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게이트(3)
호연과 진우는 식권을 발권하고
벽에 번호판을 보고 음식을 가져다 놓았다.
이것저것 가져다 놓으니
상이 모자라 3개의 식탁을 붙었다.
음식의 양이 많으니 뭐라 하는 사람도 없다.
음식 품평회를 한다.
“모든 메뉴가 6,000원을 넘지 않고
백반도 4,500원 나머지 5,000원대
돈 없는 학생들 복지 차원이야.
확실히 일반 음식점보다 저렴해.
맛은 비슷하지만, 주머니가 가벼운 학생들에게
제격이겠어.”
진우는 호연에게 이야기를 걸며
배의 호소에 따라
재빨리 음식을 먹는다.
“ 호연아, 네 요리가 생각난다.
지금 얘기지만 살려고 먹었지!
쩝.... 이야 맛있다.
같이 먹자. 많이 시켰잖아.
....어그어그
...우적우적.....”
호연은 친구가 음식을 먹는 모습을 보며
자신도 수저를 조용히 든다.
“진우, 너도 마찬가지야!
네가 만든 음식에 ....?
에이 음식 맛 떨어진다.”
자기가 주문한 음식을 먼저
한술 떠 경건하게 음미한다.
“우리가 여기서 맛을 따지면 안 되지
네 요리와 이곳의 요리를 비교하면
아직도 하늘과 땅이다.
이것 좀 먹어봐라.
어그,어그 ....챱챱찹”
진우는 먹는데 좀 더 속도가 붙는다.
손을 위아래로 흔들어 리듬을 잡고
그에 맞춰 고개를 까닥이며
초스피드로 먹는데
조금도 흘리지 않는 기교를 보여준다.
친구를 보다 또다시
자기 앞 칼국수의 국물을 한술 뜨고는
눈을 감고 음미한다.
“너 채하겠다.
확실히 맛있네.
그곳에 다녀온 이후 입맛이
저렴 해졌어! 양념 맛만 나면 이리 꿀맛이냐?”
진우가 곧 한마디 한다.
“야 너 음식 모욕하지 마!!!
그래도 꿀은 종종, 아니야, 늘 먹었잖아!
거기 꽃들이 만발하고
각종 벌이 많이 살아
좀 수고만 하면
바로 얻을 수 있었잖아!
난 질리도록 먹었다.
꿀맛과 이 음식 맛을 비교하다니
너는 꿀만 먹고 살아라!!!
나는 이 음식들 먹고 살란다!!!“
“ 저주는 사양이다.
그런데 진우야 너 너무 시킨 것 아니냐?
그보다 먹는 속도 장난 아니네.”
주위 다른 식탁에 있는 사람들이나
음료수를 마시러 오는 사람들이 지나가며
한 명은 초스피드로
한 명은 초 슬로우하게 먹는 모습에
힐끔거린다.
이 모습은 본 호연이
자기는 아닌 줄 알고
“아무리 그래도 라면, 정식,
순두부, 돈까스도 2종류,
그리고 우동... 이 많은 것들을 .....
내가 다 부끄럽다.”
“야, 야, 누가 물으면
먹방 찍는 유튜버라 하면 되지!
너도 ‘내 것 먹으라니까!’ 아직 많잖아!
맛이라도 봐...!!
그렇게 천천히 먹으니
그런 말 하지!!”
호연이 진우의 말을 듣고 다시 한술 뜨며
“하기야, 우리가 여기서 맛 따지면 천벌 받지.
음식점의 음식, 이곳에서는 모든 게 다 맛있잖아!
나는 이것을 맛보며 먹을 거란다.
앞으로도 얼마든지
먹을 기회가 있을 것 같으니
하나하나 음미하고 먹을란다!
그런데 너 지난번에는 이렇지 않았지!
닭 다리 한 개를 가지고도 기도하듯이 먹고.....”
“이번 그 던전에 다녀온 이후로
집에서도 배가 고파.....
