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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어왕자 님의 서재입니다.

Labency Ta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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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어왕자
작품등록일 :
2021.01.25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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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7.18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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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2.14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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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과 만남(2)

DUMMY

누구나 한 번쯤은 꿈꿔왔던 환상. 어릴 적, 이빨 요정이 실재한다고 믿었던 동화fairy tale속 이야기. 아름답고 신비로운 요정들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공간.

물론 그걸 신기해하는 것도 하루 이틀 일이다.

요정의 숲의 신비성은 요정들이 몸에서 분비하는 체분(體粉)이 식물에 이상 현상을 일으켜서 생기는 성장 이상 사태에 대부분의 기반을 두고 있다. 쉽게 말해 바깥 세상에서는 백 년에 한 번 나올 법한 돌연변이 식물들이 잡초처럼 자라나는 것이다. 다람쥐를 잡아먹는 파리지옥 정도는 그다지 신기할 것도 없다.

그러니 신비한 것이지, 애초에 아무리 아름다운 요정들이 살고 있다고 한들 그 배경이 판자촌이면 불쌍하기밖에 더 할까.

지난 한 달간 숲에서 살아본 결과, 한 가지 특징을 알 수 있었다.

루나는 지친 표정으로 뇌까렸다.


“이 사람들, 잠을 안 자나 봐요.”


요정의 숲은, 경우의 차이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항상 시끄럽다. 사람 셋 이상이 모인 자리에는 귀가 쨍쨍하는 수다가 함께하고, 다섯 이상이면 노랫소리, 열 이상이면 악기 소리에 춤추는 소리까지 덧붙여진다.

상시 축제 상태인 동네라고 보면 적절하다. 실제로 요정들은 신나게 돌아다니며 하루 종일 놀고 있는 경우도 허다했다.


이것은 요정들이 게을러터진 것이 아니라, 요정의 숲이 주는 풍족함 때문이다.

돌연변이처럼 자란 식물들은 과일이나 곡식 등을 이상 생산한다. 또한 꿀이 육안으로 볼 수 있을 정도로 흘러 넘치는 꽃이 존재하여, 벌들을 통통하게 살찌운다.

투자하는 노동에 비해 과할 정도로 생산물이 넘쳐 흐른다. 게다가 아열대에 가까운 기후 탓에 겨울이라는 것이 거의 체감되지도 않는다. 때문에 사시사철 풍족하게 식량사정을 영위할 수 있으며, 이는 사람들의 얼굴에 웃음이 넘치게 만드는 요인이다.

지금도 어딘가에선 북 소리가 둥둥거리며 울리고 있다. 처음에는 축제라는 말에 신나서 안도혁을 끌고 여기저기를 돌아다녔던 루나지만, 이제는 슬슬 지겨워질 법도 했다. 게다가 요정들의 분위기메이커인 페어리들이 안도혁을 자꾸 무서워하기도 했고.


‘용의 피라는 게 그렇게 무서운가?’


용족과 안도혁이 싸운지도 어언 두 달이 다 되었다. 그쯤 되면 핏방울이 미세하게 남는 것도 어려운 시간이다. 그럼에도 페어리들이 안도혁을 보면 오줌을 쌀 듯 벌벌 떨어대니, 이상한 노릇이라고밖에 볼 수 없었다.

연신 담배를 태우는 안도혁을 보며 루나가 말했다.


“그럼, 여기선 방법을 찾을 수 없는 건가요?”

“가장 유명하고 실력 좋은 약사에게 들은 말이 그러니, 달리 방도가 있겠습니까. 다른 대책을 강구해 보는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그것 말고도 이유가 또 있다. 안도혁은 손에 든 담배를 바라보았다.

고된 여행으로 인해 – 주로 정신적인 부분이었지만 – 안도혁은 담배를 거의 입에 물고 살았다. 아무리 구매량이 많았다고는 하지만 그게 무한은 아니니, 담배는 점점 줄어들 수밖에 없었고, 이제는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 좋든 싫든 요정의 숲을 떠나야 할 때가 가까운 것이다. 쌓인 담배의 잔량을 보면 한숨밖에 나오지 않는다.


“도혁 씨. 그럼 이제 떠나는 거예요?”

