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게이트
남산은 매우 많은 길이 있어
산길을 가다보면 서울의 이쪽저쪽을 바로 연결한다.
어떤 사람은 자기가 여기를 10년은 다녀보았지만
모든 길을 다 다니지 못했다고 한다.
남산의 출입이 금지된 숲에
할머니라고 하기에는 애매하고 젊다고는 할 수 없는
두 나이든 아주머니가 꽉 찬 배낭을 매고
땀을 흘리며 걷고 있다.
출입이 금지된지 오래여서
가끔 값비싼 약초도 발견된다.
보통은 나물케서 반찬 할 요량으로
나물캐러 다니는 할머니들이 금지된 숲을 다닌다.
여기 두 분은 돈을 벌러
작년 가을 내내 귀한 약초며
남산의 흔한 도토리를 줍으러 다녔다.
도토리를 줍는 것으로 만족하지 못해
사람들이 안 오는 숲에 들어와
평소 하던 습관대로 자신들이 들 수 있는 돌을 집어
나무를 찍어 도톨이를 떨어 뜨려
많은 행복을 느끼신 분들이다.
버젓이 산속에 들어가는 것을
금지한다는 팻말과 함께
나물을 채취하면 벌금형이 있다는 경고가 있지만
산림 경비원에게 걸려도
애걸만 하면 그뿐이라는 것을 잘안다.
오늘도 어김없이 귀한 약초를 찾으러 다닌다.
“ 오늘은 이쪽으로 가볼까?”
“그래 기억나?
원래 오래된 산삼하면 심심 산골이나
절벽에서 발견되는 것이 정석 아니야?
그리 높지도 않고 이런 산 중턱에서
80년 묵은 산삼이...
산에 오르는 것을 통제해서
사람들이 들어오지 않으니
우리 같은 사람이 횡제한 거야!
제 작년 저기서
산삼을 발견하여 쏠쏠했지!
다시 한번 가볼까?
오랜 된 산삼옆에는
새끼 삼들이 많다는데...
혹시 알아
이번에 찾으면 남편에게
다려먹여야지!”
“기철엄마 또 웬....
아이 낳고 싶어서 그래?
그러면 기철이와 나이차이가 15정도
좀 너무한 거 아니야?
“이 아줌마! 뭔 말!
임을 봐야 뽕을 따지!
아!산삼 또 발견하고 싶다!
이게 바로 웰빙 아니야?
남들은 산에만 오르락 내리락하는데
우리는 산 숲속에서 피치스톤 샤워도 하고
싱싱한 나물도 먹고
심지어는 산삼도 발견하고....
그리고 말인데 우리 저 저번 주에도
혹시나 하여 저 근처 샅샅이 뒤졌지!
오늘 찾는다고 없는 산삼이 나오나?
한 번 더 찾으면 20번째 같은데
다시 찾아 볼까?
하긴 찾으며 ‘산삼이 나올까!’ 하는
기분은 정말 좋지.
그 다음 못 찾으면 화가 나지만
그 기분 잊을 수 없어.
나도 산삼 캔 이후로
하늘을 날아 다녔는데...
참! 그건 그렇구.
이건 중요한 얘기야!
내 얘기 좀 들어보라니까!
그날 기념으로 명동에서
비싼 돈 주고 머리하고 오는데
기분 나쁘게
서리 엄마가 뭐라는지 알아
글쎄.. 나보고 촌스럽데..
......
오늘 나오다 보니
서리 엄마...새로 머리한 것도...촌스...”
“수미 엄마도 그 소리 들었어?
나도 머리하고 나오는데
그 쌈닭 아지매가
‘머리가 맘에 든다나?’
지가 내 남편인가 !
내 머리가 맘에 안들면 어떻고
들면 밥이라도 사줄 건가?
모전 여전이라고
그 집 딸은 어떻고....”
........
사이 좋은 둘은 수다를 떨며 가다보니
산을 하나 넘었다.
산 등성이에 나무사이로
회백색 무언가가 회전하는 것을 보았다.
그 주위로 5M쯤 떨어진 거리에서
흐릿하던 붉은 안개가 점차 진해진다.
진해진 붉은 안개는
회백색의 회전체에 달라 붙어 백색으로 변한다.
기철 엄마가 손으로 수미엄마의 어깨를 친다.