요즘 먹는 모습 때문에
엄마에게 혼난다.
네가 열흘 굶은 거지냐고.”
음식을 먹는 중
헬기 소리와 남산도서관 앞으로
트럭이 지나는 소리가 크게 울린다.
“뭐야...”
“ .....”
사람들이 놀라며
음식점 안이 소란스럽다.
안내방송이 나온다.
“실제상황입니다.
현재 남산 도서관에 계신 분들은
경찰관의 지시에 따라
대피해 주시기 바랍니다.
게이트 진돗개 둘 상황입니다.”
남산도서관에 온 학생들과
시민들이 안내방송에 따라
웅성거리며 도서관에서
남산 아래로 바삐 이동한다.
호연과 진우도 고민한다.
“호연아 그냥 나가기 아깝지 않아
이 좋은 걸 놔두고.....쩝쩝 얌얌,
후르륵 컥....”
“그래 아깝지.... 꿈에서 그리던 것인데...
그리고 아까부터 배가 무지 고파
다 먹을 때까지 버티어보자.”
위험 대피 방송을 듣고
진우는 먹으며 말하다 목이 걸리고
호연은 천천히 음미하다
제 빨리 먹기 시작했다.
식당 밖으로 손님들과 직원들이 나가며
매장 담당자도 나가다
태연히 음식을 먹고 있는
이 둘을 보고 다가갔다.
“손님, 방송 들으셨지요.
실제상황이랍니다. 빨리 대피해 주세요.
언제 위험이 닥칠지 몰라요.”
“~에, 이제 거의 먹었어요.
어서 대~쩝쩝~해하세요. 호연아!
최대속도로 먹자!”
호연은 이러면 안 되는데 하면서도
둘은 번개처럼 남은 음식을 처리한다.
슬로우를 지향하던 호연도
이제 손이 안 보일 정도로 움직인다.
이것을 보는 매장 담당자의
눈과 입이 커진다.
매장 담당자는
한 달쯤 굶은 거지를 보는 것 같아
아니, 자기가 돈이 없어
굶었던 적이 생각났다.
어렵던 어린 시절의
아버지의 도박으로 수시로 굶어
한번 원 없이 식사 하기를 바라던
자신이 생각나
위험하다는 생각도 잊고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손님 밥반찬을 더 갖다 드릴까요?
아무리 대피 하라지만
그냥은 못 넘어가겠어요.
물론 돈은 더 받지 않을께요.
배고픈 설음보다 더한 것은 없지요.”
호연이는 먹으며
한 손으로는 좌우로 휘젓는다
“아니에요, 이정도로 먹을 께요.”
진우는 기대하는 마음으로
초롱초롱한 순진한 눈으로
매장 매니저를 쳐다본다.
“감사합니다....더주시면...”
매니저가 매대로 들어가
만들던 음식들을 모조리,
재빨리 푸짐히 그리고 가급적 많이
큰 쟁반 2개를 가득 쌓아
음식을 내온다.
주문하지 않던 음식들이다..
벌떡 일어나
독수리가 병아리 채가듯
쟁반을 내려놓고 매니저에게
고개를 꾸벅 숙이고
두 손으로 쟁반에 담긴 음식을 꺼낸다.
매니저는 흐믓한 미소를 지으며
연신 인사하는 둘에게
손을 흔들고는 ‘빨리 먹고
조심해 대피하라.’ 하고는 식당을 나간다.
콧노래조차 흥얼거리며
음식으로 입안이 가득 차 말을 못하는
친구를 본다.
다시 제자리에 앉아
연신 빠르게 먹으며 진우를 째려본다.
“아니 진우 이놈, 너 지금 상황 아냐?
게이트 사태라잖아!
그런데 더 먹어,,,,
.....
그렇지만 이것들은 꼭 먹고 가자
남기면 죄받는다.”
말하면서도 배가 계속 고파
재빨리 먹기 시작했다.
