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옥의 비밀 13 – 막무가내로 밀어붙여 보자고
연옥의 비밀 13 – 막무가내로 밀어붙여 보자고
초거대 시냅스를 잘못 사용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분명 이건 루시퍼가 계획해 놓은 것은 확실하다.
칼데아의 멸절자들은 그저 하나의 도구일 뿐.
실제 목적은 바로 나다.
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판단을 내리기 위한 시험의 장이라는 거다.
태고의 악마가 어떻게 생겼는지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는 알 수 없다.
당연히 언노운의 정보도 막혀 있는 상태고.
우리 은하 밀키웨이는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 휘말려 가고 있다. 생텀 의회에서도 큰 전쟁이 발발할 것을 우려해 밀키웨이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를 다른 은하로 옮겨 놓고 있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생텀 의회의 정확한 의도를 모르겠다.
만약 지구 정화가 목적이라고 치자. 지구 정화를 위해 밀키웨이 은하를 두고 도박한다고?
만약 루시퍼가 지옥의 악마를 동원하여 싸움이 붙으면 지구 정화는 애초에 물 건너간다.
양측에서 싸움이 벌어지면 지구 정화는커녕 은하계까지 소멸할 테니까.
그렇다고 루시퍼는 지구의 가이아를 절대 포기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루시퍼가 뒤로 한 발짝 물러난다고 해도 다른 칠죄종이 가만 있지 않을 거다. 그들이 애초에 나를 주목한 것은 모두 미래의 큰 그림을 보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들 모두 나를 지옥의 개로 만들어 그 활용도가 얼마나 되는지를 지켜보는 것이겠지.
어차피 나도 지금 지구를 구하기 위해 이 노력을 하는 것이니 따지고 보면 칠죄종과 일단 이해 상충은 되고 있다는 소리다.
생텀 의회, 나, 칠죄종 이런 삼파전인데 걸리는 문제는 하나 바로 미카엘이다. 미카엘은 생텀 의회에 보고도 하지 않고 레이를 나에게 붙였다.
생텀 의회에서 알면 난리가 나는 일이라는 것은 분명하고 대천사가 개인행동을 하는 그것조차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나 또한 거부하지 않고 레이를 달고 다닌다. 내 모든 정보는 미카엘도 알고 있을 것이다.
아니 알아야 한다.
언노운이 왜 레이를 데리고 있으라 한 이유를 이제 대충 알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미카엘이 생텀 의회에 보고 하지 않고 단독으로 움직이는 이유는 둘 중의 하나다.
지극히 개인적인지 아니면 바로 그분의 명령이든지.
발아래 감정이 없는 이 머리통을 뽑아 올리면 또다시 오답이 뜰 것이다. 시냅스의 크기는 행성을 넘어서기 시작했다.
크기만 계속 키우면 어떠한 잇점이 있을까? 수많은 아니 조 조 대의 인간 영혼이면 인간이 이 땅에 태어나 지금까지 삶을 반복했던 인원수보다 더 많은 영혼이 이 공간에 있다는 소리다.
인간 역사 이래 태어나고 죽은 모든 인간의 영혼을 다 끌어모아도 조조 대는 되지 않는다.
어림도 없는 소리지.
그럼 데모니카는 이 많은 영혼을 어디서 끌어모아 온 것인가?
내가 지금 놓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잠시 명상에 들어갔다. 머릿속에 무한의 우주가 펼쳐진 기분이다.
태고의 악마.
단순한 명령으로 예 알겠습니다라고 고개 조아리지는 않을 거고
데우스 엑스 마키나에 충성을 맹세하고 그를 따랐던 놈들이다.
태고의 악마는 소멸시킬 수도 없어 어쩔수 없이 봉인해야 했는데 봉인 가면을 만든 것은 루시퍼고 봉인한 주체는 미카엘이다.
알다시피 천국에 있을 때 둘이 형제지간 격인 사이었다.
그 둘은 모종의 협약을 맺었고 물론 그 협약이 무엇인지 정확히 모른다.
