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화 거대 미로
남구가 예솔을 돌아다봤다.
말은 없었지만, 눈빛으로 묻는 듯했다.
‘저 음침한 아가리 속으로 들어갈 각오가 됐니?’
예솔이 남구의 진지한 눈빛을 마주 보고 입을 떼려는 순간 일단의 무리가 허둥지둥 옆을 스쳐 지났다.
남자들이 여자를 주렁주렁 이끌고 소속 문양이 새겨진 입구를 찾아 분주하게 돌아다녔다.
이제는 아무 곳으로나 들어갈 수 없다는 것을 모두가 알아차렸다.
여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한 18명의 남자는 저들끼리 모여 앉아 선택받은 남자들을 죽일 듯이 쏘아보며 작당 모의를 진행 중이었다.
가장 많은 여자를 소유한 남자들이 과연 어디로 들어가는지 한순간도 눈을 떼지 못했다.
‘곧바로 쫓아 들어가 해치우고 싶었겠지!’
살기가 드글드글 끓고 있는 솔로들은 소속 가문의 문양이 새겨진 터널 입구로 각자 따로따로 진입해야 한다는 걸 눈치채고는 맥이 풀린 모습이었다.
쑥덕거리는 그들의 2차 모의가 남구의 귓가에 속속 들려왔다.
“우리가 쫓아 들어가서 한꺼번에 덮치면 손쉽게 제압할 수 있었을 텐데 거참, 아쉽군.”
“크크, 너무 실망하지 마! 기회는 얼마든지 있을 거야.”
“오히려 타깃이 안 된 우리가 더 유리할지도 몰라.”
“진입할 입구는 각자 다 다르지만, 아무래도 저 안에 들어가서 다시 만날 것 같은데?”
“동감이야! 서로 만나게 될 거야! 틀림없어.”
“안에서 보면 다시 손을 잡자고.”
“당연하지! 혼자보다는 힘을 합치는 게 백번 낫지!”
서로 의기투합해서 팀을 이룬다고 하더라도 결국 목숨을 끊은 단 한 명에게만 여자들의 소유권이 넘어간다.
여자를 소유한 남자를 죽이고 난 후 분명히 저들끼리 자중지란이 일어날 테지만 그건 나중 문제였다.
지금 당장은 어떻게 해서라도 솔로를 면하기 위한 제일 나은 방법을 찾느라 혈안이었다.
결계가 사라질 시간이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었다.
이곳에 있는 사람 중 이 결계의 효과를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외부의 위험 요소를 막아내는 효과뿐만 아니라 내부에서 가해지는 충격도 모두 상쇄시키는 전천후 안전망.
안전망이 사라지기 전에 각자의 입구를 찾아 터널 안으로 들어가야만 했다.
만약 결계가 걷히고 난 뒤에도 이곳에 남아 있는 커플이 있다면 저 굶주린 늑대 무리 같은 솔로들이 한꺼번에 덮쳐 물어뜯을 것이 틀림없었다.
망막에 떠오른 시간이 점점 줄어들수록 커플들의 발걸음은 바빠졌고 솔로들의 눈빛에는 살기가 들끓었다.
이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웃기지도 않은 풍경에 남구의 입꼬리가 비틀려 올라갔다.
‘풋! 예솔이 없었다면 나도 저 솔로 무리에 끼어 살기를 뿜어내고 있었겠군.’
눈으로는 오리 떼처럼 줄지어 뒤뚱거리는 커플들을 귀로는 늑대 무리같이 그 오리 떼를 노리는 솔로들의 작당 모의를 엿듣던 남구가 어두컴컴한 지하 터널로 시선을 돌렸다.
‘저 안에 대체 뭐가 있을까? 출구를 찾을 수는 있을까? 알 수 없는 길을 간다는 것은 참으로 곤욕스럽군. 그렇다고 안 들어갈 수도 없고.’
머릿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든 남구의 눈빛은 태연했다.
예솔을 지그시 바라보며 물었다.
“준비됐어?”
예솔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까부터!”
남구가 허리춤에서 뼈 칼을 칼집째 풀어냈다.
그리고는 반만 뽑아 보여주었다.
“이런 거야. 내구력이 강철보다는 좀 약하긴 한데, 쓸만하겠어?”
뽑혀 나온 상아색 검신을 예솔이 말똥말똥 쳐다보았다.
“없는 거보다는 훨씬 낫지! 뼈로 만든 거야? 와! 예쁘네? 무슨 뼈로 만들었는데 이렇게 예뻐?”
“칼마다 다 다르지만 이건 하마랑 비슷하게 생긴 놈 뼈로 만든 거야.”
“하마 뼈?”
“육중한 만큼 뼈도 단단하지!”
무릎을 꿇고 칼집을 예솔의 허리에 둘러맸다.