“아무래도 그래야 하지 않겠습니까.”


더 이상 체류해봐야 얻을 것이 없다는 것은 자명하다. 아마 이 숲 어딘가에는 그의 간절함을 채워줄 현자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건 있을지도 없을지도 모르는 사람 하나를 찾겠다고 나라 하나를 뒤집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이다. 그런 불명확한 환상에 몸을 던질 만큼 안도혁은 비이성적인 인간이 아니었다.


“왜, 루나 씨는 여기 계속 머무르고 싶은 겁니까?”

“아, 아뇨. 그런 건 아니지만······.”


아마 자유로움의 이상향을 말하자면 이곳만 한 곳이 별로 없을 것이다. 사실 그것은 이들 일행이 손님으로 대접받는다는 상황에 대부분을 기인하지만, 여하튼 현재 상황만 보자면 그렇다.

그러나 루나는 그다지 지금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왜일까?’


분명 한평생 자유를 찾고 싶어하던 자신이다. 값비싼 산해진미 속에서도, 가신들이 충성하는 속에서도 부자유를 느껴 이렇게 가출한 몸이지만, 오히려 여기서 루나는 말할 수 없는 불만족을 느끼고 있었다.

조금 고민해보던 그녀였으나, 이내 생각을 그만두었다.


‘뭔가 이유가 있긴 하겠지.’


아무튼 지금은 일행의 리더가 여행 방향을 잡는 게 우선이다. 루나는 측은한 표정으로 안도혁의 머리를 바라보았다.


‘안타깝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을 갈구한다. 누군가는 오늘 당장 허기를 때울 빵 한 조각을 갈구하는 반면, 누군가는 겪어 보지도 못한 자유를 탐하고자 한다.

상실의 저편에 있는 것을 바라는 것은 비단 인간뿐만의 일이 아니리라. 이성이 있는 생물이라면 누구나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을 동경하고, 탐하고, 욕망하기 마련이다.


‘불쌍한 사람.’


무(武)에 몸을 담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초인이라는 꿈을 꾼다. 그렇지 않은 사람도 마찬가지다. 동화 속에 나오는 인물처럼 영웅담의 한 자락을 가볍게 써 내려갈 수 있는 능력을 부러워하지 않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 만약 있다고 한들, 그것은 그저 꿈을 잊은 것뿐이지 꿈이 없는 것은 아니리라.

하지만 그런 모두가 부러워할 능력을 가진 사람은 정작 다른 것을 바라고 있다니.

문득 안도혁의 머리를 쓰다듬고 싶어진 루나는 자신의 손을 필사적으로 잡았다.


‘안 되지. 안 돼.’


요즘 들어 조금 친해졌다고 생각했지만, 아직 이런 것을 하는 건 시기상조다. 애써 자신을 붙잡은 루나는 얼굴에 애써 슬픈 표정을 지어냈다.


“그러면 언제 출발하면 좋을까요?”


안도혁은 잠시 고민하는 듯하더니 문득 입을 열었다.


“저 혼자만의 의견으로 결정할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그러고 보니 석진이와 에스턴 씨에 대한 소식은 좀 들으셨습니까?”


그 말에 루나는 코웃음을 칠 수밖에 없었다.


“얼굴 값 하고 있다고 봐야죠.”

“예?”





경국지색(傾國之色)이란 말이 있다. 나랏님을 혹하게 하여 정국을 어지럽힐 정도의 미모를 가진 사람에게 붙는 말이다.

이 명예인 듯 명예롭지 않은 칭호는 여성의 앞에 붙는 게 대부분이다. 일반적인 사회적 상황으로는 일국을 지배하는 군주를 미색으로 홀리는 게 여성이라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통념 때문이지만, 실상으론 ‘그만큼 예쁜 남자’가 딱히 없기 때문이라는 게 맞다.

일설에는 외모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것이 피부의 깔끔함이라고 한다. 그런데, 남성들이 여성만큼 피부에 신경을 쓰던가?

일반적으로 남성은 피부 미용에 무관심하다. 아주 보기 흉한 경우에는 트라우마가 생길 수도 있지만, 보통 정도로만 생긴 남성들이 피부에 갖는 관심은 그날 점심 메뉴가 무엇인지 이하로 낮다. 즉, 통틀어 보자면 피부라도 깨끗한 남성은 미남의 반열에 들 확률이 상당히 높다.