아는 것은 하나 데우스 엑스 마키나의 봉인.
그 전에 그를 따르는 태고의 악마 세 마리를 봉인할 필요가 있었고 그래서 루시퍼가 봉인 도구를 제공했고 미카엘이 봉인했다.
언노운은 말해 주지 않았지만 아마 봉인 도구를 만든 것은 루시퍼가 아니다. 그런 재주도 없을뿐더러 태고의 악마 정도를 봉인하려면 웬만한 도구로는 어림도 없었을 것이다.
심안의 차원을 다를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악마나 다른 존재의 힘을 빌어야 했을 거다.
'네필림의 영혼에서 달아난 죄악과 공포와 믿음을 찾아라. 세 개의 영혼을 모두 모으면 루치페르가 응답해 줄 것이다.'
그의 말처럼 봉인 도구를 만든 것은 루치페르다. 그놈이 악마인지 다른 존재인지는 알수 없다. 느낌상 루치페르가 봉인을 해제할 방법을 알고 있다는 것이다.
내게 있는 죄악의 가면이나 믿음의 가면을 조사해 보지 않은 것은 아니다. 언노운이 분석해 가며 별의별 짓을 다 해도 가면의 정체를 밝혀내지 못했다. 아니 못해야 정상이겠지.
발밑에 있는 머리통은 함정이다. 계속 그런 생각이 들어 왔지만, 손을 대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든다.
이게 아니면 다른 흔적은 전혀 없기 때문이다. 이 말도 안 되게 많은 영혼 속에서 이 하나를 찾아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연산 처리 속도가 빛과 같다고 해도 그중에서 걸러 내야 하는데 그 집중력은 아스트랄계에 만들어 놓은 시냅스가 아니라면 어림 반품 아니 생각도 못 할 일이다.
내 작은 뇌로는 절대로.
그래 태고의 악마와 정신적 유대를 유지하려면 거대한 이런 시냅스가 필요하겠지. 놈들에게 명령하고 놈들과 정신 교류하려면 이 정도의 초거대 정신체가 필요하다는 거겠지.
그것이 이번 시험의 핵심이고 정답은 맞는데 언제 끝나느냐다. 이미 시냅스의 크기는 지구를 넘어서고 있다.
말 그대로 표현해서 지구만 한 크기의 뇌를 만들었다는 거다.
뽑았다.
그래 생각대로 오답이라는 단어 하나 달랑 나오고 공간은 또 확대된다.
그냥 여기 깡그리 다 부숴 버려도 된다.
언노운이 극렬히 반대했다.
그건 내가 반드시 가져야 할 것을 가지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누구의 도움 없이 나 스스로 찾아야 하는 답이기도 했다.
반년의 시간이 또 지나갔다.
처리 속도는 여전히 빠르지만 처리해야 할 연산의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시냅스의 크기는 목성을 넘어섰다.
그런데도 부화가 걸리지 않는 것은 접속된 아스트랄계가 말도 안 되는 성향을 지닌 것이기 때문이다.
목성 크기만 한 뇌를 만들었는데도 아스트랄계 중에서도 어떤 태고 신의 사념 중에서도 티끌 수준도 되지 않는다는 것이겠지.
무한의 영역. 그 끝이 없는 곳이 아스트랄계다. 왜 야훼가 아스트랄계를 인간의 정신체에 연결하기 위해 그 큰 노력을 했는지 그것 때문에 천사조차 아우르는, 왜 처음에 야훼가 그러지 않았나? 만든 창조물에 만족하고 천사더러 무릎을 꿇고 찬양하라고 했다.
그것은 인간이 위대한 것이 아니라 아스트랄계와 연결된 최초의 생명체라는 것. 그리고 불행히도 천사는 아스트랄계와 접속하지 못한다. 악마도 마찬가지.
오직 인간만이 아스트랄계와 연결될 수 있다. 그래서 천사도 악마도 인간의 영혼을 미치도록 원하고 또 원하는 것이다. 천사는 지키기 위해 악마는 빼앗기 위해.