‘참 나! 하마 같던 허리가 이렇게 잘록해지다니!’
남구가 편히 묶을 수 있도록 예솔이 자연스럽게 두 팔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땡큐!”
잘록한 허리에 안다시피 둘렀던 팔을 풀고 일어난 남구가 예솔과 눈을 맞췄다.
“자! 그러면 슬슬 들어가 볼까?”
말과 함께 기다란 망토가 펄럭였다.
왼손에는 탄력 있는 나무를 휘어 만든 활이, 오른손에는 뼈를 갈아 만든 뾰쪽한 촉이 달린 살대가 한 무더기 들려 나왔다.
곧장 돌아서서 입구를 향해 짧게 이어지는 내리막길을 걸어 내렸다.
펄럭펄럭 휘날리는 망토 뒤에서 예솔이 뼈 칼을 꺼내는 소리가 들렸다.
남구가 망설임 없이 입구로 몸을 날렸다.
순간 투명한 막이 출렁이며 남구의 몸을 자연스럽게 통과시켰다.
들어서자마자 살을 메긴 활을 겨누고 전방을 주시했다.
‘으음, 소환됐던 지하 벙커와 비슷하군.’
돌판들이 깔린 것이나 야광석이 군데군데 박혀 있는 모습까지 똑같았다.
다른 점이라고는 어디론가 끝없이 이어져 있다는 것뿐이었다.
‘그야말로 거대한 규모에 땅속 미로로군.’
인위적으로 만든 거친 질감의 돌벽과 돌바닥과 돌천장이 어슴푸레하고 을씨년스러운 터널을 따라 모듈 형식으로 네모반듯하게 깔려 있었다.
곧바로 따라 들어온 예솔의 가벼운 발소리가 등 뒤에서 들려 왔다.
이런 음산한 공간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맑은 목소리가 조용하게 울렸다.
“와! 땅속에 이런 터널을 만들어 놓다니! 인력이 많이 들었겠는데?”
예솔의 감탄성에 남구의 입꼬리가 삐쭉거렸다.
‘마족들 힘들까 봐 걱정해 주는 거니? 걔들은 데스 게임에 목숨 거는 애들이야. 더한 짓을 하고도 남을 놈들이지.’
남구가 어둠 속을 향해 터벅터벅 걸어 나갔다.
으스스한 분위기 때문인지 긴장한 예솔은 이후 말이 없었다.
그저 몇 발짝 물러서서 조용히 뒤를 따랐다.
‘응?’
발밑에 돌바닥을 밟는 느낌이 달랐다.
쐐애애애애액-
어둠 속에서부터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순식간에 들이닥쳤다.
야광석의 빛을 받은 살촉만큼이나 반득한 광채가 까만 눈동자에서 전광석화처럼 일었다.
남구는 움직임을 멈춘 채 정면을 응시할 뿐 손가락 하나 까닥하지 않았다.
하지만 빗살처럼 날아들던 화살은 남구의 미간 앞에서 우뚝 멈췄다.
모든 힘을 잃고 시간이 정지한 듯 떠 있던 화살은 곧 밑으로 떨어져 내리며 그 무게만큼이나 가벼운 소음을 냈다.
제자리에 그대로 서서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던 예솔이 조용하게 속삭였다.
“대단해! 중력 제어가 많이 늘었구나? 이젠 손도 뻗지 않네?”
“순간적인 대응이 더 쉬워졌어.”
“발밑에 그 돌판은 기관 장치야? 밟는 소리가 좀 다르던데?”
‘하! 너도 대단하구나! 그런 미세한 소리까지 파악하다니! 하긴 벌써 40 스텟이니까 그럴 만하지.’
남구가 밟았던 돌판을 발끝으로 툭툭 쳤다.
“이 네모난 돌바닥 밑에 숨겨 뒀나 봐. 날아오는 화살 처리할 수 있겠어?”
“할 수 있어.”
일말의 망설임도 없는 단언.
남구의 한쪽 입꼬리가 삐뚜름하게 비틀렸다.
“후후, 그럼 계속 가보자. 피곤하면 내가 밟은 데 따라 밟든가 알아서 해!”
“응!”
간혹 날아드는 화살을 극복하며 샛길도 없이 어딘가로 길게 이어지는 터널을 따라 앞으로 계속 나아갔다.
쐐애애애액-
남구는 일부러 그냥 두었다.
쐐액-
예솔은 고개만 살짝 젖혀 피해 냈다.
조금의 과함도 없는 너무나 우아한 동작이었다.
딱 필요한 만큼만 움직이는 여유 있는 회피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1년 사이에 도대체 무슨 짓을 하고 돌아다닌 거지? LP 효율이 꽤 좋은 건 알고 있었지만, 육체 전이까지 한 삼식이나 부장님이랑 거의 맞먹겠는데?’