그렇다면 피부만 깨끗한 게 아닌 남자는 어떨까.


“아아. 좋다아.”


서석진은 행복한 표정으로 온천 안에 잠겨 있었다.

그 옛날 누군가가 말했다. 어느 여제(女帝)의 코가 조금만 낮았더라면 세계의 역사가 바뀌었을 것이라고. 그만큼 아름다운 여인이었다는 말이다.

과연 그 말이 신빙성이 있는지는 의문이지만, 서석진은 타인이 보기에 완벽에 가까운 미모를 가지고 있었다.

여자와 비교해도 여자 쪽이 덜 예쁘다고 생각될 외모. 즉, 선을 넘은 외모다. 그 우유처럼 뽀야면서도 적당히 혈색이 도는 피부는 건강미와 청순미 모두를 가지고 있는 미인의 그것에 아주 일치해 있다. 툭 튀어나온 목젖이 아니라면 그의 성별을 의심하는 사람이 생기리라.

사실, 남자여도 상관없다는 사람이 있대도 그의 성적 취향을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이 몇 있을 수도 있다.

어쨌든 그런 미인인 서석진은 온천에 몸을 푹 담그고 있었다. 그 아름다운 얼굴에는 행복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는 표정이 드러나 있었다.


“너무나도 개운하다아.”


일설에는, 물에 젖은 여인은 평소보다 배는 예뻐보인다는 말이 있다. 눈 오는 날, 비 오는 날의 여인이 평소보다 더 청초해 보였던 경험은 어떤 소년이든 가지고 있는 추억일 것이다.

그럼 물에 젖은 남자는?


촤아악


서석진이 물에 젖은 머리를 위로 슬며시 쓸어 올렸다. 첨벙이는 물방울 뒤에 드러나는 미남의 모습은, 그야말로 한 폭의 그림 같다고밖에 말할 수 없었다.

옆에서 함께 온천욕을 즐기고 있던 에스턴은 뭔가 미묘한 기분이 들어 살짝 떨어졌다.

지리적으로 요정의 숲의 동쪽 부근에 위치한 이 온천은 에스턴이 자주 애용했던 장소이다. 다한증이라는 천형을 달고 사는 그에게 목욕은 떼 놓을 수 없는 일과와도 같으니, 아예 주거지를 이 근처로 잡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본 적이 있다.

하지만 이 추억의 장소는 예상치 못하게도 서석진에게 필요한 장소가 되었다.

드라이어드에게 보낸 안도혁과 달리, 서석진이 치료를 위해 배정된 곳은 뜻밖이었다.

요정왕이 말했었다.


"그 병에는 나이아스의 온천만한 것이 없죠. 자신감 없는 남자들이 알게 모르게 이용하고 가는 곳이에요."


숲 동부에는 활화산이 군데군데 존재한다. 비록 근래에 큰 폭발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위험성을 내포한 곳이다. 때문에 숲의 기묘한 식물들도 이쪽의 화산지대에서는 잘 서식하지 않는다. 아무리 돌연변이여도 기본적으로는 생물이니까.

화산 지대에는 뜨거운 지열로 인해 지하수가 데워지기 마련이다. 고로, 천연 온천들이 존재한다. 가끔 다른 요정들도 온천욕을 즐기러 오지만, 기본적으로 이곳은 물의 요정이라 불리는 나이아스들의 주 활동 지역이 된다.

멀리서 누군가가 외쳤다.


"이제 슬슬 그만두고 나오셔야 해요! 체력이 다 빠질 거에요!"


그 말에 서석진은 하늘을 바라보았다.

과연, 들어올 때와 해의 위치가 확연하게 다르다. 언제 이렇게 잠겨 있었나 생각될 정도다.

목욕을 끝내고 나온 서석진에게 누군가가 다가와 수건을 건넸다. 청초한 인상에, 귀 모양이 물고기의 비늘처럼 특이하게 생긴 사람이었다. 자세히 보면 손가락과 발가락도 물갈퀴처럼 미묘하게 붙어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나이아스들의 전형적인 생김새였다.