“수미엄마 저것 좀 봐”
“어머머, 저게 뭐야”
약초를 찾던 수미 엄마는
기철 엄마가 가리키는 곳을 보고 놀랐다.
“이거 그거 같아.
저거 위험한 거야.
저거 처리 되기까지 이제 우리는
여기에 오면 안 돼.”
“ 뭐어? 저거 이상하게 보여?
색만 좀 그렇지
돌개바람 아냐?
뭐 세로로 뺑뺑돌아 그렇지.
그렇다고 위험해 보이지 않는데....”
“ 테레비에서 못 보았어?”
곰탱이가 나타났던 그 게이트인지 문인지.
....... 그래....왜! 비행기에서
총쏘아 맞추던 곰탱이 있지.”
손벽을 치며
“맞아, 맞아 내 정신 좀 봐...
여기서 이런걸 보네.
이거 자랑할 일 생겼네..
누구에게 먼저 자랑하지?”
“기철엄마!! 이게 뭐 자랑할일이야?
테레비에서 한강근처 사람들에게
대피하라고 방송했지.
큰 곰새끼가 한강을 헤엄치는 것을 보여 줄때
난 집이 한강 근처라 겁이 났지.
기철엄마집도 한강근처 잖아!
자기는 안놀랬어?”
“그때 남산에 있어서 놀래지 않았어!
난 지금도 안 놀랬는데
내가 강심장이지.
그런 거 처음 듣는데 왜, 있지!
가짜를 가지고 사람들 놀래키는 거
뭐라더라 컨샙.....그래 컨쌥이란거 아니야?”
“아니야, 연애가 중계 같은거 아니고
뉴스에서 나왔어.
밤중에 한강을 헤엄치는 곰을 보는데
흐릿하게 보였지만.....
가족들이 같이 놀랬어...
그런데 혼자 약초캐러 갔던거야?
거기서 뭐 좋은거 혼자 건졌어?
나 삐진다.”
“미안해, 미안.....
참 남산에 사람들이 다니는데 참 신기해
그 옆에 약초가 자라다니.
혼자라 그런지 보통 때보다 못했어.
그래도 용돈 벌이 된다니까!
그때 내가 전화 한 거 기억 않나?
같이 가자고 했더니...
못 간다는 이야기를 한 시간이나 해놓고
지금와서 딴소리는
삐질 것은 나야 나!”
“에이 내가 수미엄마를 모르나
같이 다니는데....
그때는 일이 있어서 그랬지!”
“.............”
“.............”
둘은 한참 수다를 떨다
게이트를 보니 짜증이 난다.
“여기는 사람도 다니지 않는
우리만 아는 곳이잖아
이 근처 비싼 약초가 많은데
저런게 왜 생기지.....”
“그래 재수 없어, 재수가....”
“근데 가만 보니 저 붉은 안개가 더 끼네...”
“그래 아까보다 더 붉은 안개가
많아지는 것 같아 기분인가?”
“저거 안전할까?”
“ 아까 얘기 했는데 잊었어?”
“ 미안 딴생각하다 잊었는데 다시 말해봐!”
“저거와 비슷한 것에서 곰탱이들
나왔다고 엄청.....”
“곰새끼 위험하겠지.
이러다 저기서 곰새끼가
진짜로 나오는거 아냐?”
“그래 약초만 생각하다 별생각 없었는데
한 마리도 위험한데 많이 나오면 어쩌지....”
“그래 내려가자!”
발소리를 죽이고 뒤로 천천히 걸어간다.
“그런데 우리가 저거 신고해야 되지 않아?”
“왠 신고, 이 아지매, 정신 못 차렷어!
지난번에도 약초 캐다 문제가 되었잖아!
이번에 걸리면 벌금 물거야!”
“벌금이 얼마 된다고
우리가 캣던 산삼 생각해봐!
여기서 그렇게 오랜 천종삼이 나올 줄
그것도 2뿌리나..
내가 그 전날 동자꿈을 꾸었지.
그것 때문에 애가진 줄 알았지 뭐야!”
“ 애구구. 주책은....
그렇게 애에 집착해...나이 생각해봐!
동자삼 하니 생각난다.
내가 그것을 청량리 약령시장에 가서
아는 언니의 땅, 심신산골에서 발견했다고
얼마나 자랑했는데
그 약방주인 아직도 기억할거야.”
