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환(4)
동영상에서는 ‘한강 게이트의 의문’
이라는 자막이 쓰여있다.
3미터의 큰곰들이 사살되던
게이트 아래쪽 한강물에서도
강물위로 핏빛 안개? 아지랑이 같은 것이
떠오르며 역시 게이트 안으로
흡수 되는 것이 보인다.
헬기에서 발칸포로
사살하던 곳곳이 화면에 표시된다.
표시된 곳에서 핏빛안개들이
강물위로 떠올라 마포대교가 있는 쪽
게이트 쪽으로 서서히 움직인다.
이윽고 화면이 전환되며
자막이 다시 뜬다.
영상에는 한강 게이트가 비쳐지며
‘피안개가 처음으로 게이트로
의지를 가진 듯 들어가기 시작한 지
48시간 경과 후 ’라고.
갑자기 한강위에 떠있던
검붉게 회전하던 게이트가 폭팔 하듯이
갈기갈지 찟기어
공중에 퍼져나가며 사라졌다.
진우와 호연은 이때가
패시아가 유리 벽속 괴물을 없앴거나
벽을 부셔서 던전 코어를
꺼냈을 때라고 생각했다.
이와 함께 떠오르던 핏빛 안개도
허공의 게이트가 사라지자
의지를 가진 듯 어디로 가야할지를 몰라
당황한 듯이
다시 뭉치고 흩어지기를 반복하다.
그러다 어디론가 향하는데
진우등이 보기에는
핏빛 안개는 남산 쪽으로 이동하며
서서히 투명화하여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
다시 교연이 그를이 바로 게이트로 들어간
시점의 보도된 뉴스자료가
녹화된 영상을 보여준다.
영상 속에는 한 장면이 보여진다.
조금 전 영상보다 더 이전 것이다.
가끔 보라색으로 회전하는
게이트가 보여지며
한강위에는 공격용 헬기들이 떠
호버링을 하며 배를 호위를 하고 있다.
괴 생명체의 사체를 건지는데
바자선과 유람선, 관공선, 셔틀페리 등
동원할 수 있는 배들이 동원되었다.
UDT 특전사가 배위에서 한강으로
잠수 하는 장면과
수중랜턴과 수중 신호기등
개인장비를 착용하고
한강에 가라앉은 거대 육발곰을 찾는다.
찾은 사체는 크레인, 조상기등으로 연결하여
배위로 올려진다.
물에서 확보된 사체만
물경 1200여 마리라는 자막이 보인다.
각 연구소, 대학 등으로 사체를 포장하여
냉동트럭에 실려 보내진다.
핸드폰에서 다시 다른 장면이 나온다.
연구소같이 보이는 건물 안
사체를 옮긴지 반나절이라는 자막이 있다.
한강에서 건저 올린 3미터에 달하는
곰의 사체가 드라이 아이스처럼 증발한다.
주위로 피 안개를 형성하여
서서히 구름처럼 모이며
그 덩어리가 어디인가를 향한다.
촬영팀은 이 뭉쳐진 피안개를
추적하여 따라간다.
안개가 도착한 곳은 한강.
한강 게이트가 사방에서 오는
피안개를 흡수하고 있다.
게이트와 가까이 있든
멀리떨어져 있든
게이트와 관련된 사체는
피안개로 변하여 그곳으로 간다.
결국은 다 변하지만
사체마다 피안개로 변하는
시점, 시간에 따라
없어지는 부위가 사체마다 다르다.
피안개로 변하지 않은 부분을 거대한
공업용 절단기로 절단한다.
절단한 온전한 부분도
30분쯤 지나자 피안개로
바뀌는 모습이 보여진다.
건물을 투과하듯 빠져나가며
또 다시 한강을 향해, 정확히 말하면
한강게이트를 향해 간다.
우주복과 같이 생긴 방호복을 입은 연구원들이
아직 변하지 않은 부분을 유리로 차단하건
비닐로 봉하든 시간이 흐르며
서서히 핏빛 안개로 변해
밖으로 투과하듯 나온다.
그리고 시체의 일부를 절단하여
완전 밀봉해 특수 금고에 봉인을 했지만
다음날 다시 개봉하니
아무것도 없었던 것처럼 사라졌다.
아나운서가
한강에서 생긴 일들이
아무것도 없었던 것처럼 되었고
단지 영화처럼 촬영한 것은
영상 기록으로 모두 남았다는
다행이면서도 미스테리한
사건이라고 보도로 끝마친다.
교연이 자랑하듯 의기 양양하게
가슴을 내밀며 말한다.
“봤지, 이제 영상 외에는
아무 흔적도 없어.
너무 침울해 하지마.”
화연도 진우 보다는 덜하지만
무언가 걱정하는 남친에게
“이제 걱정할일이 없어요.
연구하던 분들은
애석해 하겠지만.....”
교연이 그 말을 듣고도
이 우울해 하는 남친을
어떻게 위로 할까 생각한다.