예솔은 기관 장치가 설치된 바닥을 신경 쓰지 않았다.
사뿐사뿐 거침없이 걸음을 옮기며 커다란 눈망울로 정면을 주시할 뿐이었다.
쐐애애애애액-
예솔의 손에 들린 뼈 칼이 부드럽게 회전했다.
카앙-
튕긴 화살이 벽면에 부딪히고 떨어져 내렸다.
‘하! 날이 상할까 봐 칼등으로 쳐내는군. 방생한 효과를 아주 톡톡히 보는구만.’
힐끔거리며 돌아보는 시선을 느낀 예솔이 피식 웃었다.
“어리바리하기만 했는데 나도 많이 컸지? 신기해?”
‘신기하냐고? 신비로운 지경이야!’
남구가 지나가듯 말했다.
“잘하면 총알도 피하겠는데?”
“어, 피해!”
“하! 하하하!”
남구는 어이가 없어 저도 모르게 웃음이 샜다.
‘전에 없던 새로운 강자의 출현이로군. 과거에는 그 육체 쟁탈전에서 벌벌 떨다가 허무하게 죽어 버렸을 테지.’
남구의 웃음에 기분이 좋은 듯 예솔도 화사한 미소를 지어 올렸다.
목소리에서도 그런 감정이 그대로 묻어났다.
“다시 만난다면 꼭 네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었어.”
“여기 만만한 곳 아니야. 너 죽으면 나도 죽을 확률이 높으니까 몸조심해!”
“싸가지도 여전하구나?”
“풋!”
이제는 몇 마디씩 나누면서 터널의 끝을 향해 걸어 나갔다.
‘네가 왜 그렇게 자신만만한 모습이었는지 알만 하군. 남자들의 도움 따위 필요가 없을 정도야. 포 스타에 빛나는 명품 은둔 스킬이 있으니 생존에서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겠지! 어쩌면 최강자라고 불려온 사내자식들보다 더.’
어둠에 묻혀있던 막장에 이르렀다.
막힌 터널 끝에는 2개의 육중한 석벽이 굳게 닫혀 있었다.
하나는 왼편으로 또 하나는 오른편으로 자리해 있는 석벽의 벽면에는 얼기설기 마법진이 새겨져 있었다.
명품 방패나 갑주에 주로 새겨지는 진이었다.
‘보통 이런 진이 새겨져 있는 문은 절대로 부서지지 않지! 안에 뭔가 있긴 있군.’
남구가 예솔을 힐끔 쳐다보았다.
시선을 받은 예솔이 입을 열었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거 같은데? 어느 쪽이 좋을까?”
“도통 모르겠군. 방법이 없을 때는 그냥 부딪히는 수밖에. 네가 찍어 볼래?”
예솔이 도리도리 정신없이 고개를 흔들어 댔다.
포동포동하던 볼살이 쪽 빠져 흔들리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남구가 차분하게 왼쪽 석벽에 손을 얹었다.
쿠구구구궁-
육중한 석벽이 요란한 마찰음을 울리며 서서히 옆으로 밀렸다.
석벽이 이동하는 진동에 따라 먼지가 풀풀 날렸다.
모락모락 떠오른 먼지 구덩이 속에서 한참 동안 안쪽을 살피던 남구가 입을 열었다.
“들어가자!”
뽀얗게 일어난 먼지 탓에 눈살을 잔뜩 찌푸리고 입을 막고 있던 예솔이 고개만 끄덕였다.
남구와 예솔이 들어서자 석벽은 곧바로 제자리로 돌아가 닫혔다.
쿠웅-
커다란 소음에 예솔이 닫힌 석벽을 힐끗 돌아봤지만 남구는 분주하게 눈동자를 휘돌려 내부를 살폈다.
소환됐던 지하 벙커처럼 사방이 꽉 막힌 공간이었다.
아무것도 없이 텅 빈 공간에 남구와 예솔만이 멀뚱하게 서 있었다.
‘뭐 하자는 거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예솔도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텅 빈 공간을 이리저리 둘러볼 뿐이었다.
“남구야! 설마 우리 여기다가 가둬두고 굶겨 죽이려는 건 아니겠지?”
뭔가 있을까 사방을 한참 둘러보던 남구가 태연히 배낭을 열었다.
“너 종일 아무것도 못 먹었지?”
“응!”
배낭에서 새끼 가고일 훈제를 꺼냈다.
갇힌 공간에 고소한 냄새가 진동하기 시작했다.
예솔이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이거 먹어.”
남구가 내민 훈제 고기를 예솔은 멀뚱히 바라보기만 했다.
꼴깍꼴깍 침을 삼키면서도 불안한 얼굴로 물었다.
“이런 상황에 먹어도 될까?”
