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러드 투투아레나
블러드 투투아레나
오세는 불안해하는 듯했다. 현장에서 내 힘을 직접 겪었으니···.
녀석은 각료에 열심히 설명하는 것 같았다.
그들이나 다른 악마의 시선으로 내 권능을 파악해 볼라치면 그저 평범한 중급 악마 정도밖에 되지 않을 것이다.
권능이라고 해봐야 낙인 받은 것에서 조금씩 들어온 것 들, 아스모데가 준 살육의 권능, 바알이 나눠준 포식의 권능, 루시퍼와 몰렉의 낙인에서 조금 흘러 들어온 권능이 전부다.
내가 직접 모은 것은 일전 아메리카 있던 인간 수확장 영혼 포식한 것이 전부다.
말 그대로 조금씩 흘러 들어온 것이 전부이고 다 합쳐 봤자 공작 정도도 안 된다.
그런데도 내가 활개를 치는 것은 아마 데우스 엑스 마키나의 힘을 어느 정도 사용한다고 소문이 났기 때문에 권능 외에 네필림 본연의 힘을 휘두른다고 정도겠지.
이것이 탱그리의 힘이란 것을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하고 있다.
아무나 탱그리의 힘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아니 불가능하다고 보는 것이 맞겠지.
그 루시퍼조차 탱그리의 힘을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을 보면 그 자체가 불가능에 가까우므로 내가 휘두른 능력은 데우스 엑스 마키나의 힘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오세는 핵폭발의 힘을 직접 경험했고 그것이 생각보다 위험한 것임을 잘 아는 것이다. 피의 교단 각료 세 명은 핵폭발의 무서움을 전혀 인지 하지 못하고 있다.
그들이 피해 지역을 순찰한 것인지조차 의구심이 든다. 원래 악마란 그런 것들이니까.
나는 별이 내뿜는 힘을 지녔다. 그것은 악마에게는 신의 철퇴와 같다.
핵폭발 시 뿜어지는 광선은 악마에게는 지극히 상극이다. 반대로 천사에게는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는다.
천사의 빛은 별의 빛과 같으니까 말이다. 천사를 상대하기 위해서는 권능의 어둠뿐이다.
내가 가진 탱그리의 힘이 하필 악마에게 완전히 상극이란 점이다.
오세가 계속 내 힘에 대해 어필하고 있으나 그것이 탱그리의 힘인 것을 알수 없는 한 제대로 된 판단을 내리지 못할 것이다.
나로서도 그런 힘이 있다고 게헤나 전체를 적으로 돌릴 수는 없다. 생각 같아서는 악마를 깡그리 날려 버리고 싶지만, 말도 안 되는 소리인 것을 잘 알고 있다.
일은 순리대로 풀어가는 것이 진리라는 사실을 무엇보다 잘 알고 있으니까.
이윽고 회의가 개재 되었다.
"좋소. 우리는 아잉의 제안에 따라 서로의 운명을 걸고 블러드 투투아레나에서의 한 판을 제안하는 바이오."
베르들레는 그렇게 말했다.
아잉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목소리를 높였다.
"그럼, 각자 요구 조건을 말하시오."
"피해 복구로 인간 영혼 십만 개와 아라곤의 신병 인도다."
"블러드 투투알레나를 신청했으므로 저희도 판돈을 걸지 않을 수 없게 되었소. 저희 측도 인간 영혼 십만 개를 걸고 아라곤 일행에 걸린 현상금 철회를 원하오."
아잉은 세 번 길게 손뼉을 쳐 주변을 상기시킨 다음 말했다.
"양측 교단의 제안 조건을 수락하는 바이오. 이로써 승자가 모든 권한을 가지게 될 것이며 공식적으로 블러드 투투아레나가 시작됐음을 알리는 바요."
토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대로군. 루시퍼의 낙인을 가진 너를 함부로 다룰 수 없는 이상 피의 교단은 최선의 선택을 한 거야. 우리가 응한 이상 루시퍼의 낙인을 가진 자를 공식적으로 사냥할 수 있게 되었어."
위스퍼모어가 말했다.
"블러드 투투아레나는 데스 게임인데 아라곤의 신병 인도는 무슨 의미입니까?"
"정당함을 관철하는 것이지. 루시퍼의 낙인과 바알, 몰렉의 낙인을 모두 가진 아라곤이기에 죽일 생각은 없다는 것을 미리 말하는 거지. 만약 아라곤이 살고 싶다면 경기 시작 전에 포기하고 패를 인정하면 그뿐이야. 그럼, 경기에 임하지 않고 살 수 있지."
"그러니까 저들은 나더러 싸움하지 말고 패배를 인정하고 포기하라는 의미네요."
"그런 뜻이다. 아라곤 너의 생각은?"
"당연히 싸울 겁니다. 어떤 악마가 상대로 나올지 기대 중입니다."
위스퍼모어는 어처구니없다는 듯이 말했다.
"이 녀석이 처음으로 나서서 죽어버리면 어떻게 합니까?"
"후후, 녀석들은 승리를 원하지! 아라곤의 죽음을 원하는 것은 아니다. 만약 혹시라도 잘못 되어 죽더라도 정당한 권리를 주장할 수 있겠지."