"고생하셨어요! 몸은 좀 괜찮으세요?"


서석진은 수건을 받아들며 고개를 끄덕였다.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다.

고려족 마을에선 온천이라는 게 존재하지 않는다. 애소에 바다에 가까운 지방에다 분지 지형이라, 논 농사가 가능하다는 것도 기적에 가까운 지역인데 뭘. 목욕통에 끓인 물을 담아 씻는 것도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런 그에게 이런 자연적인 온천욕은 난생 처음 겪는 일이었다. 물론 한 달 동안 했으니 처음이라고 하긴 애매하지만, 서석진은 이런 '기나긴 처음'을 마음껏 만끽하는 중이었다.

물론 그것만이라면 이렇듯 세상 개운하다는 표정을 짓기는 어렵다.

근래 서석진은 환희에 가득 차 있었다.


'아아, 이런 기분이었나.'


치료를 위해 별 짓을 다 했다. 온갖 약초, 식품, 치료제 등 정력에 좋다는 건 모조리 먹어왔다. 굴이 좋다기에, 상해버린 굴을 먹다 사경을 헤맨 적도 있었다.

아무 효과도 없어 절망했고, 밤을 눈물로 지새웠다. 애써 밖에서는 밝게 행동했지만, 고개를 푹 숙인 남자의 삶이 어찌 쾌활할 수 있을까.

그가 나이를 많이 먹었다면 이 정도까지 절망하진 않았을 것이다. 또한, 초인의 신체능력을 가지지 않았다면 더더욱.

식품이든 영양제든 뭐든, 치료 요법으로 쓰는 물건은 몸이 정상이 아닌 사람에게 그 효과가 있는 법이다. 아픈 곳도 없는 사람에게 감기약을 먹여 봐야 효과는 없다.

초인이란 건강 그 자체인 사람이다. 초인에게 약물 요법은 의미가 거의 없다. 상처가 났을 때 진통제 정도는 유효하겠지만, 그런 일이 별로 일어날 리도 없을 테고.

그런데, 이 머나먼 길을 찾아온 효과가 분명히 있다.


'분명 반응이 있어!'


밤에도 아침에도 그의 하반신은 항상 침묵해왔다. 더 이상 일어설 자신이 없다는 듯, 항상 앉은뱅이나 다름없는 신세였다.

하지만 요즘 서석진은 미약하지만 분명 '반응'을 느꼈다. 아주 건강할 때와 같진 않았지만, 어쨌든 부활의 전조가 분명히 보이고 있는 것이다.

어찌 행복하지 않을 수 있을까. 어찌 웃음짓지 않을 수 있을까.

싱글벙글하며 의관을 정제하는 그를 보며 에스턴이 미소지었다.


"조금 괜찮아졌나 봅니다."

"아아, 조금씩이지만 말이에요."


그럴 무렵, 등에 펼쳐진 얇은 날개가 인상적인 여인이 그들에게 다가왔다. 정확히는 서석진 혼자에게.

요정왕, 실비티아는 밝게 웃으며 말을 걸어왔다.


"오늘도 수고 많으셨어요. 어디 아픈 곳은 없으시죠?"


처음 만난 그 날 이후, 실비티아는 하루도 빠짐없이 서석진을 찾아왔다. 어떤 때는 요정식 의복을 들고, 어느 때는 배고프겠다며 먹을 것을 지참해서. 한 달 동안 눈이 오나 비가 오나 하루도 빠짐없이 말이다. 물론 눈이 오는 지역은 아니지만.

아무리 손님이라지만 이건 좀 과한 처사가 아닌가 싶어 서석진이 에스턴에게 물었지만, 그는 그저 어깨를 으쓱할 뿐이었다.

사실 누가 봐도 뻔했다.

실비티아에게 직접 묻자, 그녀는 얼굴을 붉히며 이렇게 말했다.


"소, 손님이니까요. 주인이 직접 대접하는 게 예의 아닌가요?"


한 번도 찾아온 적은 커녕 얼굴도 안 비춘 안도혁 쪽에서 들으면 기가 막힐 얘기였다.

게다가 이런 '자칭 주인'들은 한 둘이 아니었다.

