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화 육체 쟁탈전 (13)
분주하게 돌아다니던 노인의 초점이 남구에게 고정됐다.
다가오는 은성을 등지고서 곧바로 남구에게 돌진했다.
노인은 앞뒤 없이 막무가내로 달려들었다.
빼도 박도 못하는 상황에서 궁지에 몰린 생쥐처럼 정신이 나간 듯 보였다.
자글자글 주름진 얼굴을 더욱 일그러뜨리며 절규와 같은 괴성을 내질렀다.
“으아아아아!”
노인은 죽이겠다는 일념으로 들이닥치고 있었지만 직시한 남구의 눈빛에는 적의가 없었다.
‘내게도 미쳐버릴 것만 같은 순간이 수없이 닥쳤었죠. 그 심정 모르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동정의 빛을 띠지도 않았다.
눈동자 속은 텅 빈 듯 아무런 감정도 담기지 않아 오히려 냉기만이 풀풀 날렸다.
남구가 투우를 피하는 투우사처럼 덮쳐드는 노인의 옆을 스치듯 비켜나갔다.
지나치는 노인의 옆구리에 가윗날을 사정없이 찔러 넣었다.
푸욱-
“으아아악!”
남구를 지나쳐 한참을 더 달려 나가던 노인이 비틀비틀 다시 돌아섰다.
손목을 회전해 가윗날을 뽑아낸 탓에 옆구리의 상처는 심각하게 헤집어져 있었다.
다리를 타고 흘러내린 핏물이 바닥을 흥건하게 적셨다.
또한 진로를 따라 긴 핏자국을 남겼다.
노인의 처지에 깊이 공감하는 남구였으나 손속에는 일말의 사정도 주저함도 없었다.
“아아악! 아악!”
노인은 고통에 겨운 비명을 연이어 질러댔지만 뚫린 옆구리를 틀어막을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흰자위를 한껏 드러내며 치뜬 눈빛이 정상이 아니라는 것은 누가 봐도 알 수 있었다.
노인의 눈동자에 가득 어렸던 공포심은 어느새 말끔히 사라져 버렸다.
자신의 안위 따위는 안중에도 없이 오로지 남구를 끝장내겠다는 광기만이 번들번들 넘쳐흘렀다.
공포에 삼켜져 미치광이가 된 모습이었다.
‘이거 이거, 정신 줄을 놓으셨구만. 완전히 돌아버렸군. 미친놈을 상대하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은데······.’
“죽어! 죽어! 죽어!”
얼굴은 물론이거니와 훌러덩 벗겨진 머리까지 불덩이처럼 뻘겋게 달아오른 노인이 두 주먹을 움켜쥐고 온몸의 힘을 쥐어짜 절규했다.
목과 이마에 핏줄이 툭툭 불거지도록 토해내는 사자후가 텅 빈 지하 공간에 끝없이 메아리쳤다.
‘아, 거 귀청 떨어지겠네! 그래요, 누구의 도움도 받을 수 없는 고립무원의 빼박 상황에선 왕왕 미치기도 한답니다.’
미치광이의 쩌렁쩌렁한 울부짖음을 처음 접한 예솔은 딱딱하게 굳어 버렸다.
혼이 나간 듯 멍한 표정의 얼굴에 저도 모르게 눈물 한 방울이 주르륵 떨어져 내렸다.
은성도 예솔과 다를 것이 없었다.
광기에 압도당해 뒤를 치려던 생각마저 잊고 있었다.
머리털을 쭈뼛 세우는 섬뜩한 저주가 남구를 향해 연달아 퍼부어졌다.
“죽어! 죽어! 죽어! 죽어라!”
정작 절규하듯 퍼부어지는 저주를 온몸으로 맞이하는 당사자의 표정은 차분하기 그지없었다.
남구 역시 미쳐 버린 노인처럼 결코 일반적이지 않았다.