내가 아스트랄계와 이렇게 쉽게 접속할 수 있는 것은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데우스 엑스 마키나와 나와 연결된 심연의 고리를 통해서 접속이 수월하다는 것. 그리고 언노운이 처음부터 그걸 염두에 두고 훈련을 반복적으로 시켜 왔다는 것.
결국 모든 것을 합치면 데모니카는 내가 태고의 악마를 제어할 수준의 능력치에 도달할 때까지 이 짓을 멈추지 않을 거란걸.
내가 참지 못하고 여길 박살 내면 얻어야 할 것을 얻지 못한다는 것.
가차 없이 뽑았다.
한 가지 궁금한 것은, 아니 확신이 드는 것은 여기 인간의 영혼은 제대로 된 영혼이 아닐 거다. 도저히 말도 안 되는 개수의 영혼은 있을 수 없다. 아마도 이들조차 데모니카가 만든 시냅스의 신경망 한 조각이라는 것이 더 일리가 있는 상황이다.
칼데아의 악마. 루시퍼가 믿고 인정하는 것들이다. 그러니 이 정도 시험지는 충분히 만들 수 있다는 소리겠지.
시냅스의 오류.
그리고 오답의 퍼레이드.
크기는 태양에 가까워졌다. 신경망 전달 속도가 반대편까지 4.78초가 걸릴 정도가 됐다. 그것도 빛의 속도로 말이다.
이만큼 키우는 데 드는 시간은 오히려 단축됐다. 살만 불려 나가면 되고 요령도 터득하고 하니 쉽게 쉽게 진도가 나가졌다.
오늘도 집중하며 오류를 찾기 위해 컨트롤 중인데 뭔가 묘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지금 머릿수는 1경에 가까워지고 있는데 이 모든 시냅스가 전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즉 통제할 수 있을까 하는 역발상이 갑자기 든 것이다.
아직도 이곳은 시끄럽다. 저마다의 감정을 뿜어 내고 난리다.
난 지금까지 비 오류만 찾기 위해 시냅스를 돌렸는데 반대로 전 시냅스를 한꺼번에 통제할 수 있다면? 이라는 발상을 한 것이다.
방법은 간단하다 심층 다이브. 상대 시냅스에 접촉해서 그쪽 정보를 끌어내는 방식인데 이걸 조금만 변경하면 상대의 기억을 바꿀 수 있고 즉 기억 조작까지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한번 해 볼까?"
말 그대로 어마어마한 크기의 뇌에 연결된 모든 시냅스를 한꺼번에 처리하는 건데 걸리는 시간은 그리 크지는 않다. 지름이 우리 태양 흡사하지만 오가는 데는 9초면 충분하니까.
대략 계산하면 이 모든 머리통에 심층 다이브 하여 제어하는 데는 대략 3시간 정도면 가능하지, 싶었다.
생각이 그에 미치자 머리 하나하나를 제어해 나가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한 일은 저 시끄러운 주둥이를 닿게 하는 일. 가장 좋은 방법은 모두 잠들게 하는 것이다.
"와. 부하가 장난 아니네."
한꺼번에 처리하려고 하니 부하가 엄청나게 걸리기 시작했다.
내가 생각해도 너무 커버렸다. 생각 없이 덩치만 계속 부풀렸으니···.
그러나 내가 기절하지 않는 이상 연산은 계속됐고 스냅스에 연결된 머리통은 전구가 꺼지듯이 모조리 꺼지기 시작했다.
정확히 예측대로 3시간 만에 다 꺼졌다. 단 한 개를 제외하고.
확실히 이 방법이 훨씬 잘 먹힌다.
많은 수 중에서 하나를 찾으려 하는 그것보다 전체를 셧다운시키는 방법이 더 빠르다는 것을···.
머리통을 뽑았다.
"어라?"
다르다.
이번 포춘 쿠기에 쓰인 단어는 '오답'이 아니었다.
'10'
10? 무얼 의미하지? 빈 곳에 머리가 솟아났다. 물론 그 머리는 오류가 아닌 정상적인 머리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더 이상 공간이 확장되지 않았다는 것.
