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공(侵攻/ invade) 3
다니웃폴은 한 번도 이런 경험을 해보지 못했다.
낮선 장소 숨겨진 장소라 생각이 들지만
어린것에게
저런 이야기를 들으니
내가 여지껏 어떻게 살았나 회한이 든다.
화조차 나지 않는다.
그러나 생각해보니
회한을 느끼는 것은
왕국에 있을 동안
자신이 그동안 얼마나 많은 대우를 받아
사람들에 대해 거만해져
그 습관이 남은 것 같다.
잡혀서 수모를 당하는 순간부터
이미 신으로서의 모든 것이
다 부서진 것인데...
이미 온갖 수모를 당하며
자존심뿐 아니라 자신의 존재조차
나락으로 떨어졌는데
이 세계에 와서
지금 자존심을 세우려는 모습이 웃기다.
이곳에 있는 이유는 자기 손에 쥔 사과 같은
고대의 유물 때문에 일어난 일 같은데
저 어린것들은 여기가 자신의 것이라 주장한다.
그의 이야기를 곰곰이 생각해본다.
먼저 간이 배 밖으로 나왔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으나
목숨을 걸 결단을 가진 녀석이
개망나니라고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런 이야기는 아무에게나
마구할 이야기가 아니어서 그들은
이런 경험이 많았다는 추리하였다.
그렇다면 이 고대 유물과 저 어린것들....
이런 유물이 흔하지 않을 것이고
이런 유물들과 자주 접했고...
심지어는 이곳이 그들이 늘 있던
‘자신들의 장소’라 주장한다.
어느 정도 신뢰가 있을 말 같다.
저들의 복장과는 달리
말하는 것과 행동을 보면
결단력도 있고 판단력도 있다.
귀족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젊을 때는 젊음을 발산하려
이탈 행동이나 반대되는
행동이 일어나는 경우가 번번하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또 있다.
이 세계의 있는
다른 것들은 자신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데
신성력을 사용하지 않았음에도
저들은 분명히 알아듣고
저들의 이야기의 내용을 알아들을 수 있다.
배우지도 않고 이야기하는
이런 다중 언어 능력은 타고날 수도 없고
쉽게 얻어지는 것도 아닌데
둘은 쉽게 말하고 듣는다.
저들이 자기에게 말을 거는데
내 왕국의 말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저들이 제국의 공용어를
어디서 배웠을까 하는 의문이 난다.
자신이 다른 언어와 소통하려면
집중하여 신성력을 소모해야 한다.
그러나 저들은 패시브 스킬처럼
아무런 부담없이 가볍게 사용한다.
그렇게 해줄 수 있는 것은
고대의 희귀한 유물이나
전설로 내려오는 위대한 법칙이
허락했을 때뿐이다.
그래... 이런 장소에서 얻은 능력이다.
다시 생각하니 이 유물과 비슷한
왕국의 유물을 이미 접하고
그것의 봉인이 풀려 작용했을 것이다.
“너희들 내 말 알아들을 수 있니?
너희의 말이 나에게 들리는데
내 말이 너희에게 제대로 들리는지
확인하고 싶다.”
호연은 폴의 적개심 없는 순수질문에
식겁했던 가슴이 가라앉는다.
진우도 아까의 건방진 말을 하고
호연을 쳐다보니 얼굴이
사색이 된 것을 보았다.
자신이 크게 엇나간 것을 느껴
다시 심장이 벌릉벌릉 하였으나
사나이 자존심에 내색을 안 했다.
폴이 잠시 표정이 굳어지다
표정을 풀며 말하는 것을 보고
다소 안심이 된다.
둘은 고개를 끄덕인다.
“물론이지요.
저희는 잘 알아들어요.
저희가 하는 말도
알아들을 수 있으실 거에요.”
이들이 말하는 동안
깊은 계곡에서
건물 몇 채가 솟아오른다.
지난번처럼 시간의 흐름이 빨라진다.
진우가 잘난채 하며 재빨리 말한다.
“또 이 현상이 시작되었네요.
저기 저곳을 보세요.
우리가 겪었던 현상 시간이 빨라지는
현상이 일어나요.
어떤 단서를 제공하는 거에
놓치면 일나요.
건물이 만들어지는 것 보이시나요.
무언가 우리에게 알려주고 싶어 하는
부분들이 있는데 같이 확인해요.”
“흠, 알겠다.”
