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사판) 마크로스 사가 I (5)
33.
로이가 운전하는 차가 민메이가 일하고 있는 [냥냥 레스토랑]을 지나간다.
레스토랑의 간판에는 자랑스럽게,
[UN 평화활동(peace ops)의 가장 오래된 친구]
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이 문구를 보고 신기해 하는 릭에게,
로이가 냥냥 레스토랑의 역사를 얘기해준다.
냥냥 레스토랑은 90년대 말부터 UN 평화활동이 벌어지는 지구 각지를 함께 따라다니며 UN 직원들을 대상으로 영업을 해온 엄청난 식당이다.
(진짜로 이런 식당들이 있어. 진짜로.)
로이의 설명을 들은 릭이 차량의 뒤로 사라지는 레스토랑에,
무언가 아쉬운 듯한 눈빛을 보낸다.
34.
투어를 모두 끝마친 [UNHCR] 일행이 [SDF-1]의 함체 옆부분의 승무원용 탑승구를 통해 바깥으로 나오고 있다.
글로발 함장의 설명이 마지막으로 진행 중이다.
"오늘 보신 것 이외의 외계기술들은 모두 군사용으로,
그 발전과정은 우리 지구의 무기기술이 발전해온 과정과 동일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 미지의 외계종족들이 우리 인류에게 적의를 품고 있는지 단언하기에는 너무 이릅니다만,
분명한 것은 이 외계종족들이 [전쟁]이란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는 겁니다."
무거워지는 글로발 함장의 표정과 같은 표정으로 [UNHCR]이 말한다.
"나도 그 외계인들의 비밀 군사기술 중 몇 가지는 벌써 알고 있오.
바로 [그날] 사용되었던 [빔 캐논]과 [방어막] 말이지."
[UNHCR]이 뜻 밖의 발언을 한 것인지,
글로발 함장이 화들짝 놀란 것 같다.
함장이 긴장하는 것을 확인하며 [UNHCR]이 말을 잇는다.
"우리 지구에서 모든 전쟁들이 사라진 . . .
바로 [그날] 말이오.
그 역사적인 순간에 . . .
바로 당신이 이 전함과 함께 하고 있었다는 것 . . .
나는 알고 있오."
[UNHCR] 일행이 이제 [SDF-1]의 바깥으로 모두 완전히 나왔다.
다른 일행들이 [SDF-1]에서 계속 멀어지는데,
[UNHCR]만은 우뚝 서서 뒤의 글로발 함장을 바라보며 말한다.
"당신이 책임질 이 우주선의 첨단 기술들이 . . .
진정으로 모든 인류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사용되기를 . . .
간절히 기원합니다."
글로발 함장과 [UNHCR]이 굳은 악수를 나눈다.
차를 타고 떠나가는 [UNHCR] 일행을 바라보며,
글로발 함장이 스스로에게 나직이 되내인다.
"저도 그렇게 되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35.
[SDF-1]의 브릿지.
클로디아가 브릿지의 창문 너머로 [UNHCR] 일행이 떠나는 것을 보며 말한다.
"드디어 떠나는구만.
여태까지 한 번도 이 섬을 방문하기는 커녕 쳐다도 보지 않더니,
이제 언론에서 대대적으로 보도할 때가 되니 삐쭉 나타나서 고작 3일을 보내고 가시겠다.
아주 대단하신 고등판무관님이셔."
리사는 브릿지 안에 설치된 수많은 디스플레이들을 바라보고 있다.
그 중의 한 화면에 [UNHQ]와 [UN 화성기지] 사이에 첫 번째 [폴드 커뮤니케이션]이 성공했다는 내용이 긴급뉴스로 뜨고 있다.
뉴스 내용이 전반에 걸쳐 다루고 있는 것은,
바로 [닥터 치보] ([SDF-1]에 타고 있는 닥터 치바의 쌍둥이 형제)에 대한 칭송이다.
외계 우주선이 지구에 도착하는 것을 처음 발견한 것에 이어,
이제는 지구역사상 최초로,
가장 빠른 인간의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한 위대한 인물이 된 것이다.
이 뉴스를 보고있는 리사의 표정이 흥분되어 있다.
클로디아가 이런 리사에게 슬며시 다가와 귓속말한다.
"오늘밤에 너가 [UN 화성기지]와 통신 테스트를 할 수 있게 준비해 놨어."
이 말을 들은 리사의 얼굴에 너무나 큰 함박웃음이 핀다.
"너무 고마워, 클로디아!"
36.