어떤 때는 페어리들이 화관을 들고 나타나고, 엘프들이 간식이라도 들라며 기웃거리고, 아예 같이 생활 반경을 공유하는 나이아스 같은 경우엔 약간의 스킨십조차 서슴지 않았다. 거기에, 소문을 들은 드라이어드들은 자신이 살지도 못하는 화산지대까지 찾아와 서성거리기까지 했다. 물론 이런 사람들은 모두 여자다. 가끔 부끄러운 듯 몸을 배배 꼬는 남자 요정들도 아예 없는 건 아니었지만······.

일련의 상황을 제 3자의 시선으로 한 달간 지켜본 에스턴은 어이가 없었다.


'미남이란 게 이렇게 대단한 거구나.'


요정은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모두 미남 미녀다. 그러나 그것도 어느 정도까지다. 소년의 순수함과 청년의 성숙함이 완벽하게 조화된, 이런 선을 넘은 수준의 외모는 요정 중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자고로 미인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고 했다. 이것은 종족이 어떠냐에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요정들도 잘생긴 사람 좋아하는 건 다 똑같다.

아직 직접적으로 육탄 공세를 펼치는 여자는 없었지만, 에스턴은 그것도 시간 문제라고 생각했다. 과연 저 많은 사람들 중 그런 사람이 하나도 없을까.

남자도 어느 정도는 미남을 질투하는 법이지만, 아예 넘볼 수 없는 수준의 인간에겐 질투도 나지 않는다. 그저 경외할 뿐.

경외감이 가득한 시선으로 에스턴은 서석진을 바라보았으나, 여러 요정들에게 선물을 받기 바쁜 서석진은 그저 싱글벙글할 뿐이었다.


'다들 친절하네!'


서석진은 그다지 머리가 잘 돌아가는 편은 아니다. 그러나 아무리 그라 해도 이렇게 적극적으로 호감 표시를 하는데 못 알아먹는 멍청이는 더욱 아니다.

그저 이것은 그가 난봉꾼 기질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다만, 이것은 선천적인 기질이 아니라 후천적으로 학습된 영향이었다.


'아무 여자나 건드리다가 피볼 일 있나.'


소년에서 청년으로 넘어갈 무렵, 위험한 로맨스를 건드리려는 유부녀들도 몇 있었다. 그것도 그 좁아터진 고려족 마을 안에서 말이다.

아직 혈기왕성했던 서석진은 유혹에 약했고, 그래서 넘어가기 직전이었다.

때마침 그를 구한 것은 사냥을 마치고 돌아온 안도혁이었다.

아니, 구했다고 봐야 하나.

그는 침을 퉤 뱉으며 말했다.


"얼씨구."


정말 죽지 않을 만큼 맞았다. 엉엉 우는 서석진에게 안도혁은 달래듯 말했다.


"야, 마을을 돕진 못할 망정 네가 앞장서서 망가뜨리면 되겠냐? 마을 안에서 그 꼴 보는 건 용납 못한다."


달리 말하면 마을 밖에선 상관없다는 뜻이었지만, 그 때 이후로 트라우마가 생긴 서석진은 성적으로 문란한 행위는 한 번도 시도하지 않았다.

여하튼 그건 그의 입장이고, 제 3자가 보기엔 꽤 눈꼴시린 것도 사실이다.