고개를 돌려 계곡 쪽을 보니
시간을 빨리 돌린 것처럼
기계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며 건물을 짓는다.
하늘 어디선가 연신 잠실 운동장 만한
비행선이 우주의 어디인가에서 재료를 가져와
실었던 부품과 같은 재료들을 넘겨준다
.
거미같이 많은 손을 가진
비행선들이 이를 받아
레고를 조립하듯이 조립한다.
바닥에서 시작된 건물이
빨라진 흐름에 따라
초초마다 아침저녁이 바뀌더니
그것도 모자라 사계절의 변화가
달력 넘기듯 휙휙 지나간다.
어느덧 건물은 절벽 꼭대기를 넘어
위로 위로 솟구친다.
꼭대기의 돔자체만
잠실 운동장을 10배쯤 늘려
뽑아 놓은 모습이다.
수많은 비행체가 달려들어
성형하듯 돔을 짓는다.
빨리 흐르던 시간은 다시 천천히
흐르기 시작한다.
원형의 높은 건물 주위로 세 개의 높은 첨탑이
하늘을 향해 솟아있다.
벌새처럼 생긴 비행체와
그보다 수십 배는 될 법한 비행체가
둥글고 뾰쪽한 첨탑 근처를 날아다닌다.
배와 비슷하면서도 지붕이 있는 비행체가
원형의 건물로부터 삐져나온
착륙장에 착륙하여 기계들을 내린다.
기계들은 그곳에 짐을 나르는
다른 기계에 의해 공중을 부양하며
활짝 열린 문 안으로 들어간다.
호연이 장면들을 보며
무언가 많은 질문을 하려는 폴을 보고
급히 그에게 이야기한다.
“궁금한 것이 있더라도
잠시 이야기를 멈추고
지금 보이는 환상을 봐요.
실체처럼 보여도 이건 환상이고요
우리에게 무언가 전달하려는 것일 거예요.
아주 중요한 것이 있을 거예요.
그것을 직접 알려주지 않아요.
주의해야 해요.”
진우와 호연은 진행되는 변화에 집중했다.
폴도 궁금한 것이 많았지만
일단 지켜보기로 했다.
첨탑이 가운데 주 건물은
깊은 계곡 바닥부터 건물이 올라가
절벽 위쯤에 마감이 되었다.
건물 아래부분은 계곡에 넓게
거미줄을 깔아 놓은 것처럼 덮여있고
원통형 굵은 몸통이 점점 가늘어지며
건물 위에는
잠실 주경기장을 올려놓은 모양이다.
잠실 주경기장처럼 생겼으나
열린 천장이 아니고 이슬람 성전처럼
둥근 호박을 1/3쯤 썰어논 모양으로 덮였다.
다시 어둠이 내리고 잠시
회색의 공간에 머물다
이내 밝아지며 세 사람 모두
돔 안으로 빨려 들어간다.
겉에서 보는 것처럼 깔끔할 줄 알았는데
빨려들어가 내부를 보니
돔 안에 큰 공간에는
화학공장 플랜트 내부처럼
기능을 모르는 기계들과
파이프들이 돔 변두리를
가득 채우고 있다.
진우가 겉과 속이 다른 것을 보고 투덜댄다.
“이곳이 왜 이래?
적어도 밖에서는
운동경기장처럼 보여
넓은 공간이 있는 줄 알았는데
다른 비행선들은 어디로 간 것야?
아까 보니 잘도 들락날락하던데
여기에 왔으면 그런 것 좀 보여 주라!!”
지난번에 겁이나 못한 짓을 해보려는 듯
파이프들이 얽혀 지나가는 천장에 대고
소리를 지른다.
호연은 또 ‘올 것이 왔구나!’ 하며
친구의 행동을 외면하는데
이곳에 처음 온 폴은 느낌이 다른가 보다
힘을 잃었다고 하지만
그렇게 강력하면서도 둘과는 달리
긴장을 하고 있다.
“이봐, 함부로 떠들지 마!
내가 붙잡힌 곳과 닯은 부분이 있어
원래 힘이 있다면 모를까
이곳의 강자들과 붙으면 장담할 수 없어
조심하자.”
비록 허상이지만 폴에게는
하나하나가 허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호연이 입을 때고 한마디 한다.
“폴 아저씨, 이곳은 환상이에요
저희도 지난번에 꼬집었는데
생생하게 느껴져 진짜 줄 알았어요.
