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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저 님의 서재입니다.

몸빨로 제로섬 데스 게임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완결

도저
작품등록일 :
2022.05.11 10:10
최근연재일 :
2022.09.23 18:05
연재수 :
13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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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078
추천수 :
5,805
글자수 :
779,032

작성
22.06.12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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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글자
16쪽

37화 좀비와 춤을

DUMMY

“에라, 아침은 다 먹었군.”


탕비실에서의 행복하고 여유로운 아침 식사를 기대했건만 일이 이 지경에 이르렀다.

복도는 속이 꽉 찬 순대와도 같이 되어버렸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둑이 터져 한순간에 물이 범람하듯 쏟아져 나오는 좀비 떼거리에 당황한 남구의 눈빛이 일순 흔들렸다.


하지만 곧장 싸늘하게 가라앉았다.

질린 듯 고갯짓하던 그대로 세차게 목을 꺾었다.


우두둑-


손가락도 마디마디 꺾어냈다.


뚜득- 뚜드득-


어깨, 허리, 무릎, 발목 등등 이곳저곳의 관절과 근육을 풀어냈다.

질려버릴 정도로 많은 수였지만 남구는 의연했다.


‘아종처럼 저게 다 피가 되고 살이 되는 몸에 좋은 영양가라 생각하자.’


상당한 LP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신체 능력과 스킬의 영양소로 부족함이 없는 아니, 넘치는 양이었다.

물리지만 않는다면.


좀비는 이지를 상실해 비교적 공격 패턴이 단순한 반면에 단 한 순간도 결코 방심할 수 없는 까다로움을 동시에 지니고 있었다.


“곧 바닥에 쏟아버린 떡볶이로 만들어 주마!”


배가 고픈 남구의 머릿속은 순대와 떡볶이로 가득 찼다.

특히 오늘따라 순대와 떡볶이를 정말 먹고 싶었다.


복도와 연결된 매장 중에 남구 바로 옆으로 분식점이 떡하니 있었기 때문이다.

빼곡하게 쓰여 있는 분식 메뉴를 아쉬운 표정으로 쓱 훑어보던 눈에 잔뜩 힘을 준 남구는 주저 없이 비어있는 왼손을 쭉 뻗었다.


전신의 모든 감각이 전두엽에 총집결하여 맹렬하게 활성화되었다.

활성화한 전두엽이 육감이라 일컫는 초감각을 한껏 발휘하며 세상에 만연한 비물질적 실재의 기운을 감지하고 난폭하게 고삐를 틀어쥐었다.


순간 칠흑같이 까만 눈동자에 중력의 권능을 펼칠 때 발휘되는 특유의 반득한 광채가 빛을 발했다.


‘중력제어!’


아래로만 작용하던 일관된 중력의 흐름이 각각의 질량을 가진 개체마다 일순간 역행했다.

폭죽에 불을 붙여 하늘 위로 연달아 쏘아 올리듯 좀비들이 잇따라 천장으로 튀어 올랐다.


꽝- 꽈앙- 꽝- 꽈앙- 꽝- 꽈앙-


천장과 격돌하는 두개골의 폭발음이 밀폐된 복도 안을 가득 채웠다.

달려오는 순서대로 발사되는 폭죽처럼 여지없이 천장으로 솟구쳤다.


‘실내는 중력제어를 활용하기 딱 안성맞춤이군!’


좀비들이 하나씩 펄럭거리며 튀어 오르는 모습은 실력 있는 안무가가 심혈을 기울여 구성한 잘 짜인 군무와 다를 바가 없었다.


너나없이 칼같이 동작을 맞추어 순서대로 뛰어올랐다.

뛰어드는 발소리와 내지르는 괴성과 박 터지는 충격음이 형용할 수 없는 하모니를 이루었다.


타다다다닥-


“캬아악!”

“크아아!”


꽈앙- 빠가각-


오싹한 하모니가 끊임없이 이어졌고 그에 따라 복도 천장은 점점 더 짙은 붉은색으로 도배되어 나갔다.

혈액이 천장에서 비처럼 쏟아지고 폭포와 같이 벽을 타고 흘러내렸다.


흠뻑 젖은 천장에서 피의 소나기가 퍼부어졌지만, 좀비의 폭죽은 꺼지지 않았다.

