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조(前兆/ herald) 3
진우가 가이카형이 한방에 떨어지는 모습에
눈이 왕방울만 해지며 경악을 한다.
미지의 적을 향해
달려드는 오르크 병사를 보고
곧바로 입을 앙물고
갑자기 글레이브를 든 채
오르크 병사들 앞으로 급히 껑충껑충 튀어 나간다.
양의 뿔을 가진 자 앞에 도착한다.
글레이브를 던져 버린다.
그 앞에 넙죽 절한다.
가장 강한 놈에게 가볍게 교훈을 주며
달려드는 놈들에게 경고를 주었음에도
멈출 줄 모르고 달려드는 가운데
다음으로 강한 ....
말하기가 쪽팔릴 정도로
힘의 차이가 나는 놈이
가만 서 있다가 갑자기 펄쩍펄쩍 뛰며
주제도 모르고 달려온다.
양의 뿔을 가진 자가
이런 진우의 모습을 보았다.
주제를 모르고 다들
밤중에 촛불 속으로 몸을 뛰어드는
불나방처럼 덤벼오는데
자신을 향해 비웃음을 짓던 놈이
남보다 먼저 뛰어 들어온다.
교훈이 조금 많이 필요할 것 같아
조금 세게 훈계하려 하는데
태도가 190도로 돌변한다.
심지어는 들어던 무기도 버렸다.
제일 어린놈이 오체투지로
엎드려 자신에게 사과하며
구걸하는 것을 본다.
구속력에서 벗어났지만
이유 없는 살의가 일어나는 것을
스스로 지켜온 자존감으로 인해
억지로 멈추고 있었는데
자기의 형이라 부르는 놈의
부하들이 불나방처럼 뛰어 드는 것을 보며
재빨리 앞서 나가며 막고
나에게 자신을 전적으로
목숨을 맡기는 모습을 봤다.
한때는 신이라 불렸던 적도 있던
오래전에 잊었던 때가 생각났다.
나 역시 고대 종족의 신으로
그들을 구하고자 애쓰다
함정에 빠져 마법진에 봉인되었다.
불사의 생명이 갈취를 당하며
격을 떨어 뜨려 반신보다 못하게 지내는 동안
자부심은 어디 갔는지
지금에야 예전 나의 모습을 떠올릴 수 있었다.
시간이 아무리 많이 지났다고 해도
이토록 타락했는가!
자괴감이 든다.
확실히 오랜 봉인 때문에 약해진 것 같다.
개미가 꿈틀한다고
화내는 내 모습에.
예전의 자신을 떠올린 것으로
약간의 신성이 회복된다.
마음을 담아 외친다.
“모두 동작 그만!!!!”
단 한 마디 말에
마음을 담아 외치니
신성이 담겨
말은 정언의 외침이 되었다.
불어오던 바람도 떨어지던 잎도
엎드려 있던 진우도
달려오던 오르크 병사도 발을 뗀 채
그 자리 그대로 멈추었다.
양의 뿔을 가진자의 반경 30m 근방,
즉 지름 60m 구 안에서는
모든 것이 정지가 된 것이다.
발앞에 넙죽 업드려 멈춰있는 진우를 본다.
고갤 들어 정언이 미치는 영역을 본다.
“나도 힘을 많이 잃었군
내 권능이 거의 사라졌구나.
이들과 다를 바 없구나.”
반경 30m 안에는 양의 뿔을 가진 자가 나온
거대한 마법진도 걸쳐져 있다.
정언의 힘이 미치는 공간 안에는
입체 조각처럼 굳어져 멈춘 것에는
신어 때문인지 마법진도 피해 갈 수 없었다.
정언의 영역 안에
마법진 일부가 포함되어
붉은빛으로 일렁이던 마법진 자체가
빛조차 얼어붙은 듯 멈추어 있다.
그 주위를 요동하던 마법진의 흐름에
빠져들던 약간의 핏빛 안개도 멈췄다.
원래 마법진 안에서 마법이 작동한다.
끊임없이 유동하는 것이다.
이 마법진 역시 마법의 작용으로 요동치고 있었다.
‘모두 동작 그만’이란 정언은 마법진에도 작용했다.
마치 애플의 상표 한 입 먹은 사과처럼
정언에 영향을 받은 부분은 마법조차 멈추었는데
정언에 영향을 받지 않은 부분은 마법이 작동한다.
전체에 흘러야 할 마법의 작용이 일부에서 단절된다.
마치 화공약품으로 실험할 때 온전한 재료에서
무작위로 일부를 버린 후 실험을 하는 것과 같다.
순서에 따르지도 않고
안정시켜줄수도 없는 재료에
무작정 열을 가할때 유독가스나
폭발이 일어나는 것 같이
마법의 유동이 이루어지던 한쪽에
갑자기 브레이크가 걸리며 멈추는데
다른 한쪽을 계속 유동이 이루어 진다.
무리한 작용에 의해
정언이 걸린 영역의 경계 바깥으로
스파크 같은 것이 일어난다.
경계 쪽 바깥으로 실금이 생긴다.
유리에 금이 가듯
쭉쭉 이어지며 갈라지고 굵어진다.
마법진 자체가 불안정해진다.
거대한 마법진에 스파크가 일며
검은 불꽃이 퍼져나간다.
주위에 바람이 불다 못해 회오리가 일어난다.
이런 중에도 정언이 펼쳐진 영역에는
아무런 동요가 없이 정지 상태이다.
그토록 앞에 있는 자들에 대한
이유없는 살의도 마법진이 훼손에 따라
아침 햇살에 안개처럼 조금씩
흐려지며 사라져 간다.
한발 내딛은 오르크의 발도 허공에 걸쳐있고
이에 따라 쓸려 올라간 풀 조각도
그 자리에 멈춰있다.