속으로 조금 떨렸다. 뭔가 다른 환경을 접하자 기대감이 부푸는 것처럼 말이다.
10이 뭘까?
초읽기인가?
다시 집중해서 사람을 깨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또다시 깨우고 재우는 데 걸린 시간은 5시간 하고 48분이나 걸렸다.
머리를 뽑았다.
역시 10.
10?
10시간? 10분? 열 개?
일단 바뀌었으니 계속 시도했다. 열 번째 시도에 또 10이 나왔다.
약간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저번에는 뭔가 변화라도 있었지, 이번에는 전혀 변화가 없었다.
오직 10이라는 숫자만 기재된 쪽지가 나왔다.
아무리 머리를 굴려 봐도 답이 나오지 않는다.
언노운에 또 조언을 구하려는 마음이 스멀스멀 나오자 마음을 다잡았다.
스스로 생각해서 해 보자고 마음을 다잡았다.
그리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최대한 빨리 스냅스를 제어하여 오류를 찾아내는 것이다.
전체에서 단 하나 오류를 찾아낼 때는 오답이라는 답이 나왔고 전체를 다 연결하여 제어하여 찾을 때는 10이라는 숫자가 나왔다.
이번에는 반대로 이전에 했던 방법대로 전체에서 오류 부분을 찾아냈다.
그런데 오답이라고 나와야 정상인데 여전히 10이 나왔다.
결국 그렇게 치면 한고비를 넘겼다는 건데?
그럼 무얼까?
시간 싸움일까? 라는 생각이 미치는 순간
미친 듯이 집중해서 3시간은 2시간을 끊었다.
그래도 10.
다시 마음을 비우고 미친 듯한 속도로 머리를 통제했다. 결국 1시간 타이밍을 끊는 데 성공했다.
'9'
난 종잇조각을 움켜잡았다.
놈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니 이 문제의 정답이 무엇인지 이제 알 것 같았다.
명령 체계를 완벽히 내 것으로 소화하는 것이 진정한 답임을 알았다.
이 많은 스냅스를 차례대로 제어하는 것은 힘들다. 최대한 빠르게 동시에 제어해야 한다.
그 방법을 터득하는 데 온몸의 신경 세포를 다 일깨웠다.
즉 심층 다이브를 한 명 한 명 차례차례로 하는 것이 아니라 한꺼번에 동시에 수조 명 이상을 그냥 전원 스위치 뽑듯이 한 번에 일괄 처리를 해야 한다는 소리다.
생각은 쉬워도 이게 쉽게 되지 않았다. 하지만 역시나 언노운과 함께했던 시간 동안 해왔던 반복 훈련이 큰 도움이 됐다.
더욱이 정신 계열 스킬을 많이 사용하다 보니 집중력 하나만은 완벽에 가깝게 구사할 수 있었다.
결국 3시간 걸릴 일을 30분대에 끊고 8을 받았다.
그렇게 따지면 이 모든 것을 일괄 처리 즉 초 단위 아래로 끊어야 한다는 소리다.
태양과 같은 뇌의 시냅스를 초 단위 아래로 제어해야 한다는 소리다.
"그래 이제 더 확실히 알겠군. 이 거대한 스냅스를 내 뇌처럼 활용하라는 소리였네."
인간의 사고 경로는 생각하고 뇌에 명령하면 그것을 행동으로 옮겨지는 시간.
타자가 투수가 던진 공격 확인하고 뇌에 명령 내려 휘두르는 최단의 속는 0.4초
즉 인간 뇌 반응 속도에 준하는 스냅스를 활용하라는 소리다.
"아! 씨발! 애초에 이렇게 덩치를 키울 필요가 없었네. 미친!"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이 태양 크기만 한 전구를 초 단위 아래서 온·오프 시키는 것이 이번 시험의 정확한 답이다.
"개 미친!"
- 작가의말
어제는 형 생일이었는데
갑자기 외식 하자고 해서
가족 외식 때문에 글 못 올렸습니다.
Comment ' 1