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회(再會/reunion) 3
종이가 없던 시절 휴지 대체물 이야기를 하자면
그리스 사람은 주머니에
작은 조약돌이나 깨진 사기 조각 등을 넣고
주머니를 가지고 다니며 해결하였다.
사기 조각을 사용하다 실수하면.... 끔찍하다.
좀 더 내려와 로마 시대에는 공중변소에서 막대기 끝에
지중해에서 사는 해면(스펀지)을 이용해 닦은 후
잘 씻어 다른 사람이 이용하도록 했다.
백제에 유적 중에는 막대기를
둥글게 다듬어 사용한 기록이 있고
조선시대 민간인들은 마른 짚이나 새끼줄, 이끼 등을
사용한 기록이 있다.
사막의 민족들은 손으로 모래를 사용하고 해결.
이슬람 사람들은 왼손으로 닦고 물에 씻는다하고
아시아의 어느 나라는 물에 들어가 변을 본다고 한다.
아주 어릴 적 아버지 손을 붙들고 대중목욕탕에
들어갔을 때 나보다 조금 나이든 형이 몸을 부르르
떠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장황하게 늘어 놓는 이유는
그들이 다른 세계에 갔을 때
가져간 휴지가 얼마나 오래갔겠는가!
재생이 가능했을까?
사용한 것이 나뭇잎뿐이 겠는가.
대신 이야기 해주고 싶었다.
진우의 막 나가는 말을 듣던 호연이
할 얘기 못 할 얘기가 있다고 생각하여
더 이상 진행하지 못하도록
말에 브레이크를 건다.
“너, 너무 막 나간다?
화연씨와 교연씨에게 너무 한다.”
생각해보니
여친 앞에서 할 말은 아닌 것 같아
급히 꼬리를 내린다.
“난 그런 뜻이 아니라
만일 우리와 처지가 바꼈다 한다면 .....”
말하다 보니
이를 지켜보는 둘에게 또다시 실수한 것 같아
입을 다문다. 곧 말을 바꿔 이야기한다.
“요, 입이 방정이야.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그래, 그곳에서 우리가 생활한 것이 맞다는 거야.
처음은 힘들었지만
삼 년 차에는 우리도 좀 편하지 않았니?
그렇지만, 그곳에 있었다면
우리처럼 쉽지 않았을 것이야!
우리만 간 것이 다행이야.
이 말을 하고 싶었어.”
그간 어떻게 살았는지
궁금해하며 호연을 쳐다본다.
짐작은 가지만 교연이 물었다.
“그럼 어떻게 살았는지
자세히 이야기 해줄 수 있어?”
입이 근질거리는 진우가
호연이 이야기할세라 급히 말한다.
“그럼, 그럼 이제 나와 호연의 서사시를
내가 이야기해 줄게!”
호연이 급히 진우의 말을 막으며 말했다.
“ 잠깐 화연씨 내 질문에 대답해 줄 수 있어요?
안심이 되지 않는 부분이 있어서요.”
“어떤 건데요?”
“혹시 ...... 목걸이 가지고 계시지 않으세요?
그러니까
제가 그곳에 가기 전 목걸이가
전달되기를 원했는데!
물론 제가 이야기해도 황당하지만요.
디자인이 확 눈에 띄고
고풍스럽지만 누가 봐도 탐나는...
나도 잠깐 봤고 벌써 삼 년이 지나니
기억은 잘 나지 않네요.
뭐라 표현할지.......
아무튼 신비한 목걸이예요.”
잠시 눈을 찡그리더니
곧바로 크게 뜨며 바라본다.
“잠깐, 그러고 보니
제방 책상에 목걸이가 놓였는데
누가 놓은 줄 몰랐어요.
고풍스러우면서도 무척 예뻤어요.
그래서 한 번 만져봤고요.
다시 제자리에 놓고
가족들에게 물어보려 하였어요.
끌리게 디자인도 좋아
누구나 보면 가지고 싶은 목걸이에요.”
진우와 호연은 서로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진우가 말했다.
“안 돼, 마...만지지도 말고...
다시 그 목걸이 절대 문지르지 마!
무슨 일을 당할지 몰라!
우리도 그곳에 간 이유가
목걸이를 문질렀기 때문이라
생각이 드니까. 다시 손대지 마!!”
갑자기 검은 그림자가 나타나일렁이는데
얼굴이 온통 웃는 모습이고
배를 잡고 깔깔거리는 그림자 극을 연출한다.
그들 옆으로 나타나지만
그들에게 보이지 않겠다는
의지를 가졌는지 이들은 볼수 없다.