[SDF-1]의 진수식을 전지구상에 생중계할 준비를 하기 위해,
[UNTV]팀이 온갖 장비를 실은 밴을 타고 [MBS 방송국]에 도착한다.
방송국 안에서는 카일이 [UNTV] 스탭들에게 방송국의 좁은 내부 속 얼마되지도 않는 장비들을 자랑스럽게 이리저리 보여주고 있다.
마크로스 섬 전체에서 외부세계와 네트워크가 연결되어 있는 곳은 이곳 [MBS 방송국]이 유일하다.
바로 마크로스 섬 안의 자체 방송을 위한 음악, 영상과 뉴스 등을 보내주기 위해서인데,
뉴스 내용들은 모두 [UNHQ]에서 사전검열을 해서 안전한 내용들만 선택해서 보낸다.
[UNTV PD]가 궁금한 표정으로 [UNHQ]에서 마크로스 섬으로 보내준 뉴스 아이템들을 확인해 본다.
여기 있는 뉴스들은 모두 마크로스 섬에서 거주 중인 난민들이 외부세계로 돌아오는 것을 환영하는 긍정적인 뉴스들 뿐이다.
이들의 복귀를 반대하는 더 큰 목소리들을 담은 뉴스들은 모두 제거되어 있다.
[UNTV PD]가 짖궂은 표정으로 카일을 보며 말한다.
"여기서 바라보는 세상은 너무 아름답기만 하네요, 그죠?"
37.
로이가 마지막으로 릭을 데려간 곳은,
마크로스 섬의 아름다운 전경이 360도로 모두 보이는,
섬에서 가장 높은 산봉우리다.
봉우리 위에 제법 넓직하게 펼쳐진 평평한 고원의 미니 초원까지 이르는 완만한 경사 밑으로,
푸르디 푸른 남태평양의 바다를 배경으로 그 중심에 위치한 거대한 [SDF-1]과 함께 그 주변의 분주한 도심지,
그리고 도심지를 또 둘러싸고 있는 푸른 숲과 정글이 해안까지 이어지는,
마크로스 섬의 다양한 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그 반대편의 절벽 밑으로 펼쳐지는 길다란 해안가의 모래사장에서는 다양한 인종의 어린 아이들이 함께 어울려 놀이를 하고 있다.
이 모습들을 바라보며 고원에 서 있는 로이와 릭.
릭은 품 안에서 고이 접어 봉인된 낡은 [편지봉투] (2화에서 릭이 자신의 전투기 안에서 확인했던 바로 그 편지봉투다)를 꺼내어 로이에게 건넨다.
"우리 노친네(릭의 아버지)가 형한테 전해주라고 한 거야."
"뭐야, 이게 언제적 건데, 아직도 안 열어봤냐?"
"안 열어봤지.
우리 규칙 알잖아.
우린 약속을 지킨다.
이건 형이 열어봐야 하는 거야."
로이는 봉투를 열어 내용물을 확인한다.
그 내용을 모르는 릭의 오랜 궁금증이 드디어 절정에 이른 듯,
릭이 로이를 조금 보채며 묻는다.
"뭐야, 무슨 내용이야?"
로이가 희미한 너털웃음과 함께 답한다.
"우리 노친네가 항상 나한테 하던 말 있잖아.
너의 가족을 만들어서 함께 고향집으로 돌아와라.
우리의 미래를 위해 자식들을 길러내라.
그건 우리 모두의 의무다."
로이가 릭에게 봉투의 내용물을 건네준다.
"너가 직접 봐라."
릭이 받아든 봉투 안의 내용물은,
손으로 적은 편지가 아니라,
매우 오래된 사진 한 장이다.
사진 속에는,
릭과 릭의 아버지, 그리고 로이가,
캔자스 고향집 농장을 배경으로 서있다.
로이가 말한다.
"그때 너랑 같이 있어주지 못해서 미안해.
그분은 나에게 . . .
아니 . . . 내 아버지란 사람보다 더 친아버지 같으신 분이셨어."
로이는 릭에게서 등을 돌리고는 저 푸른 남태평양의 바다를 바라보며 말한다.
"그분에게 . . .
우리 노친네에게 직접 말해주고 싶었는데 . . .
내가 드디어 마음을 정했다고 말이야."
로이의 눈 앞에 끝없이 펼쳐지는 남태평양 파도의 부서지는 물방울들 사이로 노을이 지고 있다.
"자! 그래서! 오늘 저녁으로 먹고 싶은 건 정했냐, 릭!"
"어 . . .
그러니까 . . .
중국요리?!"
Mystiq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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