진우의 등을 두두리고
어깨에 팔을 걸친다.
화연도 호연에게 머리를 기댄다.
던전에서 이와 비슷한
일들을 경험한
둘은 이 영상을 보며
두려움을 느꼈다.
던전에서 겪었던 핏빛 안개가
어떠한 힘을 부르는 재료가 되어
파멸의 힘을 불러와 작용하는 것을 보았기에
“진우야, 보통일이 아니야!”
“그래 소환물이 이곳에 나타나면...
그렇게 되면 여기는....”
“둘이 뭘 얘기해?”
“아냐”
“아냐”
핸드폰의 동영상에서 보이는
핏빛 안개의 움직임과 증발이
단순히 증발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마법진에 의해 변화된 보라색 안개가
어떤 역할을 하는 지 똑똑히 보았다.
시체를 모조리 흡수되는것이 아니라
미라를 남길 정도라도
큰 힘을 발휘했는데....
남는 것이 하나도 없다면
‘얼마나 대단한
소환물을 불러올 것인가?’ 가
걱정이 되었다.
뼈 한조각 털 하나도
남김없이 사라졌다는 것은
다시 말해서
그만큼 소환하는데
핏빛 안개를 요구하는 힘이 있을 것이고
그 힘은 요구하는 것만큼 상상할 수 없는
재난을 가져올 것이다.
좀 편하게 살아보자는 생각은
또다시 물 건너 간 것이다.
본인의 일이라 생각한다면
둘은 아무렇지 않게 넘겼을 것이다.
옆에 있는 연인...
집에 있을 가족,
매번 만나는 친구등
뭔지도 모르는...사람들.....
아무것도 모른채 큰 사건을 겪을
이곳에 있는 아는 사람들이 걱정 된다.
본인들은 3년 동안
죽을 위기를 수없이 겪으며
마그마가 흐르는 강 옆 바위위에서도
태연히 잠을 들 정도였고
남들이 한번 경험하는 천재지변도
간식 먹듯이 겪었다.
이 둘의 걱정은 자신들이 아니라
가족, 친지, 연인의 대한
걱정이 되는 것이다.
조금 더 쓰면
나라가 걱정되는 것이고
과연 호연의 말했던
天將降大任於斯人也(천장강대임어시인야)
必先勞其心志(필선고기심지)
큰일을 할사람은
시련을 받는다는 것인 것 같다.
그들이 가는 길에서 만나야 할 사건이거나
아니면 어느 자신만 아는 초월적 존재가
일으킨 일이라 할지라도.
진우가 자조한다.
호연도 좀 충분히 여친과 보낼 시간이
있었으면 했다.
여친들이 서로 수다를 떨 때
그녀들이 듣지 못하게
조용히 둘이 이야기한다.
“ 후후후....일 잘하는 놈은
엎어져도 일어서면
마당에 청소 할 꺼리가 보인다는데..
뭐 그곳에서 살아온 것처럼 하면 되지.
까놓고 얘기하면
우리가 큰 혜택 받은 것에
값을 치루라는 독촉을 받은 느낌?”
“친구, 어제 우리가 게이트를 벗어났다.
그래도 세상이 무너져도
사과나무는 심어야 하겠지.
나는 여친과 좋은 시간 보내야 겠어.”
팔랑귀인 진우는 절친의 말을 들어보니
과연 맞는 말이었다.
지금 걱정한다고
조금이라면 해결이 되면 모를까.
여친들에게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다.
오히려 여친의 걱정을 싸매가고 싶었다.
“그래, 나 사나이 진우
조금 전까지 호연처럼 좀생이 였어.
이제 즐겨야지. 하, 하, 하”
진우의 사정은 아는 호연은
속으로 투덜거린다.
‘저 자식은 입으로 자신을 늘 까지만
위기에 순간에는 목숨을 던지는...
매번 말로 공을 깍아 먹는다.
사실 이렇게 말하지만
서로 재미있어서 놀려먹는 것이지.
‘뭐, 나도 저놈의 절친인데.’ 하며...
“그래 오늘을 즐기자.
욜로(You Only Live Once)
오지 않은 미래를 재단하지 말자.
그럼, 귀환을 축하하며 맥주라도....”
이 동영상의 심각함을 모르는
교연이 여친을 대표해서 한마디 한다.
“ 긴급 발언이 있어.
남산 공원도 좋지만 여기 사람들이 너무 많아
휴식을 취하러 왔는데
우리가 할 말은 아니지만 너무 시끄러워...
그래서 이촌에 있는 한강 공원은 어때
다른 한강공원은 찾기 쉬워서 사람들이 많지만
여기는 조금 복잡하여 다른 곳보다
사람이 적어.
그렇지만 나무 그늘이 짙고 지금가면 선점하여
하루를 편히 쉴수 있어.”
“내 여친 말 잘하네. 함 가보자.
그런데 좀 꺼려지지 않아?
한강에서 곰들이 나왔는데...”