펄펄 끓는 용광로에 담금질 된 쇠처럼 온갖 풍파를 겪어온 남구는 보통 사람에게서 나오는 자연적인 반응이 일어나지 않았다.
그저 냉랭한 얼굴에 싸늘한 눈빛으로 발광하는 노인의 행태를 지켜볼 뿐이었다.
주위의 대기는 순식간에 불과 얼음으로 나뉘었다.
“으아! 죽어! 죽어! 죽어라!”
또다시 악을 쓰며 사생결단으로 돌진했다.
옆구리의 크게 벌어진 상처로부터 달려오는 궤적에 따라 새빨간 핏줄기가 흩뿌려졌다.
‘광전사가 따로 없군!’
저돌적으로 들이치는 노인을 두 팔 벌려 받아 안기라도 할 것 같은 자세를 취했다.
동시에 회칼과 가윗날을 반 바퀴 빙글 돌려 역수로 쥐었다.
노인이 돌진하던 추진력을 한껏 실어 온몸을 던졌다.
활짝 열린 가슴팍에 뾰쪽한 회칼의 끄트머리를 깊숙하게 찔러 넣었다.
남구의 몸 전체가 왼쪽으로 재빠르게 반걸음 이동했다.
왼쪽 팔뚝에 바짝 붙인 가윗날로 들이치는 칼날 옆면을 안으로 쳐냈다.
카아앙-
회칼이 남구의 오른쪽 겨드랑이 밑으로 아슬아슬 빠져나갔다.
남구가 왼쪽으로 순식간에 허리를 틀었다.
오른손에 역수로 쥔 회칼이 저절로 따라 돌았다.
쒹-
칼날의 콤팩트한 회전이 목을 예리하게 스쳐 지났다.
꽈아앙-
노인과 충돌한 남구가 뒤로 밀려 날아가 버렸다.
바닥을 데굴데굴 구르고는 신속하게 일어났다.
추진력을 상쇄시킨 반발력에 노인은 충돌한 그 자리 그대로 못 박힌 듯 서 있었다.
칼날이 통과한 목에서 서서히 균열이 발생했다.
“끄으으윽!”
같은 편을 먹었던 턱수염의 노인과 마찬가지로 대머리 노인도 울대가 베어졌다.
다른 점이라고는 가윗날보다는 회칼이 좀 더 예리해서 베어진 상처가 깔끔하다는 것뿐이었다.
챙그랑-
대머리 노인은 답답한 호흡을 뱉어내며 바닥에 회칼을 떨구었다.
가늘게 터져 나오던 혈액이 분수처럼 쏟아졌다.
핏- 피육- 촤아아아-
양손으로 목덜미를 감싸 쥐었으나 아무리 출혈을 막으려 해도 일절 소용없는 일이었다.
방황하듯 앞뒤로 짚어대는 발걸음이 춤을 추는 것만 같았다.
“그륵! 그륵!”
거칠게 들려오던 가래 끓는 신음은 오래가지 못했다.
서서히 앞으로 기울어지다가 바닥에 머리를 처박았다.
쿠웅-
경련을 일으키나 싶더니 이내 미동도 하지 않았다.
‘일격 필살이구나! 칼날을 정말 예리하게 관리했군. 저항감이 거의 없었어.’
“후우우우우우우우!”
차올랐던 숨을 길게 뱉으며 뻐근한 근육과 관절을 이리저리 풀어냈다.
몸통 박치기의 충격에 가냘픈 몸뚱이 전체가 욱신거렸다.
‘모 아니면 도라는 식으로 덤벼 대다니, 미친놈을 상대하는 건 역시 쉽지 않군.’
예솔이 형용할 수 없는 표정으로 뛰어오고 있었다.
남구의 지침을 착실하게 수행하느라 오는 데 한참이나 걸렸다.
어안이 벙벙해진 은성이 탄성을 질렀다.