멈춤 없이 계속해서 공중으로 발사되었다.


꽈앙- 꽝- 꽝- 꽈앙- 꽝- 꽝-


[중력제어 숙련도 3%]


뒤집어쓴 벙거지 안쪽에서 식은땀이 배어 나왔다.

시간이 지날수록 서서히 힘에 부친다는 느낌이 들었다.


중력제어를 이렇게 많이,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펼친 적은 처음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즉각 부작용이 나타났다.

눈앞이 흐려지며 핑 도는 현기증이 느껴졌다.


이상 신호를 감지하자마자 중력제어를 거두고 재빨리 왼손을 내려 목공 벨트에서 손도끼를 뽑아 들었다.


중력제어를 멈추자 이상 증세는 곧바로 잦아들었지만, 컨디션이 확연히 떨어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후유, 그나마 다행이군! 욕심은 버려야겠지. 한계를 넘어버리면 위험해!’


아무리 명품 스킬을 많이 얻는다고 할지라도 결국 기본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죽기 딱 적당했다.


‘별이 붙은 명품 스킬을 얻었다고 신나서 나대다가 골로 간 놈 내 여럿 봤지. 스킬에만 취해 있으면 죽기 십상이지!’


기술이 아무리 뛰어나도 피지컬이 따라 주어야 했다.

안 그러면 모래 위에 지어진 모래성과 다를 바가 없었다.


‘역시, 스킬은 스킬일 뿐이야!’


이런 상황에 믿을 것은 단련된 몸뚱이와 수십 년의 경험을 가진 자기 자신뿐이었다.


‘그리고 하나 더 보태자면!’


남구의 눈동자가 모터를 단 것처럼 허공을 재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숙련된 솜씨로 눈 깜짝할 사이에 LP를 소모해 신체 능력을 올려 버렸다.


[근력 26 → 30]


26이었던 근력을 30까지 끌어올렸다.

4 스텟을 올리는데 40 LP가 소모됐다.

1 스텟 당 10 LP가 투자된 셈이다.

이 정도면 엄청나게 효율이 높은 편이다.


남구 본연의 몸뚱이였을 때는 근력 1 스텟 당 40 LP도 넘게 소모됐었다.

특히 근력은 극악의 연비를 보여줬었다.

스텟이 오르면 오를수록 LP는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격으로 더욱 감당하기 힘들었다.


[지구력 22 → 30]

[회복력 23 → 30]

[내구력 23 → 30]

[감각 25 → 30]

[반사신경 25 → 30]

[동체시력 26 → 30]

.

.

.


내친김에 모아놨던 LP를 아낌없이 퍼부어 모든 신체 능력의 스텟을 30에 맞추었다.

특히 감각에 투자한 LP는 1 스텟 당 2에서 3 LP밖에 들지 않았다.


반사신경과 동체시력 등의 영역도 비슷한 효용성을 보였다.

대단히 높은 효율의 연비를 보이는 몸뚱이에 절로 한쪽 입꼬리가 쓱 올라가 붙었다.


‘목숨 걸고 얻을 만한 몸뚱어리군.’


순식간에 오로지 신체 능력의 향상에만 총 302 LP가 투자됐다.

쟁여놓았던 막대한 분량의 LP 여유분이 바닥을 드러냈다.


‘며칠 사이 많이도 죽였구나!’


하지만 전혀 아깝거나 아쉽지 않았다.

오히려 뿌듯하게 차오르는 기분을 주체하기 힘들었다.

세상을 보는 시각이 다른 차원으로 향했다.


칠흑 같은 새까만 눈동자에 어린 광채가 자신에게 몸부림치며 뛰쳐 드는 무리에게 쏘아져 나갔다.

용암이 들끓듯 용솟음치는 기운이 숨결에 섞여 들어 입을 통해 뿜어졌다.


“하아아아아!”


해머와 손도끼가 각각의 손바닥 위에서 각자의 잔상을 남기며 핑그르르 회전했다.

팽이처럼 회전하는 두 개의 자루를 재빠르게 낚아챘다.

연이어 손목을 돌려가며 양손을 교차해 갔다.


허공에서 4개의 원형 궤적이 빙글빙글 엇갈리며 떠돌았다.

엑스 자를 그리며 작고 크게 돌아가는 궤적을 따라 찢기는 공기가 울어댔다.