“오히려 사람들이 꺼려하여
사람이 없을 거야!
그래서 휴식하기도 좋고
난 히어로의 여친이야!
남들은 몰라줘도 너희 덕에
위험이 벗어 났어.
그걸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좋다고
생각했겠지만
그런 걸 몰라주면 여친으로 실격이지.
네 이야기를 들으며
힘은 없지만 마음은
너와 함께하기로 결심했어.”
교연 바라기 진우의 가슴에
쓰나미가 온다.
마약에 쩔 듯이
이미 교연에 쩔어있어
평범한 한마디에 감동을 받는다.
간덩이가 큰 건지.
간이 부어서 인지.
간이 배 밖으로 나와 있는지.
또 한강을 갔다.
아까 교연이 말한데로
이촌에 있는 한강공원,
다시 말해 고수부지,
그런데 이것도 일본 강점기 잔재이다.
고수위(高水位)의 부지(敷地)
높은 물이 올라오는 땅
일본식 한자 조합이다.
순우리말로는 ‘둔치’이다.
좀 있어보이려면 ‘둔치 마당’이라
부르면 될 것 같다.
여름철 장마가 올때마다
물에 잠기지만
눈에 띄지 않고 치우는 사람들로 인해
며칠 내로 복구하여
방문한 모든 사람들에게
휴식과 즐거움을 주는
일 년 내 공원화가 되는 곳이다.
게이트도 사라지고 곰들도 사라졌고
이곳에 오가는 많던 사람들도 사라졌다.
죽은 곰의 사진이 뉴스 뿐 아니라
유튜브에서도 자세히 공개 되었다.
그 크기는 일반 곰의 2배나 되고
여섯 개의 발에 발톱은 거의 40cm
단검의 길이 인데
그것을 휘두르면 최소가 중상
제대로 맞으면 두 쪽이 난다는
발톱을 가지고 한 실험이 밝혀 졌다.
사나운 개한마리 풀려도
다니지 않는데
그런 것이 1000여마리나 나타난 곳
아마 사람을 죽이기 위해
강변으로 헤엄쳐 오던 곳.
한 마리만 제대로 강변에 도달해서
사람들 틈으로 들어갔다면
이 괴형의 생명체를 어찌 막았을까!
일반 총탄 정도는 방어 한다는데
발칸포로 잡은 것은 잘한 것 같다.
그래서 대안으로 남산공원에
젊은 남녀들이 몰렸나 보다.
이것을 몰랐거나
목숨을 걸지 않으면
이곳에 있기가 힘들다.
군인들이 무장을 하고 수시로 순찰은 하지만
이 사실은 안 사람들은 ...
돈을 주고 가라고 해도 안갈 사람들이 많다.
왜?
자신의 목숨은 소중하니까!
한번의 선택이 평생을 좌우 하니까!
이런 것을 해결한 남친들이
자랑스러운 여친들은
아무데나 발설하지 못해
둘이 대나무밭을 한동안
다녀왔다는 소문도 있지만
원래 소문은 과장되어 가는 것이
제맛 아니겠는가!
마포대교와 이촌한강공원
사이에 원효대교가 있지만
실제로는 두곳 사이 거리가 얼마 안 된다.
곰들의 영향으로
사람들도 오지 않는 곳.
한강공원들 중 나무들이 많아
경관이 빼어나(?) 이곳에 남은 하루를
오롯이 남친들과 보내려
남산을 내려간다.
“ 남친아! 이것 좀 받아 주라!
호연씨도 화연씨 것 받아줘여!”
“이게 뭐야?
어디 여행가자고? 난 준비가 안 됐.....”
“아~~~야~~앗, 아코야!”
“이 남친 뽄세 보셔...
떡줄 사람은 생각도 안하는데
김치 국부터 마시네!
아니, 김치도 담그지 않아
김치국도 없는 주제에.....
생각 잘 하셔.....이안에 중요한 거 있어!
이촌 한강공원가면 알꺼야!”
여친 둘이 각각 여행용 캐리어를 가져왔다.
남산공원이나 한강공원은
캐리어를 가져갈 장소가 아닌 것 같아
의아해 하다
캐리어를 받으라는 소리를 듣고
약간의 진심을 담은 한마디를 했지만
때를 못 가린 말에
본전도 못 찾는다.
- 작가의말
가급적 일주에 세편을 맞추려하는데
창밖에 비가 내리고
다른일을 하려던 계획은 있었으나
비소리를 듣다 작업을 하니
한편이 끝나 글을 올려봅니다.
이번편은 사설이 많으나
그럴려니 해주시고
다음편은 이것보다 대화가 많겠지요.
말없이 봐주시는 독자님들과
이곳에 와주시는 작가님들
늘감사드리고 글을 쓸때 힘이 됩니다.
(오늘도 잠깐 보던글을 읽자 생각하다
내글을 다듬다 빠졌습니다.)
좋은 저녁되시고 장마철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Comment '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