'그분도 나에게 이렇게
재미있는 녀석들을 주시하라는
명령을 주어 어디서나 따분하지 않고
재미를 느끼게 해주네...
크, 크, 크....카카....
목걸이의 기능을 제거했지만
....재밌어.. 카카...'
한동안 배를 잡고 웃다
조용히 엄지 손가락 하나를
이마 비슷한 곳에 대더니 사라진다.
화연이 진우 의아해하며 대답한다.
“둘의 일 때문에 깜박 잊었었는데....
오빠의 말이 맞을지라도
네가 이야기하는 목걸이가 아닐지 모르니.
가족들에게 물어보고
누가 가져다 놓은 것이 아니라 하면
손대지 않을게.
사실 목걸이를 보는 순간 목에 걸고 싶어졌어.
그래서 목걸이를 들고 걸어볼까 쥐었더니
그 기분이 사라졌어.
참 나도 변덕이 있는것같아
마치 목말라 목이 타다
물잔을 집으니 목마름이 사라진것 같았어.
그런 느낌에
내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아
그 상태 그대로 두고 왔어.
가족들도 내 허락받고 방에 들어오니
다른 사람이 건드릴 일이 없을 거야.”
목걸이가 사람들을 다른 세계로 보낼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흥미를 느낀 교연이
눈을 크게 뜨고 진우를 쳐다보며 말한다.
“네 말이 사실이라면
너희가 가졌던 목걸이가 화연에게
이동 되었다니....그게 소원이었나?
그렇다면 소원을 썼는데 어떻게
그 신비한 곳에 가게 되었을까?
에이! 머리 아플뿐이야
그냥 미스테리로 놔두고
너희가 겪은 일 상당할것 같은데
그 굉장한 모험 우리에게 들려줘!
아까 해준 이야기 말고
너희가 살아간 이야기를 들려줘!”
진우는 호연과 같이 겪은 세계서
살던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했다.
- 진우가 겪은 이야기 -
호연이 액세서리 가게에서 목걸이를 사고
목걸이 표면에 약간의 먼지가 있는 것 같아
손수건으로 먼지 낀 것처럼 보이는 곳을 닦았지.
서서히 나타나는 숲을 보았는데
내가 있던 도시는 사라져 가며
겹쳐 나타나는 숲이 점차 진해지며
내가 있던 도시는 흐릿해져 갔어.
어이없고
너무도 거대하였고 너무도 당황스러워.
" 어, 어,,,,,,,,,,"
하는 사이에 도시는 숲으로 변했고
호연도 이런 상황을 보며
넋이 빠진 것 같았지.
우리 둘은 한동안 말을 못 했어.
그러다 화가 나 하늘을 보며 나를 보낸 분께
대놓고 소리질러 욕을 했지.
“오늘 하루 날 잡아
심장마비로 보내려 하냐!
차라리 매를 때려라.....”
그런데 무서워지는 거야
내가 임사체험을 하지 않았겠냐?
죽어도 보았는데
그 고통 장난도 아니야!
너도 그 고통 알꺼야.
니들은 ...아니면 말고
누군지 모를 초월한 놈이
매를 때리라고 했을 때
생각만으로도 가슴에 고통이 느껴졌어.
이걸 트라우마라고 부르나?
초월한 놈이 들었을까 봐
그래서 얼른 말을 끊었지.
초월자에 대한 생각을 접고 앞일을 생각했지.
이제는 생존이 중요하다고.
생존, 서바이벌
지금은 이렇게 이야기하지만
그때는 너무 절실했어.
위기를 느끼며 말했지.
“ 생존하기 위해 뭐를 가졌는지 알아보자.
배낭의 내용물을 검사하자.”
배낭을 뒤져보니 생존에 필요한것 몇개와
등산장비일부 음식 약간이 있었어.
이것을 가지 살아야 한다는 생각에
난감했지만 숲이 워낙 커
뒤지면 먹거리도 있겠다는 생각은 했지.
"터프가이 너는 어뗐냐?
배낭내용 기억나는것 있어?"
이말을 듣고 이런이런 하며
호연의 가죽옷 위로 손을 올려 두드린다.
“그래 네 말이 맞다
나 터프가이 아니냐.
네 얼굴을 보니 알만하다.
기억도 잘 안 나고
중요한 것은 거기에 로프와 라이터, 칼이 있어
처음 그곳에서 먹고 살 때 도움을 받은 점이지....”
그다음은
위험한 동물들을 피하기 나무에 올라가는 거였어.