휭휭휭- 휘이이잉-


증폭된 근섬유 가닥 가닥에 무기의 감각을 새겨 넣었다.

보다 탄력과 부피를 늘린 근육의 꿈틀거림을 눈을 감고 만끽하였다.


날아가 버릴 듯 회전하는 해머와 도낏자루를 꽉 움켜쥐었다.

천천히 눈을 떴다.

온 신경을 집중해 닥쳐오는 좀비 떼를 쏘아보았다.


비뚜름하게 비틀려 올라간 입술이 오랜만에 그 틈을 벌렸다.

나지막한 목소리가 은은하게 흘러나왔다.


“그래, 롱 테이크로 한번 가보자!”


좁은 복도 폭으로 인해 좀비들의 어깨와 몸이 끼여 병목 현상이 일어났다.

천장과 격돌해 떨어져 내린 시체의 둔덕을 넘기 위해 기를 쓰다가 걸려 넘어진 좀비들이 몸부림치며 버둥거렸다.


겹치고 포개진 무리의 어깨 위를 타고 넘으려다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밑바닥에 깔려 무수히 짓밟혀도 손톱을 세워 바닥을 박박 긁어대며 조금이라도 전진하기 위해 피 웅덩이에서 헤엄치듯 허우적허우적 발광했다.


울부짖는 좀비의 괴성이 천지를 가득 채우는 가운데도 집중한 감각으로 손톱이 바닥을 긁는 미약한 소리가 귓가에 들어왔다.


찢어져라 벌어진 아가리에서 튀기는 핏방울과 침방울의 끈적한 궤적이 마치 슬로 모션처럼 세세하게 보였다.


하나같이 검붉은 타액을 늘어뜨리며 합창하듯 목청껏 부르짖는 아우성에 복도 가득 요동치는 공기의 파동이 눈에 선하게 들어왔다.


‘30 스텟의 고지에 다다르니 확실히 다르군!’


새로운 육체를 얻은 결과 십여 년의 세월을 건너뛰어 버렸다.

과거에는 이 정도 몸뚱이를 만드는데 십수 년이 넘게 걸렸었다.


좀비들은 옆에서 부대끼는 동종을 제쳐버리고 넘어진 놈들을 지르밟으며 쏟아지는 피의 소나기를 헤쳐나와 어렵사리 도착해 힘껏 뛰쳐 들었다.


“흐읍!”


속속 도착하는 순서대로 흠뻑 젖은 정수리에 손도끼와 해머가 교차하며 불을 뿜었다.


빡- 쩍- 빡- 쩍- 빡- 쩍- 빠악- 쩌억-


드럼을 치는 것만 같았다.

손도끼와 해머가 듀엣으로 춤을 추었다.

남구의 손과 발이 함께 어우러지며 강약과 박자와 리듬을 지휘했다.

마에스트로가 따로 없었다.


쉴 새 없이 오른손과 왼손이 번갈아 가며 수직으로 내리꽂혔다.

발바닥이 바닥을 스치며 끊임없이 전후좌우를 오고 갔다.


후드득- 후드득-


점점이 튀기던 핏방울이 어느새 남구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쫄딱 적셔 놓았다.

방수 처리된 바람막이 재킷의 매끄러운 표면을 검붉은 핏방울이 주룩주룩 흘러내렸다.


쩌엉-


너무 한꺼번에 신체 능력을 올린 탓일까?

늘어난 근력을 아직 완벽히 제어하지 못한 것일까?

손도끼가 두개골에 깊숙하게 박혀 들어 빠지지 않았다.


“흡!”


뽑아내기 위해 손아귀에 힘을 더 주는 순간 가로막혀있던 또 다른 좀비가 손도끼에 박혀 있는 늘어진 좀비의 어깨를 밀쳐내고 튀어나오며 이빨을 들이댔다.


쩍 벌린 아가리에서 침과 피를 튀기며 코를 물어뜯기 위해 목을 쭉 빼 왔다.

빠지지 않는 도낏자루를 미련 없이 놓아버렸다.


남구의 까만 눈동자에서 광채가 반득였다.

일순 유령처럼 발끝을 바닥에 끌며 뒤쪽으로 스르륵 밀려 나갔다.


물러나며 손도끼를 놓아버린 손으로 묵직한 망치를 곧장 빼 들었다.