루나가 그런 모습을 보고 갔던 것도 모른 채, 서석진은 희희낙락하게 온천욕을 하며 평화를 즐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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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5 황혼과 여명(2부 시작) 21.07.14 78 1 3쪽
174 마른 하늘의 태동(1부 완) 21.07.13 67 1 14쪽
173 옛말에 틀린 것 하나 없다(6) 21.07.12 67 1 9쪽
172 옛말에 틀린 것 하나 없다(5) 21.07.11 64 1 12쪽
171 옛말에 틀린 것 하나 없다(4) 21.07.10 75 1 13쪽
170 옛말에 틀린 것 하나 없다(3) 21.07.09 69 1 14쪽
169 옛말에 틀린 것 하나 없다(2) 21.07.08 80 1 13쪽
168 옛말에 틀린 것 하나 없다(1) 21.07.07 78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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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 정천 경(6) 21.05.10 92 1 11쪽
113 정천 경(5) 21.05.09 87 1 11쪽
112 정천 경(4) 21.05.08 86 1 13쪽
111 정천 경(3) 21.05.08 75 1 15쪽
110 정천 경(2) 21.05.06 78 1 14쪽
109 정천 경(1) 21.05.05 77 1 14쪽
108 시초의 의식(14) 21.05.04 98 1 16쪽
107 시초의 의식(13) 21.05.03 100 1 15쪽
106 시초의 의식(12) 21.05.02 85 1 12쪽
105 시초의 의식(11) 21.05.01 102 1 12쪽
104 시초의 의식(10) 21.04.30 81 1 12쪽
103 시초의 의식(9) 21.04.29 73 1 14쪽
102 시초의 의식(8) 21.04.28 83 1 15쪽
101 시초의 의식(7) 21.04.28 96 1 14쪽
100 시초의 의식(6) 21.04.27 74 1 13쪽
99 시초의 의식(5) 21.04.26 82 1 14쪽
98 시초의 의식(4) 21.04.25 96 1 13쪽
97 시초의 의식(3) 21.04.24 79 1 13쪽
96 시초의 의식(2) 21.04.23 78 1 14쪽
95 시초의 의식(1) 21.04.22 100 1 13쪽
94 어느 군인의 하루(5) 21.04.21 84 1 12쪽
93 어느 군인의 하루(4) 21.04.20 94 1 13쪽
92 어느 군인의 하루(3) 21.04.19 92 1 13쪽
91 어느 군인의 하루(2) 21.04.19 79 1 13쪽
90 어느 군인의 하루(1) 21.04.15 83 1 11쪽
89 황궁에서(5) 21.04.14 84 1 10쪽
88 황궁에서(4) 21.04.12 102 1 16쪽
87 황궁에서(3) 21.04.11 81 1 12쪽
86 황궁에서(2) 21.04.10 101 1 14쪽
85 황궁에서(1) 21.04.09 94 1 14쪽
84 차가운 겨울 하늘 아래(6) 21.04.08 116 1 16쪽
83 차가운 겨울 하늘 아래(5) 21.04.07 90 1 15쪽
82 차가운 겨울 하늘 아래(4) 21.04.06 83 1 14쪽
81 차가운 겨울 하늘 아래(3) 21.04.05 112 1 14쪽
80 차가운 겨울 하늘 아래(2) 21.04.03 87 1 14쪽
79 차가운 겨울 하늘 아래(1) 21.04.02 95 1 14쪽
78 소드마스터(4) 21.04.01 104 1 13쪽
77 소드마스터(3) 21.03.31 91 0 14쪽
76 소드마스터(2) 21.03.31 93 0 13쪽
75 소드마스터(1) 21.03.30 96 0 15쪽
74 인연의 끈(5) 21.03.30 95 0 13쪽
73 인연의 끈(4) 21.03.29 92 0 14쪽
72 인연의 끈(3) 21.03.28 93 1 15쪽
71 인연의 끈(2) 21.03.27 89 1 13쪽
70 인연의 끈(1) 21.03.25 106 0 13쪽
69 곱게 죽지는 못할 것이다(15) 21.03.24 117 0 14쪽
68 곱게 죽지는 못할 것이다(14) 21.03.23 95 0 10쪽
67 곱게 죽지는 못할 것이다(13) 21.03.23 117 0 9쪽
66 곱게 죽지는 못할 것이다(12) 21.03.22 124 1 10쪽
65 곱게 죽지는 못할 것이다(11) 21.03.21 109 1 8쪽