"그러니까 파리 교단은 왜 이런 모험을 하는 거죠? 아라곤을 믿기 때문입니까? 저 인간이 잘못되면 엄청난 보상을 부담해야 하지 않습니까?"
"결정을 내린 것을 바일님이지 내가 아니야. 인간 영혼 십 만개는 아까우나 복구 못 할 정도는 아니고 아라곤? 글쎄 우리에게 그렇게 좋은 패도 아니야. 말썽꾸러기니까 차라리 없어지는 것이 좋을지도? 우리보다 더 곤란해할 악마는 따로 있지 않을까?"
"그럴수가?"
그때 개구리가 나섰다.
"우리팀에서 제가 처음 출전하는 영광을 주시겠습니까? 마이 로드?"
위스퍼모어가 깜짝 놀라 말했다.
"미친놈! 악마 새끼가 자살이라고 하려는 거냐? 주제를 알고 나서야지. 분위기 좀 파악하고 들어와라."
"위스퍼모어 말이 맞아 괜히 나서 목숨을 버릴 필요는 없지. 저 녀석들이 노리는 것은 나라고 이참에 내가 누군지 확실히 보여주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
토트가 말했다.
"조심해. 저들은 너와 상극인 악마를 찾은 모양이다."
아무도 내 힘이 탱그리의 힘인 것을 모른다. 그건 지혜의 악마 토트도 마찬가지다.
데우스 엑스 마키나가 활보할 때 토트는 아직 토착신이 되기 전이었으니까.
지금 나는 공간의 지배자라고 할 수 있다.
다음 단계는 차원의 지배자다.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본신을 되찾아야 한다는 기나긴 여정이 남아 있긴 하다.
다크 에덴을 찾는 것.
타락 교단의 현상금을 철회시키는 것.
세 마리 태고의 악마를 부활시키는 것.
우선 당장 해결해야 할 당면 과제다.
다크 에덴을 찾기 위해서는 개구멍을 알고 있는 악마를 찾아야 한다. 그 과정에서 이 정도 일이 벌어지는 것을 보면 나머지 여정도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난 토트에게 말했다.
"블러드 투투아레나는 어떤 경기장입니까? 내가 별의 힘을 사용해도 문제가 되지 않겠죠?"
물론 던진 말이었다. 이미 아레나 정보는 언노운이 올려줘서 속속들이 잘 알고 있다.
"한쪽이 완전히 소멸하여야 끝이 나긴 하지. 하지만 안심해 저들은 널 죽이지 않을 거야. 승리를 손에 쥔다면 굳이 널 죽이 필요는 없지."
위스퍼모어가 고개를 갸웃했다.
"블러드 투투아레나잖습니까? 상대가 죽지 않으면 출구가 열리지 않을 텐데요?"
"저들이 왜 오래도록 회의를 한 건지 하나를 보면 둘을 알수 있지."
"글쎄요? 저 인간이 뭐 대단하다고?"
"패다. 죄의 교단에 써먹을 완벽한 패이기 때문이다. 바알님이 괜히 네필림에 낙인을 준 것 같으냐? 몰렉은? 게헤나에서 쓸모없는 패에게 절대 투자하지 않아. 저 녀석은 루시퍼를 옥죄는데 게헤나에서 써먹을 수 있는 가장 좋은 패다. 다들 아라곤을 손에 넣기 위해 계략을 꾸미는 와중인데 피의 교단 측에서 좋은 건수를 잡은 것뿐이다. 그들이 더 우기지 않고 블러드 투투아레나를 승인한 것을 보면 저들의 목적은 오롯이 아라곤을 가지려는 것이다."
"그럼 파리 교단에서도 무슨 수를 쓰셔야죠. 이대로 저 네필림이 진다면 독박을 쓰지 않습니까?"
"괜찮다. 손해 볼 것은 크게 없어. 이 정도 난관도 못 벗어 난다면 이용 가치가 하락하는 거지. 낙인은 절대 지워지지 않으니, 피의 교단이 아라곤을 데려가도 크게 상관없어."
"으, 도대체 저 인간이 무슨 가치가 그래 크다고···."
"주인님의 힘을 보시지 않았습니까? 별의 힘을 사용한다면 어쩌면 전승하실 수도 있을 겁니다."
토트는 고개를 흔들었다.
"피의 교단에서 그걸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대책을 확실히 세우겠지."
그때 아잉이 말했다.
"양자 합의가 끝났습니다. 정확히 이틀 뒤 정오 블러드 투투아레나가 시작될 것입니다."
대전은 말 그대로 3:3 대결인데 한 명이 소멸하면 다음 선수가 자동 투입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당일 저녁 위스퍼모어는 파리 교단의 증명서를 받았다. 개구리는 자동으로 파리 교단이 되어 역시 증명서를 발부받았다.
개구리는 그릇은 공작 품계와 비슷하게 커졌으나 그곳에 채울 권능은 아직 미약하다. 악마가 권능을 채우는 방법은 두 가지다.