자라같이 목을 쭉 빼고 허공에 입질한 좀비의 정수리에 뽑혀 나온 망치가 벼락처럼 떨어져 내렸다.


빡-


정수리에 구멍이 난 좀비의 대가리는 지체 없이 바닥으로 내리꽂혔다.


쿵-


벌어진 거리를 삽시간에 메우며 좀비들이 앞다투어 뛰쳐 들었다.

도끼 대신 망치가 잿빛 바람막이 재킷 자락을 펄럭이며 수직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빡- 빠악- 빡- 빠악- 빡- 빠악-


망치와 해머가 리듬감을 발휘하며 좀비들의 머리 위에서 탭 댄스를 경쾌하게 추어나갔다.

절로 어깨춤을 추게 하는 운율이었다.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았다.

모자라지도 과하지도 않았다.


흉흉하기 짝이 없는 복도 안에서 흥에 겨운 박 터지는 소리가 리드미컬하게 울려 퍼졌다.

‘글탄 둔기술’이 제공하는 정확도와 힘의 안배가 빛을 발했다.


‘내게 이런 리듬감이 있었나? 신명 나게 한바탕 춤사위를 펼치는 것만 같아!’


코앞으로 들어오는 대가리의 타이밍을 자로 잰 듯 정확하게 찍어내는 난타 소리는 그야말로 타악기의 운율을 띤 오지는 연주와 진배없었다.

거장의 품격이었다.


양손의 하모니가 정교하게 이어지며 정수리에 막힘없이 내리꽂히는 난타가 거듭됐다.

리듬 게임의 닥쳐온 블록이 터져나가듯 남구에게 닥쳐온 좀비들은 여지없이 깨져나갔다.

하지만 좀비의 물량이 엄청났다.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뒷걸음질하는 횟수가 많아졌고 서서히 코너에 밀려 포위될 처지였다.

닥쳐오는 족족 아무리 빠르게 처리한다 하더라도 손은 두 개뿐이었다.


체력의 한계도 다가오고 있었다.

체력이 고갈되면 정신력도 덩달아 떨어지는 것이 인지상정.

등에 닿을락 말락 한 복도 출입문을 힐끗 돌아봤다.


‘튈까?’


이 상태로 건물 밖을 나가게 된다면 동네 좀비란 좀비는 모두 따라붙을 것이다.


‘꼴사납겠지만 전력으로 달린다면 도망칠 수는 있을 거야!’


눈을 부릅뜨고 이를 갈았다.


‘정신방벽!’


머릿속에 맴돌았던 부정적 기운이 한꺼번에 날아가 버렸고 불굴의 의지가 전신의 잠재력을 한계까지 끌어올렸다.

마냥 뒤로 밀려나 한꺼번에 덮쳐질 것만 같던 형세가 의외의 전개를 보여주었다.


밀리던 남구가 서서히 앞으로 걸어 나갔다.

점점 어긋나던 리듬감을 되찾았다.

좀비가 가까우면 느리게 멀면 빠르게 환상의 리듬감으로 복도를 전진했다.

그러다 또 뒤로 조금씩 밀려났다.


기다란 복도에서 끝없이 진퇴를 거듭했다.

한순간도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모든 신경을 닥쳐오는 좀비에게 집중한 남구는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도 알 수 없었다.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밀고 밀리는 줄다리기가 박 터지는 소리와 함께 남구의 거친 숨소리를 더하여 줄기차게 이어졌다.

어느덧 복도는 좀비의 시체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정신방벽의 지속 효과가 끝나버린 지도 한참 지났다.

부드러웠던 몸놀림은 사나워졌고 들썩이는 어깨의 움직임도 갈수록 진폭을 더해 나갔다.


남구가 이를 악다물며 스프링클러가 터져버린 듯 천장에서 핏물이 후드득후드득 떨어져 내리는 구역까지 밀어붙였다.

떨어지는 핏방울 소리가 박 터지는 소리에 화음을 더했다.


빡- 빠악- 퐁퐁- 빡- 빠악- 퐁퐁-


어두침침했던 복도 내부는 느끼지 못한 사이 꽤 밝아져 있었다.

영원처럼 느껴져도 언제나 끝은 있는 법.


끝없이 계속될 것만 같던 대가의 연주가 어느덧 처음 들어왔을 때보다 확연히 밝아진 햇살 속에서 장엄한 막을 내렸다.