“와아! 남구야! 대, 대단하다. 무협 영화나 액션 영화를 보는 것 같았어.”
은성이 입을 다물지 못하고 경이로운 눈빛으로 남구를 바라봤다.
“풋!”
‘너한테 그런 얘기를 듣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네. 네 발뒤꿈치에도 못 따라가던 실력이었단다.’
남구는 그저 썩은 듯한 미소를 짓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할 수밖에 없었다.
“남구야!”
예솔이 달려와 남구에게 와락 안겼다.
“허억!”
어찌할 바를 몰라 목석처럼 굳어버렸다.
‘이, 이건 스펀지인가? 말랑말랑, 폭신폭신하군!’
“흐윽!”
예솔이 온 힘을 다해 부둥켜안고 흐느끼기 시작했다.
반드시 죽을 거라 생각했었다.
바닥에 수두룩하게 널브러진 시체와 같이 몹시 처참한 모습으로.
그런데 어찌 된 영문인지 마지막까지 살아있었다.
“나, 왜 이렇게 눈물이 나지?”
예솔은 안도감을 동반한 형용할 수 없는 감정에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다.
그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는 남구였지만 예솔에게 안겨있는 상황이 썩 편치만은 않았다.
‘누군가에게 이리 격하게 안겨 보기는 할머니 이후로 처음인 것 같군.’
생소하고 몹시 어색했다.
은성도 난데없이 남구와 예솔을 두껍고 긴 팔로 한꺼번에 끌어안았다.
‘으흠, 너까지 왜 이러니? 자식이 안 하던 짓을 하네?’
항상 은성의 강한 모습만 등 뒤에서 선망의 눈길로 바라봤던 남구는 지금 상황이 무척이나 당혹스러웠다.
두 남자 사이에서 답답한 목소리가 비집고 나왔다.
“이제 우리 산 거지? 다 끝난 거지? 집에 갈 수 있는 거지? 흑!”
은성의 목소리에도 기쁨과 안도의 기색이 흠뻑 묻어 나왔다.
“그래, 우린 살았어! 이제 집에 갈 수 있어.”
‘저런 저런, 지금 밖이 어떤 상황인 줄 아니? 아비규환이 따로 없는 세상이 펼쳐지고 있단다.’
생명의 핵을 운용하는 족속들이 한창 투자금을 회수할 시기였다.
전 지역에 걸쳐서 대량으로.
당분간은 멈춤 없이 계속될 것이다.
남구가 떨떠름하게 말했다.
“이거 봐! 아직 안 끝났어.”
예솔의 움찔하는 꿈틀거림이 품속에서 느껴졌다.
동시에 은성의 놀란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뭐? 다 끝난 거 아니야?”
은성이 두 사람을 안고 있던 팔을 풀고 주변을 돌아봤다.
그러고는 굳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아! 그렇구나! 아직 끝난 게 아니었어.”
넓은 지하 공간에는 바닥에 널브러져 아직 숨이 붙어 있는 사람이 많이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몸은 못 가누지만 또렷한 정신으로 진행 상황을 계속 눈에 담고 있던 사람도 몇몇 되었다.
남구가 품에 안긴 예솔을 밀어내며 덤덤하게 말했다.
“내가 처리할게.”
뒤늦게 깨달은 예솔은 울상이었고 은성의 표정도 침울했다.
은성의 슬픔에 찬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런 짐을 혼자 지려고? 그럴 필요 없어. 내가 도울게.”
‘아니야, 은성아! 다 LP란다. 이 정도 LP라면 초반에 치고 나가기에는 그만이란다. 기왕 돌아가셔야 하는데 내가 모두 고이 보내드리는 게 좋지 않겠니?’
남구가 단호하게 거절했다.
진심을 다해서.
“됐어! 넌 예솔이 데리고 네 출혈이나 막아. 좀 있으면 너도 과다출혈로 죽을 것 같아.”
“흐음!”