참 다행스러운 것은
시베리아나 아마존에 들어가면
맹수들이 많잖아
그런데 그곳은 그렇게 울창함에도 불구하고
처음 그곳에 발을 딪었을 때부터
몇일간은 맹수를 전혀 볼수 없었어.
더 신기한것은 밤에는 늑대들의
하울링의 소리들이 숲을 떠나 보내는데
그런 늑대를 만나지도 않았고
어디선가 우리를 주시하는
많은 느낌을 받았지만
어떤 맹수도 볼수 없어
맹수가 없는 줄 알았어.
나중에 알았지만
너무나 많은 이곳 맹수보다 몇배는 크고
성질도 사납고 더러운 맹수들이 많았어.
참 천운이었어.
도착했을때는 평범한 사람답게
힘도 약했고 빠르지도 않았는데
그곳의 공기가 좋은지
조금 지나자 힘도 세지기 시작했고
몸도 제빨라 지기 시작했어.
호연이 화연을 향해
이야기를 막하려는데 진우가
할말이 많은듯 이야기를 중단시킨다.
화를 내려다 진우의 이야기를
보조한것 뿐이라 자기보다 이야기를
잘하는 진우가 하는것이 여친들이
듣기에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할말은 있지만 중단한다.
" 호연의 말은 잘 들었지.
이제 이야기를 진짜로 시작할께
나는 평소에도 등산하러 다녔고
어릴 적부터 나무 탔어.
나와 같이 이곳에 버려진(?) 호연도
가끔 나와 같이 등산은 했지만
저질까지는 아니어도 이 나무를 올라가려면
부담이 많이 될 것 같았지.
그러나 여기는 나와 호연 뿐
알 수 없는 위험한 세계에서 처음부터 손을 내밀면
적응할 것 같지 않아 마음을 독하게 먹었어.
그리고 호연의 몸과 나의 몸을
등산용 로프로 같이 묶었지.
적어도 친구 놈 혼자
나무에서 떨어지게 하지 않으리라 생각하면서.
우리는 짐을 다시 싸매고는 나무 위로 오르기 시작했어.
처음에는 호연이 머뭇거렸지만
내가 힘차게 올라가는 것을 보길래
“내가 잡은 곳과 밟은 곳을 그대로 따라와
내가 먼저 확인하며 올라가니
그대로만 오면 돼.”라고 말하고
천천히 올라가기 시작했어.
내가 오르는 곳을 따라 올라오고 있었어.
간혹 발이 미끄러져 떨어지는 경우도 있었지만
등산용 로프가 튼튼하여 이내 멈추었지.
나는 로프로 인해 갑자기 충격을 받았지만
저 녀석과 같이 살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이를 악물었어.
나무 틈을 꽉 움켜잡은 손가락이 나무껍질을 붙잡았어.
팔과 다리 몸에 힘이 차기 시작했지.
이런 일이 반복될수록 반동이 적어졌어.
로프가 밑으로 당겨질 때 몸이 휘청하던 것이
시간이 지나며 휘청이지도 않았지.
로프도 전혀 당겨지지 않아
오늘 겪은 이상한 일이 한 두 개인이냐고 생각하며
밑을 보았는데
나무줄기를 붙잡은 호연은
처음과는 다르게 익숙해지고
점점 오르는 것이 빨라졌어.
어느덧 나무를 기어오르는
호연이 옆에서 거미처럼 오르니
기가 막혔어.
“너, 스파이더맨이었냐?
놀라서 말이 입에서 저절로 나왔지.
“너도 인정하는구나.
이제부터는 내가 타잔 할 게 너는 치타 해라!”
나무에 오르다 떨어져 나까지 끌어 내리던 주제에
적응이 되었는지 자신했어.
왠지 자신답지 않게 흥분하는 것 같았지.
"아 상쾌하구나, 그런데 이 나무 약하지 않니?
몰랐는데 떨어질 뻔할 때
손에 힘을 주니 나무 속으로 손가락이 박혔어.
그 후부터 손가락에 힘을 주니
쉽게 껍질이 붙잡혔고 올라가기 쉬웠어.
좀 더 힘을 주면 껍질이 부서져 뜯어지니
이 나무,
이거 코르크나무 아닐까?" 라고 말했어.
연약했던 놈이 저렇게 말하는데
이 높이에서 아래로 땅을 볼 때
두 근 반 세근 반 하던 것을 털어냈지.
‘저놈도 저러는데 나는 뭐냐’ 하며
나도 심하지만 호연의 뻥카가 심해보였어.
뻥카를 증명하려 나무를 쥐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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