다.
비명을 지르며 뒷걸음치다 넘어지는 청소부 아주머니의 일그러진 얼굴에서,
비명소리가 온 세상을 울린다.
14.
맨션 앞에 앰뷸런스와 순찰차 여러 대가 모여있다.
저녁의 어스름속에 빨강과 파랑의 불빛이 돌아가며 요란하다.
근무복입은 경찰들 여럿이 요란한 군중들을 막고 있다.
교대시간에 맞춰 사복차림으로 맨션에 도착하는 병준이,
평소와는 다른 모습에 놀란다.
사람들의 목소리가 웅성인다.
"자살이래요 . . ."
"목 매달았데 . . ."
"그 있잖아, 없어졌다는 국회의원 . . ."
대충 들리는 속삭임들에 사태를 파악한 병준이 급히 맨션으로 뛰어간다.
근무 중인 경찰이 병준을 잡는다.
"여기 관리인이에요!"
15.
맨션 통로에서는,
국회의원집의 열려진 문틈 사이로 폴라로이드 사진기의 후레쉬 소리와 빛이 바쁘게 새어나온다.
병준이 뛰어온다.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형사반장]이 문쪽에 선채로 방안의 작업을 지켜보고 있다.
들어가려는 병준을 반장이 제지한다.
"뭐야, 당신?"
"저 이 맨션 관리인인데요 . . ."
말을 마친 병준이 국회의원 방안으로 시선을 돌린다.
천장에 매달려 병준 쪽으로 빙글 돌며 고개를 돌리는 국회의원의 썩은 얼굴 속 감정없는 시선과 눈을 마주친다.
구더기들이 뿌리채 흘러내린 혀에 붙어 꿈틀거린다.
병준은 갑자기 넘어오는 구역질에 몸을 돌려 통로 저편으로 뛰어간다.
"웩! 웩!" 거리며 토하는 병준을 형사반장이 한심하게 지켜본다.
병준의 동료인 관리인 아저씨가 통로로 올라오다 병준을 보고는 달려간다.
"야! 병준아! 괜찮냐!"
반장이 방안으로 들어간다.
16.
방안에서는 현장검증으로 분주하다.
반장은 무덤덤한 얼굴로 시체를 바라본다.
현장사진 찍고 있는 감식요원에게 시큰둥 말을 건다.
"사진 좀 줘봐요."
건네받은 사진을 흘깃 보고는 시체의 왼편으로 돌아가 시체를 살핀다.
"여기 이 각도로 밑에서 몇 장 더 찍어줘요."
감식요원이 다가오면 반장은 자신의 옆에서 바쁜 부하 형사의 어깨를 툭 친다.
"이 새끼 어디 숨었나 했더니 이런 데서 죽어있었구만, 응?"
마주보며 웃는 반장과 형사.
다른 형사가 반장에게 유서를 건넨다.
"이거 자살이네요."
반장은 유서를 한 번 슥 훑어 내린다.
"웃기고 있네, 죄지은 놈이 천국에 가냐?"
책상 위의 흰색 가루를 손가락으로 찍어 맛을 보는 반장.
무언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감식요원에게 손짓한다.
"형님, 여기 책상 위에 이상한 뽕가루하고 . . .
아! 저기 주사기랑 컴퓨터 화면도 사진 찍어요."
이제 반장은 노트북 화면으로 시선을 돌린다.
어지럽게 돌아가고 있는 지구의 모습과 숫자의 행렬들.
"이게 뭐하는 거야?"
옆을 지나가는 형사가 한마디 한다.
"인터넷인가 뭔가 아니에요?"
반장의 표정은 더욱 시큰둥해진다.
"늙은 놈이 별 거 다했구만.
이봐 박형사 여기 뽕가루랑 주사기 증거 1, 2.
그리고 여기 컴퓨터 화면 사진, 이거 증거 3."
17.
국회의원의 집을 나온 반장이 옆집인 태영의 현관을 바라본다.
"뭐야, 여기 옆집에는 아무도 안 살아?"
"젊은 아가씨 혼자 산다고 되어 있는데요."
반장이 맨션 관리부를 넘겨받는다.
"어떻게 된 놈들이길래 옆집에서 사람이 죽었는데 눈치도 못 채는 거야."
반장은 아직도 토하고 있는 병준과 그 옆의 관리인 아저씨 쪽으로 다가간다.
Mystiq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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