은성이 깊은 탄식을 내뱉었다.
남구의 속도 모르고 안쓰러움과 미안한 감정을 가득 담은 표정을 지어 보였다.
남구는 어찌할 바를 몰라 망설이는 은성에게서 시선을 돌려 예솔에게 말했다.
“예솔아! 은성이 상처 좀 막고 있어.”
“너도 찔린 거 아니야? 피가 많이 나오는데?”
“이 정도로 당장 죽진 않아. 그냥 내 말대로 해.”
“그, 그래, 알았어.”
예솔은 왠지 남구가 말하면 무조건 그렇게 따라야 할 것만 같은 조건 반사적 느낌이 들었다.
고개를 갸웃하며 은성의 팔을 잡아끌었다.
“은성아! 우리 저쪽에서 급한 대로 치료부터 하자!”
은성의 얼굴에 침통한 표정이 떠나지 않았다.
“으흠, 그럼 미안하지만 부탁할게, 남구야!”
남구는 고개만 끄덕인 후 바로 움직였다.
간신히 숨만 붙어 있는 자의 목덜미에 망설임 없이 날붙이를 밀어 넣었다.
푸욱-
“으.”
무기력한 단말마의 비명은 희미하기 그지없었다.
은성과 예솔은 애써 남구의 모습을 뒤로하고 한쪽 구석에서 찢어 낸 천으로 출혈을 막기 시작했다.
“윽! 으윽! 흐윽!”
마지막으로 몰아쉬는 숨결이 연이어 들려왔다.
예솔과 은성은 소름 끼치는 희미한 비명으로부터 고개를 돌려 최대한 외면했다.
그런다고 들릴 소리가 들리지 않을 리 없었다.
잔뜩 찌푸린 예솔의 눈에서 쉴 새 없이 눈물방울이 떨어져 내렸다.
자꾸 찌푸려지는 이유가 싸매고 있는 상처의 흉측함 때문인지 사람들의 마지막 숨소리 탓인지 알 수 없었다.
은성의 일그러진 미간 역시 고통 때문만은 아닌 듯했다.
은성은 팔이 부러지고 온몸에 자상이 가득했으며 망치에 얻어맞아 피부 또한 자홍색 멍투성이였다.
상처를 싸매는 예솔이 오히려 은성보다 더 아픈 표정이었다.
남구가 빠르게 돌아다니며 LP를 거둬들였다.
손에 들린 회칼이 기계적으로 움직였다.
정작 일을 치르고 다니는 남구의 표정은 무던하기만 했다.
거침없이 움직이던 발걸음이 과다 출혈로 죽은 목수의 옆에서 멈추었다.
자고 일어났을 때 이미 숨진 것을 알고 있었다.
만약 목수가 남구의 제안을 받아들였다면 이 자리에 목수 대신 예솔이 누워있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목수의 허리에 채워진 목공 벨트를 풀었다.
‘유품 잘 쓸게요.’
희미하게 붙어 있던 모진 목숨을 거두며 벨트에 채울만한 것들을 챙겼다.
일을 다 마치고 시야를 허공 어딘가에 두었다.
시스템 창에 생명 포인트를 확인했다.
[생명 포인트 : 50 LP]
‘뭐야, 이거?’
어리둥절한 남구의 눈동자가 허공에 멍하니 머물렀다.
메시지 텍스트를 확인하고 또 확인하고 거듭 확인했다.
텍스트는 처음 그대로 명확하고 또렷하게 정보를 전달하고 있었다.
‘은성이 죽인 사람이 한 명도 없어?’
은성과 예솔을 제외한 모든 사람의 LP가 남구에게 수렴됐다.
“하!”
헛웃음이 터져 나왔다.
저만치 떨어져 위치한 은성과 예솔이 서로 걱정 가득한 눈빛을 주고받으며 남구의 상태를 살폈다.
예솔이 침울하게 말했다.