부우웅-


턱 근육이 불거지도록 꽉 다문 어금니 사이로 쥐어짜는 신음이 터져 나왔다.


“으으윽!”


빠악- 꽈지직-


마지막 좀비의 정수리에 최후의 일격을 가한 남구가 놓쳐버릴 것만 같은 해머를 꽉 움켜쥐고 버텼다.

곧 해머는 힘에 겨운 궤적을 그리며 남구의 곁으로 딸려 왔다.


“하아! 하아!”


가슴이 터져버릴 것만 같았다.


[1 LP 획득]

[생명 포인트 : 497 LP]


저도 모르게 어이없는 웃음이 새어 나왔다.


“흐흐, 흐흐흐, 미치겠군!”


흘깃 LP를 확인한 남구는 시스템의 텍스트를 곧바로 치워 버렸다.


‘내가 혼자서 500에 이르는 좀비를 쓸어버린 건가?’


너무 힘이 들기도 했거니와 죽을 뻔한 위기를 자초했기 때문에 막대한 LP를 벌어들였다고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었다.


남구의 모토는 안전 제일이었다.

공사장 이곳저곳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문구였지만 터부시되는 저런 글귀를 언제나 염두에 뒀었다.


최약체로 재앙을 맞이한 남구의 어쩔 수 없는 생존 방식이었으나 최후까지 연명할 수 있었던 주요한 이유이기도 했다.

눈에 불을 켜고 LP를 모으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었다.


뇌리에 각인된 과거의 스킬들과 육체에 체화된 글탄의 스킬들을 이미 보유한 것과 진배없는 남구의 입장에서는 천문학적인 엄청난 LP를 아낀 셈이었다.


많이 모으는 것보다 효율적인 분배가 더 중요했다.

아무리 많은 LP를 획득한다고 해도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경우가 허다했기 때문이다.


‘잘못된 곳에 투자하면 쪽박을 차고 마는 주식과 비슷하다고나 할까?’


목숨 걸고 굳이 이런 멍청한 짓거리는 할 필요가 없었다.

남구는 가쁜 숨을 내쉬며 자신답지 않게 무모한 짓을 벌인 이유를 생각해 보았다.


‘이게 다 그 목소리 때문이야!’


자신을 진심으로 걱정해주던 흰머리의 남자와 갈색 머리 여자에게 탕비실에 있다는 물과 식량을 전해주기 위해서였다.


베이스캠프를 구축할 계획도 미루어두고 말이다.

과거의 남구였다면 절대로 하지 않았을 행동이었다.


‘과거로 돌아온 뒤 안 하던 짓거리를 계속하고 있네? 네까짓 게 측은지심이라도 발동한 거니? 야차들과 생활하다 일반인을 봐서 그런가?’


모든 것이 변명과 핑계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핵심은 부풀어 오른 자만이었다.

인정하기 싫을 뿐 남구도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힘 좀 얻었다고 사람이 이렇게 달라지나?’


처한 처지가 남구를 몰라보게 변화시키고 있었다.

도무지 납득하지 못했던 은성의 무모함을 일정 부분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이런 게 강자의 입장이란 건가?’


머리에서는 자만을 경계하라 외쳐댔지만, 가슴에서는 눈치 보던 세월은 다 지나갔다고 네가 최고라고 최강자가 틀림없다고 세상을 굽어보라고 부추겼다.

감격에 끓어오르는 기분을 억제하기 힘들었다.


시체가 산을 이루고 핏물이 바다를 이루는 이 무참한 곳에서 고개를 빳빳이 들고 지옥 밑바닥 같은 광경을 지그시 내려다봤다.

한쪽 입꼬리가 자꾸 비틀려 올라가는 것을 막을 수가 없었다.


‘이게 다 내가 해 놓은 짓거리란 말이지?’


남구는 자신의 압도적인 위용에 취해 복도 출입구 유리문으로 드리워진 그림자도 보지 못했다.




선작, 추천은 작가의 우울증을 예방할 수 있답니다. 볼만 하셨다면 꾹~ 눌러주세요.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작가의말

이번 화는 분량 조절에 실패했습니다.

어찌하다 보니 7,400자가 넘어 버렸네요.

자를까 하다가 그냥 올렸습니다.