“저걸 신고하면 아마 방송 타겠지!
그러면 어쩜 우리가 망신당할 수 있어!
아니 불법채취로 벌금정도가 아니라
토해내야 될지도 몰라.”
둘은 한참 이것에 대해 이야기 한다.
그리고 애초부터 난 결론을 다시 이야기한다.
다시 말해 그냥 수다였다.
“그래 지금 맨 배낭 안에도 비싼 약초
,싼 약초 불법으로 캔 것이 가득한데..
만일 경찰서에 가서 뭐라 할 거야?”
“그래 문제가 되겠지!”
“그럼 배낭 집에 두고 신고할까?
그것도 귀찮기도 하지만
정작
왜 거기에 갔냐고 물으면 할 말 없어
그러면 진짜 개망신 당하지.”
“그래 눌자리도 보고 누우라고 했지!”
“이제 빨리 내려가자.”
둘은 조용히 산을 내려갔다.
2일이 지났다.
진우와 호연이 돌아온지 3일째이다.
교연이 다시 한번 확인한다.
“ 오늘 어디로 가는지 알지!
남성들이 무서워하는 쇼핑을 화연씨와 함께
둘이 가려했는데...
따라오면 지루하지 않겠어?”
여친들은 얼마나 위험해 졌는지
말 못하는 둘의 심정을 모른다.
둘은 눈을 반짝이며
얼마나 남았는지 모를 시간을
조금이라도 여친들과 같이 보내고 싶어한다.
“지루한 것으로 말하면
던전 안에서 지옥에 있는 줄 알정도로 지루했어.
그때 쇼핑이라도 따라 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졌고
그 생각을 실천하려고 나왔다.
어떠냐 이 남친 줏대가 있어 보이지 않니?”
“그래 그럼 같이 가보자
끝까지 좋아하면 그 줏대 인정해 줄게
지루하다고 만 해봐라....내가...”
“이제 가지요.
호연씨도 갈 맘 없으시면 안오셔도 돼요.”
떼어 놓고 갈새라
고개를 설레 설레 흔들며 아니라 한다.
“아니요. 여친을 보디 가드 해야지요.
이렇게 예쁜데
누가 채가기라도 하면 어떻게 해요?”
진우가 귀를 파며 이야기한다.
가슴을 긁쩍인다.
“너 느끼하다! 아침에 버터 수영장에서
빠져 죽을 뻔 했지.
아니 빠져 죽고 다른 원혼이 빙의 한거지....
이건 국과수에 넘겨 조사해야 하는데...
왜 이리 가슴이 가렵냐!”
“그러냐, 앞으로는 더할 거다
죽음을 겪어보니 세상이 달라 보이고
내 여친이 달라 보인다.”
이야기를 하다 실수 했다는 생각이 든다.
진우에게 한 이야기를 옆에서 듣던 여친이
달라 보인다를 오해하면 안된다라 생각하며
다시 이야기를 계속한다.
“ 달라보인다는 것은 원래도 예쁜데
이제 돌아와 보니 여신같다.
신전은 어디다 세우지!”
화연은 이 말을 하며 사방을 두리번 거리며
신전을 세울 듯 한 남친의 모습에 피식 웃는다.
“그만해도 되요. 저 어디 가지 않아요!”
그날 넷은 같이 다니며
쇼핑도 하고 영화도 보면서....
그렇다고 3D영화는 아니다.
진우가 보자는 말을 꺼냈다가
아직도 정신 못 차렸냐고
훔씬 두둘겨 맞았다.
이렇게 같이 구경하고
영화보고 두둘겨 맞으며
다소 서먹한 관계를 벗어났다.
다시 평소의 유쾌한 상태가 되었다.
그러는 사이 하루가 지난다.
- 작가의말
드디어 남산의 관문에 들어왔습니다.
앞으로의 전개는....
결국 장대비에 3연참을 하루에 했네요.
그래도 지난번 휴식하며
틀을 좀 잡아 놓아 다행입니다.
3편이라 좀 지루 하실지....
저도 자유로운 영혼 갔습니다.
장마비 조심하시고 즐거운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ps 그리고 예전 남산에서 도토리 나무에 돌로 찍어
도토리를 떨구는 할머니(중아줌마?)를 본적 있고
그것을 말렸다 욕을 되바지게 먹은 적이 있어
캐릭터로 삼아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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