“은성아, 남구가 너무 충격받은 거 같아.”
은성도 같은 표정으로 끄덕였다.
“그럴만하지. 혼자서 감당하기에는 너무 버거운 일이야.”
“가서 위로라도 해줘야 할까? 내가 다녀올게.”
은성이 일어서는 예솔의 팔목을 붙잡았다.
“아니야, 지금은 그냥 놔둬. 일단 마음을 추스를 시간이 필요하겠지. 보통 일이 아니잖아.”
“그럴까? 역시 그렇겠지?”
은성이 깊은 탄식을 바닥에 내뱉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휴우! 정말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알 수가 없다.”
예솔이 눈물 자국 선명한 얼굴을 들어 주변을 돌아보았다.
“이곳은 대체 몰까? 우리는 왜 이런 곳에 끌려온 걸까?”
“그러게, 정말 나도 알고 싶어.”
예솔은 은성에게 처음부터 궁금했었던 질문을 던졌다.
“왜 몸을 바꾸고 싶었던 거야? 나랑 남구는 그렇다 치더라도 넌 정말 이해가 안 돼.”
은성이 민망한 표정으로 대답을 망설였다.
그러자 예솔의 궁금증은 더욱 증폭될 수밖에 없었다.
“왜? 뭐 때문인데?”
“으흠, 아, 아버지······.”
“아빠? 아빠가 왜?”
“아, 아버지께서······.”
“응, 아버지께서 아프셔?”
은성은 갈증이 나는지 목을 가다듬으며 침을 삼켰다.
“으음, 그런 게 아니라 대머리야!”
“······.”
순간 지하공간은 정적에 휩싸였다.
모든 사람의 숨이 끊어져 더욱 그러했다.
이제는 부상자의 앓는 소리마저 없었다.
저만치서 남구의 꼴깍꼴깍 침 넘기는 소리만이 간혹 정적을 깨뜨릴 뿐이었다.
적막이 어색해 예솔은 뭐라도 말을 해야 했다.
“그, 그랬구나!”
“······.”
“꼭, 유전된다는 보장은 없잖아?”
“······.”
“내, 내가 괜한 얘기를······.”
언제나 당당하기만 했던 은성이 의기소침해져 아무 말도 없었다.
그저 얼굴을 붉힐 뿐이었다.
예솔은 그런 같잖은 이유로 만신창이가 된 은성을 보고 있자니 어처구니가 없었다.
‘뭐, 나도 마찬가지지.’
예솔이 어색한 눈동자를 데구루루 굴리며 꺼낼 말을 생각했다.
그다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교내 최대 인싸인 은성의 근황은 관심을 두지 않아도 저절로 시시콜콜하게 들려왔었다.
“맞다! 아빠가 태권도장 관장님이셨지?”
“으응!”
“그래서 네가 그렇게 강했구나!”
자신감과 우월감에 콧대가 하늘 높은 줄 몰랐던 은성의 기준에도 남구는 인정을 안 할 수가 없었다.
은성이 남구를 돌아보며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후후, 남구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네!”
“둘 다 대단해! 남구는 정말 의외긴 했어. 깡말랐고 거기다 다크서클 때문에 환자 같잖아. 넌 남구가 이런 줄 알았어?”
은성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같은 반이었지만 나도 전혀 몰랐어. 항상 말없이 조용하기만 했었지. 이제 보니 괴롭히는 애들도 일부러 그냥 두었던 거야. 진짜 굉장한 놈이었어!”
예솔과 은성은 소환진에서 처음 본 며칠 되지도 않은 사이였지만 사선을 함께 넘은 동지애로 금방 가까워졌다.
참혹함을 잠시 잊기 위해 시작한 둘의 대화가 무르익어 갈 때 한참을 멍하니 있던 남구가 몸을 움직였다.
예솔이 번개처럼 남구를 돌아봤다.
“저기 남구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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