지루하셨더라도 조금 양해해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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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100화 패턴 빙벽 +22 22.08.14 741 34 12쪽
99 99화 외나무다리 +14 22.08.13 697 34 12쪽
98 98화 일당 비싼 보모 +18 22.08.12 723 34 12쪽
97 97화 우리 안에 대식가 +18 22.08.11 737 34 12쪽
96 96화 거대 미로 +10 22.08.10 748 32 15쪽
95 95화 천사 강림 +8 22.08.09 728 33 13쪽
94 94화 짝짓기 +16 22.08.08 767 34 13쪽
93 93화 이벤트 +12 22.08.07 708 31 13쪽
92 92화 삼계명 +14 22.08.06 717 32 13쪽
91 91화 잡초 제거 +11 22.08.05 733 30 12쪽
90 90화 재회 +22 22.08.04 752 37 12쪽
89 89화 생환 (2) +16 22.08.03 744 32 13쪽
88 88화 생환 (1) +14 22.08.02 767 33 13쪽
87 87화 지옥불 바비큐 +18 22.08.01 774 36 15쪽
86 86화 핵산1 +10 22.07.31 759 34 13쪽
85 85화 복불복 +18 22.07.30 778 37 14쪽
84 84화 단체전 (2) +10 22.07.29 783 35 14쪽
83 83화 단체전 (1) +12 22.07.28 815 34 13쪽
82 82화 빙설 지대 +11 22.07.27 790 36 12쪽
81 81화 어서 와, 마계는 처음이지? +18 22.07.26 798 35 13쪽
80 80화 그놈 +20 22.07.25 809 39 12쪽
79 79화 소환자들 +14 22.07.24 811 39 13쪽
78 78화 1주년 +10 22.07.23 820 34 12쪽
77 77화 룰렛 이용권 +20 22.07.22 812 37 12쪽
76 76화 힐링라이프 (2) +18 22.07.21 835 40 12쪽
75 75화 힐링라이프 (1) +16 22.07.20 865 38 13쪽
74 74화 개막전 +18 22.07.19 871 38 13쪽
73 73화 아가씨께서 환장한 놈 +18 22.07.18 850 38 13쪽
72 72화 마계 +16 22.07.17 856 38 12쪽
71 71화 오광수 +20 22.07.16 881 41 13쪽
70 70화 간택 (2) +24 22.07.15 886 38 13쪽
69 69화 간택 (1) +16 22.07.14 880 40 13쪽
68 68화 마지막 날 +22 22.07.13 899 42 14쪽
67 67화 삼식이 +18 22.07.12 910 36 12쪽
66 66화 고해성사 +22 22.07.11 916 41 14쪽
65 65화 마법전 +10 22.07.10 918 36 12쪽
64 64화 사냥개 +20 22.07.09 947 43 13쪽
63 63화 같은 그림 찾기 +18 22.07.08 974 45 12쪽
62 62화 국도를 달리는 사람들 +16 22.07.07 1,024 42 12쪽
61 61화 토끼가 타기 전에 +16 22.07.06 1,050 41 13쪽
60 60화 얻을 게 없으면 움직이지 않아 +20 22.07.05 1,083 47 13쪽
59 59화 러브호텔에서 (2) +18 22.07.04 1,138 48 14쪽
58 58화 러브호텔에서 (1) +16 22.07.03 1,179 45 13쪽
57 57화 갈고리발톱이 훑고 지난 자리 (2) +16 22.07.02 1,158 46 14쪽
56 56화 갈고리발톱이 훑고 지난 자리 (1) +22 22.07.01 1,168 50 12쪽
55 55화 크리처 (6) +38 22.06.30 1,164 50 12쪽
54 54화 크리처 (5) +20 22.06.29 1,139 48 13쪽
53 53화 크리처 (4) +22 22.06.28 1,144 42 12쪽
52 52화 크리처 (3) +26 22.06.27 1,168 46 14쪽
51 51화 크리처 (2) +16 22.06.26 1,160 43 12쪽
50 50화 크리처 (1) +16 22.06.25 1,174 45 13쪽
49 49화 준비태세 +26 22.06.24 1,189 41 14쪽