“이런 상황이니까 먹어야지! 전투 중에 먹을래?”
할 말을 잃은 예솔이 가고일 훈제를 받아 들었다.
살코기를 찢어 입 안에 넣자마자 얼굴에 가득했던 불안감이 씻은 듯 날아가 버렸다.
“어머! 이거 뭐야? 엄청 맛있다. 닭고기야?”
“뭐, 닭고기라고 생각하고 먹어. 비슷한 거야.”
소환된 뒤 아무것도 먹지 못했던 예솔은 허겁지겁 게 눈 감추듯 가고일 훈제를 먹어 치웠다.
그동안 어떻게 살아왔는지 물을 수조차 없었다.
볼이 터질 듯 빵빵했다.
가뜩이나 예솔의 입은 조막만 했다.
말을 할 수 있을 만한 여유 공간이 전혀 없었다.
“먹으면서 들어!”
남구는 이곳 사정과 지금 상황을 간단명료하게 설명했다.
이어지는 이야기가 신기한지 연신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입을 오물거리는 예솔 앞에 포도를 꺼내 놓으려는 찰나 석벽의 진동이 느껴졌다.
“헉!”
예솔이 앙상한 가고일 다리뼈를 내동댕이치고 후다닥 뼈 칼을 들어 올렸다.
남구도 곧바로 활과 화살을 집어 들었다.
움직이는 석벽은 남구와 예솔이 들어왔던 석벽이 아니었다.
맞은편 벽면이 밀려 나갔다.
쿠구구구궁-
경계심 가득한 표정으로 총을 겨눈 갈색 머리 남자를 지나쳐 겁에 질린 여자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갈색 머리 남자는 남구를 경계하느라 머뭇거렸으나 어쩔 수 없이 여자들을 따라 들어왔다.
모두 들어오자 마찬가지로 석벽이 굳게 닫혔다.
남자가 곧바로 외쳤다.
“잠깐! 난 싸울 생각 없어.”
영어였다.
남구가 정면을 응시한 채 예솔에게 속삭였다.
“무슨 말이야?”
“싸우고 싶지 않대.”
갈색 머리 남자가 겨누었던 자동 소총의 총구를 천천히 내리며 손바닥을 펼쳐 보였다.
남구도 팽팽하게 당겼던 활시위를 느슨하게 하는 것으로 의사를 표시했다.
여전히 손바닥을 펼쳐 든 갈색 머리 남자가 조심스럽게 총기를 등 뒤로 돌려 메며 말했다.
“우리 힘을 합치자!”
알아들을 수 없는 남구는 어차피 대답할 수 없었다.
갈색 머리 남자의 행동에 맞추어 활을 내렸다.
예솔도 남구의 행동에 따라 뼈 칼을 칼집에 꽂아 넣었다.
갈색 머리 남자의 눈동자가 바닥에 뼈다귀만 수두룩하게 남겨진 가고일 훈제로 향했다.
곧 팽팽하게 긴장했던 표정을 풀며 물었다.
“이곳에서 별일 없었나 보지?”
남자는 대답을 들을 생각도 없어 보였다.
경계하는 눈초리로 남구를 힐끔거리며 상처 입은 여자를 연신 돌아다봤다.
6명의 여자 중 한 명의 어깨에 화살이 깊숙하게 박혀 있었다.
남구가 활을 완전히 바닥에 내려놓고 피를 철철 흘리고 있는 여자를 향해 턱짓했다.
남구의 의사를 확인한 남자는 황급히 응급처치를 해 나갔다.
어깨를 뚫고 나온 화살촉을 잡고 등 쪽에서 당겨 뽑았다.
“아악!”
붉게 물든 화살 깃이 흠뻑 머금은 혈액을 방울방울 토해냈다.
남자가 고통에 몸부림치는 여자에게 달래듯 말했다.
“탈출에 성공만 하면 힐러가 기다리고 있으니까 조금만 버텨봐! 지혈하면 그때까지는 버틸 수 있을 거야.”
“흐윽! 너, 너무 아파요. 저 죽기 싫어요.”
여자의 흐느낌 섞인 말이 끝나기 무섭게 한쪽 구석 바닥에서 마법진이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응급처치를 마무리할 수 없었다.
지혈을 위해 옷자락을 찢어내던 손을 그대로 멈췄다.
갇힌 공간에 눈이 멀 듯한 광채가 휘몰아쳤다.
모두 질끈 눈을 감았다.
선글라스를 쓰고 있는 남구만이 광휘에 휩싸여 등장하는 거대한 몬스터의 실체를 똑똑히 볼 수 있었다.
‘썩을! 저놈을 이곳에서 보는구만.’
선작, 추천은 작가의 우울증을 예방할 수 있답니다. 볼만 하셨다면 꾹~ 눌러주세요.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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