상대의 권능을 빼앗아 와서 가공해 먹든가 영혼이 존재하는 생명체의 영혼을 먹든 가다. 하지만 우주 통틀어 인간처럼 아스트랄계와 연결된 영혼은 극소수다.
왜 인간 영혼이 인기 있는지 말해주는 대목이다. 아무리 과학이 발달하고 또는 정신적 계몽이 이루어진 외계 생명체라도 아스트랄계와 연결된 영혼은 사실상 인간이 유일하다고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물론 고도로 발달된, 우리가 상상하는 인지 능력을 월등히 초월하는 존재들은 강제로 아스트랄계에 접속할 수 있으나 그 파격적 힘을 오롯이 이용하지는 못한다.
아스트랄계의 사념은 빅뱅이 일어나기도 전 수억, 수조 년 전 아니 시간조차 없던 태초의 혼돈에서 각성하기 시작한 존재들의 사념이 뭉쳐 만들어진 차원이며 빅뱅이 시작되어 태초의 차원이 만들어졌을 때도 감히 이 사념들만큼은 침습하지 못하고 별개의 차원으로 남은 것이 아스트랄계다.
인간 영혼은 아스트랄계로 이어지는 영원의 보고이다. 이걸 몸에 품고 있으면 아스트랄계로부터 권능 즉 태고신의 사념을 미약하게나마 끌어 쓸 수 있는 것이다.
고로 인간 영혼을 흡수하면 할수록 아스트랄계에서 넘어오는 사념이 커진다. 모든 만물의 영장이 바로 인간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인간은 아스트랄계를 포기하고 스스로 과학의 길을 선택했다. 금단의 주사를 제 팔뚝에 놓은 것이다.
뇌 활성화 단백질 주사로 인해 아담과 이브는 에덴에서 쫓겨나 진정한 인간으로서의 첫발을 내디뎠다.
그들은 종족을 번식하고 사회를 구성하여 문명을 일으키고 과학의 단계를 차근차근 밟아왔다.
마침내 별의 힘을 얻고 우주로 도약하기 위한 첫걸음도 내디뎠다. 그럼에도 악마들이 인간의 영혼을 탐하는 것은 아스트랄계로 이어진 인간 본연의 영혼은 가이아에 탑승하여 윤회를 거듭하며 더더욱 고단백질 덩어리가 되었기 때문이다.
수백 차례 윤회를 거쳐 숙성된 인간 영혼의 품질은 최상급이다. 물론 인간 영혼은 끊임없이 수확 할수 있다.
게헤나는 수조 개의 차원을 동시에 관리한다. 그 차원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인간의 영혼은 무한하다. 하지만 지금 상황이 크게 돌변하려 한다. 그 중심에 있는 차원인 태초의 차원이 무너지면 파급 효과가 다른 차원에도 미치게 된다.
지금 과연 악마와 천사는 인간의 생존을 놓고 어떤 줄다리기를 하고 있을까? 천사의 경우 지구 자체를 다른 별로 바꿔 치기 하려는 듯하다.
이들은 지구와 생태계가 거의 비슷한 행성을 찾아 현 지구 자리에 옮겨 놓으려 한다. 지금 지구가 가진 가이아도 새로운 행성에 이식하려 할 것이다.
그런 다음 인간을 번식하게 하여 새로운 인간 세상을 만들려는 것이다. 모든 부정한 것을 없애고 인간을 위한 새로운 터전을 마련하는 것이 생텀 의회의 진정한 목표이다.
하지만 악마도 그것을 지켜 보고만 있지 않을 것이다. 밀키웨이에서 다시 선악의 전쟁이 발생할지도 모르는 위급한 상황이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다.
위스퍼모어는 내 이야기를 경청하며 소문의 권능을 발동하고 있다.
"지금 지구의 상황이 그렇다는 것은 칠죄종들은 알고 있겠죠?"
"물론, 그에 대해 대비도 하고 있겠지. 루시퍼가 지구의 가이아를 노리는 것도 그 이유야. 천사가 손 대기 전에 먼저 가이아를 지옥에서 선점하겠다는 거지."
"날개가 가만있지 않을 건데요?"
"그건 루시퍼가 알아서 할 일이고."
"그나저나 내일 당장 아레나가 시작인데 이렇게 태평하게 있어도 되는 겁니까요?"
"그럼 뭘 하랴? 훈련이라도 할까?"
"주인님이야 훈련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위대한 별의 힘으로 상대를 태워 죽이면 간단하지 않습니까?"
"어때 위스퍼모어? 자네 기억에 별의 힘에 대응할 수 있는 악마는 몇이나 되지?"
위스퍼모어는 슬쩍 웃으며 말했다.
"생각해 보면 상당히 많아. 용암 속에서 살고 있는 데몬류만 해도 별의 힘을 견딜 수 있을 거고 지옥의 금속이라는 헬오어를 먹고 사는 놈들 또한 별의 힘 따위는 거뜬히 버티는 놈들일 테고. 내가 걱정하는 것은 아레나에 너의 천적들이 등장할 것이 분명해. 가령 원소 데미지를 삭제하는 마법사류가 나와도 고전을 면치 못할 걸?"
"글쎄 두고 보면 알 일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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