48 48화 안과 밖 (3) +28 22.06.23 1,190 45 14쪽
47 47화 안과 밖 (2) +20 22.06.22 1,210 44 13쪽
46 46화 안과 밖 (1) +26 22.06.21 1,203 48 13쪽
45 45화 마트 입성 (2) +20 22.06.20 1,231 46 14쪽
44 44화 마트 입성 (1) +22 22.06.19 1,238 47 14쪽
43 43화 생존의 열쇠 +24 22.06.18 1,257 50 13쪽
42 42화 아이엠 그라운드 +28 22.06.17 1,275 50 13쪽
41 41화 주특기 +32 22.06.16 1,283 58 13쪽
40 40화 이 구역의 지배자 (3) +24 22.06.15 1,316 53 15쪽
39 39화 이 구역의 지배자 (2) +26 22.06.14 1,308 51 14쪽
38 38화 이 구역의 지배자 (1) +26 22.06.13 1,307 53 14쪽
» 37화 좀비와 춤을 +24 22.06.12 1,347 50 16쪽
36 36화 아종 (2) +20 22.06.11 1,335 47 14쪽
35 35화 아종 (1) +23 22.06.10 1,363 49 14쪽
34 34화 아포칼립스 옥상의 아침 (3) +22 22.06.09 1,396 52 14쪽
33 33화 아포칼립스 옥상의 아침 (2) +24 22.06.08 1,453 45 13쪽
32 32화 아포칼립스 옥상의 아침 (1) +28 22.06.07 1,462 57 14쪽
31 31화 종 친 학교는 (9) +26 22.06.06 1,449 57 14쪽
30 30화 종 친 학교는 (8) +30 22.06.05 1,466 57 14쪽
29 29화 종 친 학교는 (7) +30 22.06.04 1,492 54 14쪽
28 28화 종 친 학교는 (6) +36 22.06.03 1,524 58 13쪽
27 27화 종 친 학교는 (5) +26 22.06.02 1,521 57 13쪽
26 26화 종 친 학교는 (4) +32 22.06.01 1,542 62 14쪽
25 25화 종 친 학교는 (3) +28 22.05.31 1,592 59 14쪽
24 24화 종 친 학교는 (2) +22 22.05.30 1,652 59 14쪽
23 23화 종 친 학교는 (1) +22 22.05.29 1,706 65 14쪽
22 22화 멸망 속으로 +32 22.05.28 1,727 72 14쪽
21 21화 월드클래스 +24 22.05.27 1,767 76 15쪽
20 20화 누구냐, 넌 (2) +28 22.05.26 1,782 68 14쪽
19 19화 누구냐, 넌 (1) +30 22.05.25 1,762 65 14쪽
18 18화 육체 쟁탈전 (13) +36 22.05.24 1,769 67 15쪽
17 17화 육체 쟁탈전 (12) +40 22.05.23 1,722 66 14쪽
16 16화 육체 쟁탈전 (11) +32 22.05.22 1,722 63 14쪽
15 15화 육체 쟁탈전 (10) +28 22.05.21 1,760 69 14쪽
14 14화 육체 쟁탈전 (9) +26 22.05.20 1,777 66 14쪽
13 13화 육체 쟁탈전 (8) +34 22.05.19 1,813 69 14쪽
12 12화 육체 쟁탈전 (7) +36 22.05.18 1,799 65 13쪽
11 11화 육체 쟁탈전 (6) +32 22.05.17 1,834 62 13쪽
10 10화 육체 쟁탈전 (5) +22 22.05.16 1,862 59 14쪽
9 9화 육체 쟁탈전 (4) +17 22.05.15 1,887 70 14쪽
8 8화 육체 쟁탈전 (3) +12 22.05.14 1,961 56 13쪽
7 7화 육체 쟁탈전 (2) +12 22.05.13 2,049 58 13쪽
6 6화 육체 쟁탈전 (1) +18 22.05.12 2,202 66 12쪽
5 5화 처음이자 마지막 이벤트 +17 22.05.11 2,309 68 13쪽
4 4화 깜빡이 좀 켜고 들어와라 좀 +18 22.05.11 2,424 77 12쪽
3 3화 마지막 두 글자를 잇지 못했다 +20 22.05.11 2,593 72 13쪽
2 2화 유일한 살길 +16 22.05.11 3,168 68 14쪽
1 1화 별처럼 셀 수 없었다 +50 22.05.11 5,819 85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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