64 곱게 죽지는 못할 것이다(10) 21.03.20 92 1 10쪽
63 곱게 죽지는 못할 것이다(9) 21.03.20 87 0 9쪽
62 곱게 죽지는 못할 것이다(8) 21.03.19 117 1 11쪽
61 곱게 죽지는 못할 것이다(7) 21.03.19 105 0 9쪽
60 곱게 죽지는 못할 것이다(6) 21.03.16 95 1 12쪽
59 곱게 죽지는 못할 것이다(5) 21.03.15 99 0 11쪽
58 곱게 죽지는 못할 것이다(4) 21.03.14 90 1 11쪽
57 곱게 죽지는 못할 것이다(3) 21.03.13 100 0 10쪽
56 곱게 죽지는 못할 것이다(2) 21.03.10 95 1 9쪽
55 곱게 죽지는 못할 것이다(1) 21.03.10 99 0 10쪽
54 달갑지 않은 만남(8) 21.03.09 103 0 9쪽
53 달갑지 않은 만남(7) 21.03.08 96 0 11쪽
52 달갑지 않은 만남(6) 21.03.07 103 0 9쪽
51 달갑지 않은 만남(5) 21.03.05 101 0 8쪽
50 달갑지 않은 만남(4) 21.03.05 108 1 9쪽
49 달갑지 않은 만남(3) 21.03.04 104 0 10쪽
48 달갑지 않은 만남(2) 21.03.03 103 0 11쪽
47 달갑지 않은 만남(1) 21.03.02 144 1 10쪽
46 이별과 만남(9) 21.03.01 101 1 9쪽
45 이별과 만남(8) 21.03.01 105 0 12쪽
44 이별과 만남(7) 21.02.20 108 1 9쪽
43 이별과 만남(6) 21.02.19 107 1 10쪽
42 이별과 만남(5) 21.02.17 106 1 11쪽
41 이별과 만남(4) 21.02.17 143 1 11쪽
40 이별과 만남(3) 21.02.15 126 1 12쪽
» 이별과 만남(2) 21.02.14 125 0 17쪽
38 이별과 만남(1) +1 21.02.13 134 1 13쪽
37 요정의 숲(7) 21.02.12 129 0 16쪽
36 요정의 숲(6) 21.02.11 123 0 10쪽
35 요정의 숲(5) 21.02.10 137 0 13쪽
34 요정의 숲(4) 21.02.10 121 0 13쪽
33 요정의 숲(3) 21.02.09 124 1 12쪽
32 요정의 숲(2) 21.02.08 119 0 12쪽
31 요정의 숲(1) 21.02.07 110 1 11쪽
30 바다 위에서(8) 21.02.07 128 0 13쪽
29 바다 위에서(7) 21.02.06 121 0 10쪽
28 바다 위에서(6) 21.02.05 123 0 11쪽
27 바다 위에서(5) 21.02.05 131 0 10쪽
26 바다 위에서(4) 21.02.04 132 0 11쪽
25 바다 위에서(3) 21.02.03 128 0 11쪽
24 바다 위에서(2) 21.02.03 134 0 10쪽
23 바다 위에서(1) 21.02.03 137 0 12쪽
22 계획 변경(7) 21.02.02 132 0 11쪽
21 계획 변경(6) 21.02.01 135 0 11쪽
20 계획 변경(5) 21.02.01 145 0 10쪽
19 계획 변경(4) 21.01.31 143 0 12쪽
18 계획 변경(3) 21.01.31 148 0 13쪽
17 계획 변경(2) 21.01.30 142 0 12쪽
16 계획 변경(1) 21.01.30 143 0 11쪽
15 이불 밖은 위험해(8) 21.01.29 162 0 12쪽
14 이불 밖은 위험해(7) 21.01.29 152 1 12쪽
13 이불 밖은 위험해(6) 21.01.28 155 0 12쪽
12 이불 밖은 위험해(5) 21.01.28 161 0 11쪽
11 이불 밖은 위험해(4) 21.01.27 183 0 13쪽
10 이불 밖은 위험해(3) 21.01.27 175 0 9쪽
9 이불 밖은 위험해(2) 21.01.27 177 1 11쪽
8 이불 밖은 위험해(1) 21.01.27 189 0 10쪽
7 모(毛)자라지 않은 녀석(7) 21.01.26 208 2 11쪽
6 모(毛)자라지 않은 녀석(6) 21.01.26 239 1 11쪽
5 모(毛)자라지 않은 녀석(5) 21.01.26 212 3 10쪽
4 모(毛)자라지 않은 녀석(4) 21.01.25 275 2 12쪽
3 모(毛)자라지 않은 녀석(3) 21.01.25 327 2 12쪽
2 모(毛)자라지 않은 녀석(2) 21.01.25 377 1 10쪽
1 모(毛)자라지 않은 녀석(1) +1 21.01.25 814 3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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