마치 먹기 시합이 벌어진 것처럼...
대피소로 가다 돌아온 매니저가
매대에서 2.5L 음료수 두 병을 꺼낸다.
위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손조차 안 보이도록 먹는 둘을 보고
다시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먹기 삼매경에 빠진 둘을 방해하지 않도록
콜라 2병을 내려놓고
조용히 대피하러 나간다.
둘은 그렇게 많은 음식을
뱃속에 쳐 넣어.... 아니 쓸어 담았는데
그들의 말처럼 거지가 10명쯤
들어 있었는지.
배조차 튀어 나오지 않는다.
“그런데 이게 웬 콜라?
우리가 주문 했었니?”
“뭐, 가져다 놓았겠지
아 좋다, 식후 콜라 꿀맛이다.
아! 이런 콜라모욕....
어쨌든 맛있어!!”
2.5L의 콜라를 병나발 분다.
숨도 안 쉬고 들이킨다.
하기야, 숨쉬다 트림나면....
“카~~~이 맛~~”
“~~하~~역시 ~~~
그런데 좀 모자른 감이 있다.”
“에라이 자식아!
네배에게 낯짝이 있는지 물어라!”
“퍽~”
둘은 남산도서관을 나와
헬기소리가 나는 쪽을 바라본다.
남산타워가 보이는데
‘타워넘어 게이트가 있겠다.’ 라는
생각이 든다.
“호연아, 어느 정도 배도 찼으니 가보자!”
“그래 , 보다가 도와줘야 할 때 도와주고
아니면 지켜보자.”
“이번은 저번과 다를 것 같아.
그 핏빛 안개가 마음에 걸려...”
“아까 이야기 했지.
우리 오늘 예상 못 하고
무기나 방어구도 가지고
나오지 않았잖아.”
“뭔 재수냐, 사건이
우리를 따라다니는 것 같지...
그리고 너 방패 내려놓고 왔냐?
말 안 되는 소리 마라.
그놈은 귀속 아이템이다.”
“그래. 그렇지!
단순하게 생각하자 사건이
화연씨나 교연이 따라다니는 것보다
백배 낫지...”
“백배가 모냐 백일 배 낫지....”
“야, 백일 배는 뭐냐....”
“응 지난번 생각하면 좀 귀찮기도 하고
위험해 질 수 있기에
백배는 남친으로서 책임이고
일 배는 일반인과 다른
초인으로서의 책임....
사실 지난번 생각하면.... 좀 싫다.”
“그렇지만 어쩌 갰니.
하늘이 우리에게 힘을 주었고
우리는 날름 받아먹었으니....
그 값을 지불해야지.
사실 힘이 없으면 몰라도
힘과 속도가 우리에게 있지.
게이트에는 들어가지 않으면...
위험이 적겠지.
이번에 게이트에 들어가는
오지랖은 부리지 말자.”
“나도 그래
그런데 무기도 없이 갈려고?“
“집에 다녀오기는 좀 늦지 않을까?
게이트 안으로 들어가지 않으면
문제가 없을 것 같은데
게이트 밖은 보통 피라미들만 나오지 않아?
던전이 사라질 때면 보스도 나올 수 있지만!
그리고 얼굴 팔리지 않게 위장하자!”
“그래 아까 올라오다 보니
후암초등학교 옆에 건물을 짓고 있던데
건물이 꽤 높아 자제들이 한가득하니
거기서 위장할 뭔가 구할 수 있겠지.”
둘은 도로를 건너
위태위태하게 생긴
심하게 비탈진 계단을 내려간다.
남산도서관 바로 아래에 있는
후암초등학교 옆 공사장을 갔다.
건물 절반쯤 짓고 있는데
아까의 위험 경보로 일대 주민들이
남산 밑으로 내려갔다.
공사장 인부들도 옷조차 벗어버리고
바삐 내려갔는지
공사장에는 안전 복등의
물건들이 내팽겨진 채로 썰렁하다.