몸에 감각으로 실감 나더라도
진짜가 아니에요.”
“마저 마저, 내가 이렇게 큰소리쳐도
대답해줄 놈이 없어요.
제가 나대는 이유 알겠지요!”
폴은 둘의 이야기를 들었지만
둘의 말이 마음에 닿지 않는다.
이곳만 하더라도
저렇게 화학공장처럼 파이프들만
무성히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곳곳에 살상 무기가 즐비한 것이 느껴진다.
다시 암전하며 어디론가 빨려간다.
드디어 진우가 보고 싶은 넓은
광장이 나타났다.
돔 중앙에는 애드벌룬 크기의
다니웃폴이 쥐었던 사과 같은
유물이 공간에 떠 있다.
기계로 된 거미와 같은 것들이
다리 대신 달려있는 손으로
사과 모양의 물체 주위로
우주선에서 내린 기계들을 설치한다.
“저거 폴 아저씨가 쥐었던 사과와
똑같이 생겼어! 저거 그 사과 아니야?”
호연의 말에 진우가 고개를
설레 설레 흔든다.
“다르겠지, 생김새는 똑같아 보여도
저놈 봐, 크기가 달라 우리가 보았던 것이
방울토마토 크기라면
저것은 무등산 수박 크기 아니야!”
“그래도 우리가 짐작하던 데로
그 유물할애비쯤 되겠지....”
“ 폴 아저씨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나보고 조용히 하라더니
잔소리 말고 너희들 집중...”
사실 폴도 저것이 자신이 잡았던 유물의
원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시간이 다시 더 빨리 흐르고 기계의
설치 속도가 점점 더 빨라진다.
애드벌룬처럼 공중에 떠 있던 유물에는
기계로 이루어진 토성의 고리처럼 생긴
띠가 서로 간격을 두고
가로, 세로, 높이 둘러싼다.
가로 세로로 둘러싼 기계의 띠가
유물 주위로 회전하고
높이로 둘러싼 기계의 띠는
팽이가 도는 것처럼
서로 엇갈려 다른 방향으로
빙글 빙글 회전한다.
회전하는 띠들 간에
자장이 형성되어 전류들이 교차한다.
일정 거리에서는
스파크를 튀고 고리에서는
일정한 속도로 서로 다른
빔들을 유물에 쏟는다.
진우들은 돔 중앙에서
기계들이 주위를 회전하는
유물에 집중한다.
시간은 점점 더 가속되어
회전속도는 빨라지며
얼마나 지났을지 모를 만큼 흘렀을 때
스파크들이 거기를 덮을 만큼 커진다.
스파크들 간의 교류가 활발해지며
유물의 크기가 줄어든다.
유물의 크기가 작아지며
수박만 해졌을 때
난시인 사람이 안경을 벗고
물체를 보는 것처럼
유물이 세 개가 겹쳐지는 것처럼 보인다.
회전함에 따라 세 개의 유물은
서로 이리저리 떨어지려는 듯
흔들리며 돌출하려 한다.
결국 겹쳐 보이던 것이 분리되
3개의 사과 형의 유물로 바뀌어
서로가 서로에게 이끌리듯
약간의 거리를 두고 회전한다.
세 개로 변한 것 중 한 개를 볼 때
“허~~~~억, 저건!”
“우아~~~학, 이~~야
굉장하다~~~~~”
“흠~~”
세 개의 나뉘며
사과의 모양이 달라져
사과라고 부를 수 없는 것도 있지만
한 개는 조금 전에 보았던
폴에 있어서는 분명히 쥐었던
유물과 일치하는 것이었다.
회전하는 기계가 서서히 멈춘다.
스파크가 줄어들고 빔도 사라졌다.
유물은 폴이 쥐었던
사과의 크기로 변하고
3개의 유물이 일정한 거리를 두고
공중에 떠 있다.
한순간 배경이 바뀐다.
또 다른 건물 속이다.
배구장이나 농구장과 같은 넓이지만
사방에 굵기가 다른 금속 기둥들과
금속판들이 촘촘히 서 있다.
실험장 벽 역시
두꺼운 금속판으로 덮혀있다.
이곳에서 상자에 담긴 유물을 꺼내
누군가가 다른 한 사람에게
사과 크기의 유물을 건넨다.
이곳에 오기 전에 쥐었던
사과 형 유물은 아니고
사과보다 좀 더 변형된 하트형 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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