양의 뿔을 가진 자는 시간이 지날수록
새하얀 얼굴이 점점 붉게 물들어간다.
정언을 오래 펼치기에는 너무 약해진 게다.
자신의 몸을 관찰한다.
손을 눌러보기도 하고
가슴 부근 손을 올려 보기도 한다.
요가와 같은 자세를 취해본다.
“후~~ 하, 힘들다.
확실히 약해졌구나.
봉인을 당하는 동안
봉인을 풀기 위해 사용한 힘과
쉴 새 없이 내 힘을
빨아들이려는 마법진에 의해
내 힘의 95%가 사라졌구나.
다행이다!
마법진안에서와 달리
미약하지만 정언을 쓸수 있어
이제라도 봉인을 풀었으니...
이 봉인을 풀지 못했더라면
내 신성의 힘이 사라지는 순간
죽음을 만날 뻔했구나!”
살의로 인해 과거의 기억들이
안개속에서 보는 그림자같은 형태 였는데
살의가 사라지자
그간의 기억들이 새롭게 솟아난다.
자신이 마법진에 봉인된 주된 원인 중
크게 영향을 미친 사건이 떠올랐다.
주먹을 불끈 쥔다.
“ 미야키!!!
이 배반자, 등에 비수를 꽃다니!
내 너를 얼마나 오랫동안 사랑했건만
권력과 힘에 취해 나와 내 동료를 팔았구나!
내 힘이 회복되면 너를 찾겠다.”
힘이 약해지니 약자의 말이 나온다.
뒤를 돌아
자신을 봉인했던 마법진을 본다.
마법진은 오류로 스파크와 검은 불꽃,
옅은 보라색 안개의 폭풍이 일어나지만
정언의 영역에는 침범하지 못한다.
한발 한발 마법진에 다가간다.
정언이 마법진에 닿는 부분이 넓어진다.
마법진에서는 드르륵 드르륵 하는 소리가 난다.
이미 금 간 곳에 더 깊게 갈라지기 시작한다.
모순의 한계에 달한 마법진이 폭발한다.
주위 이미 꺾여진 나무들이
부서지며 하늘로 솟구친다.
바닥 풀숲은 파이며 흙의 먼지가 퍼져나간다.
먼지와 날리는 풀 조각 사이로 암반층이 보인다.
근처 50m정도를 삽을 뜬 듯 날려 버렸지만
남산의 암반은 튼튼하여
암반의 표면이 부서지고 금 간정도이다.
진우와 가이카들은 아직도 정언의 영역 속에 있다.
이 폭발로부터 무사한 것이다.
“모든 동작 그만을 취소한다!!”
양의 뿔을 가진 자가 정언을 푼다.
양의 뿔을 가진 자의 얼굴이
점차 편안해지며 하얘진다.
정언의 영역에서 고정된 모든 것이 풀린다.
호연들은 정언이 풀리며
그 자리에 주저 앉는다.
허공에 떠 있던 풀이 바닥으로 가라앉는다.
진우는 넙죽 엎드려 있다
힘이 풀리며 개구리 자세가 된다.
자의로 멈춘 것은 아니지만
벌을 받는 것처럼 멈춰졌던 동안
전신에 고통을 받았다.
진우 앞의 보이는 커다란 마법진이 사라지며
마법진이 있던 자리에
20m쯤 되는 거대한 형체가 눈을 감은 채 서 있다.
아까
지레짐작하고 고함을 지르던
그리고 나타나지 않았다고 좋아했던
가상의 거대한 괴물이
지금 이 자리에 실제로 나타났다.
이번에는 ‘진짜 괴물이야,
“으아~~~~ㄱ!!!!, 카~~~~~악!!!!,
어~~ㅁ~~~마~~ ’하며
호연에게 소리를 질러보고 싶다.
그러나 무섭다.
티렉스보다 세배쯤 큰 거대한 괴물의 몸은
보라색이며 네 개의 팔이 달렸다.
지금은 눈을 감고 조용히 있지만
티렉스 보다 거대한 괴물이
눈을 뜰 때 .....
도저히 생각하기 싫다.
양의 뿔을 가진 자가 거대 괴물을 살펴본다.
서서히 눈을 뜨며
기지개를 켜는 괴물에게로 다가간다.
처음은 의아해했으나
신성은 그를 오래전부터 알았었다고 알려준다.
빠르게 생각해 보니
이런 느낌은 분명히 그 녀석일 것이다.
“나나호, 타락한 친구여.
다시 보는구나.
오래 전에는 친한 친구였는데.....
힘을 취하더니
신의 격을 포기한 채
끝은 거대한 괴물이 되었구나.
미야키와 손잡은 너도 결국 이렇게 되었구나.
내가 봉인을 푸는 날에
날 죽이기 위해 봉인되었었구나.
내가 봉인을 힘써 풀 때
자연스레 너의 봉인까지 풀게 되었구나.
개조된 너는 이제 나를 죽이려....
...............
함! 싸워보자!!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우정을 버린 괴물아!!”
- 작가의말
정언(定言) 이란?
칸트 철학에서 정언 명법(定言命法), 행위의 형식, 목적, 결과에는 관계없이
그 자체가 선(善)이기 때문에 무조건 지켜야
할 도덕적 명령을 말합니다.
즉 도덕 법칙의 절대성, 보편성을 강조합니다.
이것을 차용해 왔습니다.
원래는 이렇지만 이글에서는
156차 우주의 유산입니다.
한마디로 모든 사물이 그 말에 따릅니다
우주적 절대 지켜지는 명령이라 생각하시면 됩니다.
여기에는 정언의 영역과 신성의 힘에 의해
얼만큼 사물이 복종하냐가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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