공사장을 뒤진다.
“야 진우야, 이거 도적질 아냐?
좀 찔린다.”
“야, 야, 좋은 일 하려고 그러는 거 아냐!
그놈들 나오면 이 일대 폐허가 되는데
이 건물이 남아나겠냐?
우리는 지금 이 공사장을
보호하는 거니까! 보호비라고 치자.
내가 얘기 했지만
좀 어깨 깍두기가 된 느낌이다.
아! 온몸 가려워!!!
쓰다가 남으면
우리가 쓰고 돌려놓으면 되지
너 그냥 갔다가 불랙박스에 찍히면
우리정체 들어난다.
블랙박스 아니라도
드론에 찍히면 개 쪽이다.
너 방송타면 좋냐?
난 귀찮을 거 같다.
너 그냥 그 차림으로 가라
난 좀 쪽팔려 위장하련다.”
“그래 정체가 들어나면
여러 가지로 피곤하겠지,
심하면 해부할지도....
80, 90년도도 아니고...
외계인이 아니니 염려 없겠지만
이 얘기는 너무 나갔고
어쨌건
나중 다시 돌려주자....”
둘은 공사장에 널려있는
안전모와 안전화
방진 마스크와 귀덮게에 보안경
거기에 주황색 방진복까지 입고
안전 장갑까지 끼었다.
안전 장비를 퍼팩트로 갖춘 것이다.
이것이 그들을 안전하게는 하지 못하지만
적어도 정체는 가려줄 것 같다.
“야 호연, 그렇게 위장하니
화연도 모를 거야!”
“이미 우리 이야기 다 들었으니
방송이든 유튜브든 게이트가 나왔다 하면
콕 찍어 우리라는 것을 바로 알겠지!
이것을 입으니 좀 더운데....
많이 불편하네.”
“웬 흰소리?
너 마그마가 흐르던 바위위에서도
잘 주무시던데 이 정도로 덥다고?
지나가던 개가 배꼽 잡겠다.”
“뭐 답답하다는 표현이야!”
“그런데 무기로 사용할 게 없을까?”
각목을 집어 힘을 주니 부러진다.
“너 기물파손이다....각 목 약하네.”
다시 파이프를 잡고 힘을 주니
금세 휘어진다.
“야 너 기물파손이라니까....”
“그래 친구 이것들 좀 약하다
그 괴물들과 싸울 때 힘써야 하는데
힘 조절하며 싸우면 문제가 생길 것 같다.”
호연이도 고개를 끄덕이며
공사장을 둘러보는데
안전대와 관련 있는 죔줄이 보인다
“진우야 이것 봐라 이 죔줄.”
죔줄은 공사장에서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몸에 묶는 안전대와
공사장 파이프에 연결하게 되어있다.
길이가 2.5m정도인데
떨어져도 허공에 뜨도록 한다.
줄의 강도가 2톤 이상이다.
진우와 호연이 힘을 주고 잡아 다녀도
별문제가 없었다.
한쪽 끝에는 쇠뭉치 고리가 달려있는데
이것으로 유성추처럼 사용하면 될 것 같아
휘둘러 본다.
“이거, 슬링 느낌이나 볼라 느낌이 난다
손에 익네, 이거 가져가자.”
그리고 공사장에서 사용하는
키만 한 길이로 끊어 놓은
철근들을 묶어 등이
허락하는 한도까지 매었다.
“오랜만에 투창을 사용할 수 있겠네.
이제 형의 놀라운 투창 실력을 보여줄게
다시 진우의 시대가 돌와....
.........”
호연은 진우가 투창 대용품을 발견하자
그것으로 방방 뛰려 하는 것을 보고
등에 철근들을 잘 동여맨 후
“늦을지 몰라 이제 게이트 있는 곳으로 달리자!”
진우도 호연이 먼저 달리는 것을 보고
에이씨 하며 헬기가 많이 보이는
남산타워를 향해 한껏 도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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